현재 카테고리

7월 중하순. 누구는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노래했지만 그런 고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벼 전업농이면서 조금 늦게 모내기를 한 우리로서는 좀 애매한 때다.
벼로 말하자면 새끼치기가 절정에 다다라 영양...

사흘 만에 건성으로 모 때우기를 끝냈다. 제대로 하자면 한없이 빨려드는 게 땜질이라 ‘웬만하면 그냥 지나친다’는 철칙을 꿋꿋이 지킨 덕분이다. 지난해보다 경작면적이 늘어 처음부터 지레 겁을 집어먹은 점도 없지 않았다...

한바탕 꽃 잔치가 벌어지는가 싶더니 떨어지는 꽃잎 따라 봄도 고개를 떨군다.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라. 때 이른 더위로 숨이 가쁘다. 게다가 가뭄까지 겹쳐 온 들녘은 타는 목마름에 흙먼지만 풀풀 날린다.
큰일이다...

꽃으로 하여 산야는 온통 눈이 부시다. 이젠 흔적조차 희미한 매화를 뒤로 하고, 개나리 노란 꽃 활짝 핀 길섶엔 벚 꽃잎 흩날린다. 그 옆으로는 배꽃과 복사꽃이 들녘을 화사하게 수놓았다. 소담하게 흐드러진 조팝꽃은 ...

그 산사, 불명산 화암사에 다녀오는 길이다. 면사무소에 들러 친환경직불금을 신청하고 나오는데 바람이 어찌나 부드럽던지 저도 모르게 그 쪽으로 자동차 핸들이 꺾이는 것이다.
절집으로 통하는 산비탈과 계곡 길. 복...

거참...
오곡밥에 보름나물은 드셨는지요.
‘비에 젖은’ 대보름, 게다가 쉬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다행히 날이 개고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달집 태우고, 소원을 빌고, 불놀이 할 수 있게 되거...

한 주일 뒤 고산권벼농사두레가 마련한 <농한기 강좌>가 시작된다.
농한기와 강좌, 얼핏 생뚱맞은 것 같은데 한 번 더 생각하면 참 괜찮은 조합일 것이다. 한갓지게 노는 것과 공부는 일단 형용모순 관계...

먼저 한 가지 바로잡으면서 얘기를 시작해야겠다. 지난번 칼럼에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물처럼, 구름처럼 떠돌겠노라’ 호기를 부렸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꿈일 뿐이었다. 현실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한 번 실행에 옮기...

띄엄띄엄 내리던 된서리가 요 며칠 연이어 내렸다. 눈부시던 단풍은 하루가 다르게 빛이 바래고 한 잎 두 잎 떨어져 들녘은 갈수록 을씨년스럽다. 겨울을 재촉하는 신호다.
그렇게 겨울이 닥친다 한들 모두 거둬들였고...

가을날은 쏜살처럼 빠르다. 그 빠름은 인력을 낳고 모든 걸 빨아들인다. 하여 사람들은 곧잘 ‘가을병’에 빠져든다. 미망인 게지.
문득 미망에서 깨어난 가을아침은 씁쓸하지만 한편으론 개운하기도 하다. 저기 물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