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 불허가 처분
"물론 다 끝난 건 아니다"
[낭만파 농부] 엄청난 반전의 결과
    2019년 12월 26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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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을 재가동 하겠다며 업체가 낸 ‘가축사육업 허가신청’에 대해 완주군이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업체에 이를 통보한 것이 지난 12월 18일, 군청으로선 처리시한을 한 차례 연장해가며 나름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

업체쪽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바람에 지금으로선 통지서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군청쪽이 설명회에서 밝힌 불허가 사유는 이렇다. 첫째, 반경 2Km 이내에 민가 5호 이상의 민가가 밀집돼 있는 경우 가축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관계법령(가축분뇨법 제8조-완주군 가축분뇨 관리 조례 제3조). 둘째, 수질요염총량제에 따른 할당부하량 초과. 셋째, 사육시설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바람에 재가동 시 환경오염 발생에 따른 공공의 이익 침해.

지독한 악취, 대기업의 농축산업 잠식, 기후위기에 따른 시대적 요청 따위의 절박한 담론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행정행위라는 게 오로지 관계법령에 근거해 이루어지니 무미건조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명쾌한 맛은 있다. 사실 이 명쾌한 결과를 끌어내기까지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지반사(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와 완주군의회 간담회

반 년 전, 우리가 군청으로 몰려갔을 때 돌아온 답변은 “군으로서도 주민들이 원치 않는 농장 재가동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그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상위법 우선 원칙’을 내세우며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다만 업체가 허가신청서를 내면 그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방법을 찾아보겠노라 했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거나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절대 허가를 내주지 마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돌아온 답변은 고작 “열심히 근거를 찾고 있으니 그리 아시라”는 것. 업체가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에도 이 ‘영혼 없는’ 답변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백방으로 법률자문을 받은 끝에 군청쪽의 ‘상위법 우선 원칙’을 뛰어넘는 법리를 찾아냈다. 운이 따랐던 것일까. 행정업무가 아무리 관행을 중시한다 하더라도 명백한 법리까지 외면할 순 없었을 것이다. 법률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불허가 처분이 내려졌다. 사실 맨 처음 길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 비춰보면 엄청난 반전이다. 목표가 뚜렷하고, 주민의 투쟁의지도 뜨거웠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답답함. 운이 좋았지만 운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다. 숱한 노고가 쌓여 이루어지는 필연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널리 기쁨을 나눴고, 서로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다보면 이번처럼 벅차게 감격할 일이 별로 없다. 처음부터 그걸 기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은둔의 삶을 좇았었다. 바람 없는 날의 호수처럼 잔잔한 나날, 덤덤한 평화, 뭐 그런 따위를 추구했더랬다. 그러나 이미 털어놨듯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아니던가. 거센 물결에 휩쓸려 함께 부대끼다 보면 숨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생채기가 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따금 일이 잘 풀려 뿌듯한 순간도 있는 법. 그렇게 크고 작은 너울을 타고 넘어 첫 매듭을 제법 잘 짓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다 끝난 게 아니다. 불허가 조치가 확정되려면 90일이 지나야 한다. 업체쪽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나름대로 법률적 검토를 거치겠지만 어쨌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민들에 대한 민형사 제소를 통해 투쟁전선을 흐트러뜨리려 할 것이다. 그야 척하면 삼천리 아닌가.

거대 농축산재벌을 상대로 하는 버거운 싸움이다. 그래도 지금껏 힘에 부친 적은 없었다. 죽을둥살둥 덤비지도 않았다. 그저 더 많은 사람이, 저마다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보탰을 뿐이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캠핑’ 하는 느낌으로 싸움에 나섰다. 기를 쓰고 덤비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짐 싸서 나갈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뿌리내리고 살 터전이니. 그 모두가 삶의 한 과정이니 그저 깜냥껏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모이고 모여 큰 힘을 이루었고 그래서 쉬 지치지 않는다. 까짓 거 한 번 부딪혀 보는 거다.

이지반사 대표자회의(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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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시골농부, 전 민주노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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