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록의 저서 '화가 김종학'과 김종학 작가의 아뜰리에
심은록의 저서 '화가 김종학'과 김종학 작가의 아뜰리에

AI 영화 감독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인 심은록은 AGI(범용 인공지능) 혹은 ASI(초지능)의 도래가 임박한 지금, “과연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수호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이러한 사유는 단순한 추상적 물음에 그치지 않는다. 수년간 비평적 관점에서 글을 써내려가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동시에 앤서니 곰리와 이우환 등 AI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적인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AI 시대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그는 지난 2023년에는 최초의 AI 영화 ‘AI 수로부인’을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AI 영화 전문 이론서 ‘AI 영화 제작론’을 출간하는 한편 최근에는 400쪽 분량의 저서 ‘화가 김종학’을 집필했다. 

그가 최근 출간한 ‘화가 김종학’은 A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심은록은 “AI 기술 자체와는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AI를 사용하는 인간 존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심은록은 ‘화가 김종학’에서 AI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지만, 인간의 본질과 예술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오히려 ‘AI 시대의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추구한다. 

심은록에 따르면 서양화가 대상의 외형 재현에 집중했다면, 김종학은 생동하는 자연의 기운을 포착하려 했다. 동양미학에 근거한 김종학이 그려낸 자연은 ‘기운생동(氣韻生動)’과 ‘신기(神氣)’라는 두 가지의 ‘기(氣)’를 통해 인간과 자연, 내면과 외부를 연결한다. 특히 김종학의 작품은 자신만의 현대적인 준법(皴法)과 독창적인 색채로 새로운 작품세게를 구축했다.

그의 오랜 동료였던 이우환과 윤명로가 언급한 “김종학의 그림에는 신기(神氣)가 있다”는 말은 그의 작업은 내면에서 솟아나는 ‘신기’와 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서로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은록은 “김종학의 작품은 디지털 환영과 환각에 점점 빠져드는 우리에게,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자연과 우주에서 발생하는 환상과 창의력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인간은 자연에 근거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종학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AGI와 ASI 시대에도 예술이 여전히 인간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시공간을 열어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은록은 “‘화가 김종학’에서 AI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I와 인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심은록은 AI 단편영화 ‘AI 장보고’(0.6버전) 제작을 잠시 미루고, 한국 교회의 역사적 의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올 연말 완성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이 외에도 심문섭, 이강소, 김정아 작가 등의 단행본과 전시 평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레디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