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지만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합니까"
        2007년 06월 27일 09: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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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3시 20분, 자동차부품인 연료분사 장치를 만드는 경기도 안성의 두원정공 공장. 쌩쌩 돌아가던 기계가 일제히 멈춰 섰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금속노조 파업 지침에 따라 4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은 모두 일손을 놓고 하나 둘씩 강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2층 강당에는 "한미FTA 6월 말 총파업은 우리 산업을 지키고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입니다"라고 씌여진 대형 현수막 2장이 옆면과 뒷면에 걸려 있었다. 400석 자리가 모자라 확대간부들은 강당 맨 뒤에 서서 ‘출정식’을 함께 했다. 조합원 530명 중에서 주간조 450명 전원이 참가한 것이었다.

       
     
    ▲ 26일 오후 3시 30분 금속노조 두원정공지회 450여명의 조합원들이 2시간 파업을 벌이고 공장 강당에 모여 출정식을 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한미FTA 저지하고 노동자생존권 쟁취하자" 조합원들의 구호소리가 강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날 금속노조의 총파업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MBC 방송카메라가 두원정공에 내려왔고, 조합원들은 더욱 씩씩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두원정공 이기만 지회장은 "오늘 정치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뜨거운 참여가 저의 마음에 용기를 북돋아준다"며 "우리의 파업이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없는데도 자본과 정권, 보수언론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15만 금속노조의 위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는 28일과 29일 파업을 힘있게 하기 위해 2시간 파업을 중단한 것인데 보수언론은 현대차가 파업철회 선언을 한 것처럼 떠벌리고 있다"며 "보수언론이 우리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오늘 일손을 놓고 힘있게 파업을 벌이고 있고, 이런 힘이 있기 때문에 한미FTA 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대대적인 폭격에도 흔들림없이

    이날 오후 1시 20분, 지회는 대의원회의를 열어 한미FTA 총파업을 점검했다. 조직력이 막강한 지회지만 언론의 대대적인 폭격 앞에서 초연할 수는 없었다. 한 대의원은 "현대자동차가 2시간 파업을 철회했는데, 우리는 회사도 어려운 데 꼭 해야 하냐?"고 제기했다. 그러나 다른 대의원들은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냐"며 당당하게 싸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기만 지회장은 아이엠에프 10년 구조조정과 장시간노동의 고통을 설명하며 "우리의 고용을 위해서,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서 기필코 막아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우니까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고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주저없이 한미FTA 투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재성 쟁의부장이 "이 역사적인 투쟁에 당당히 서 계셨다는 것을 후대에 무용담으로 전해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조합원들은 우렁찬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멈춰선 공장
     

    "솔직히 집회 가기 싫지만"

    40분간의 총파업 출정식을 마친 조합원들은 부서별로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피켓과 구역별 깃발을 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VE가공부는 조합원들과 한미FTA에 대해 간단히 토론을 벌인 후 부서 구호를 정하고, 깃발과 피켓을 만들었다.

    5시가 되자 조합원들이 손수 제작한 깃발과 피켓이 속속 노동조합 사무실로 배달됐다. 공무팀 조합원들은 부서 깃발에 "내 아들 내 딸에게 살기좋은 나라 만들어 물려주자"라는 글귀를 써넣었다. 28일 수원역 집회와 29일 서울 집회에서 들고 나갈 피켓과 깃발 곳곳에 조합원들의 작은 바람들이 씌여 있었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정헌종(28) 조합원은 "현대차가 인원이 제일 많은데 빠진다는 얘기를 듣고 못마땅했다"며 "하지만 28일과 29일에는 꼭 파업에 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집회에 나가는 거 솔직히 가기 싫어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한미FTA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5시 30분. 2시간 파업을 마친 조합원들이 근무복을 갈아입고, 공장 문을 나서고 있었다. 노동조합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 걸어서 출퇴근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졌단다. 지회 윤진국 수석부지회장은 "노동자의 건강과 고용을 파괴하는 한미FTA를 꼭 막아내서 조합원들이 밝게 웃으며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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