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만원으로 네 식구가 사는 거 상상되나?"
        2007년 06월 15일 06: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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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5일 있었던 최저임금 인상 촉구집회에서 낭독된 한 청소 아줌마의 글이다. 통계로 나타난 비정규직의 심각성이 아니라, 나날의 삶의 고통을 통해서 그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준 글이어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 필자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레디앙>에 싣는다. <편집자주>

    저는 수도권 전철 경인선에서 청소를 하는 여성노동자입니다.

    저와 제 동료들이 일하는 현장인 경인선은 지상이라서 여름이면 사정없이 내리쬐는 땡볕 아래서 두 시간 정도 일하다 보면 땀범벅으로 찜통 속에서 나온 할미꽃이 되어버립니다. 또 겨울이면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이쪽저쪽 뛰어 다니다보면 눈물 콧물 얼어붙어 서리맞은 할미꽃이 됩니다.

    우리는 승강장에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있는 2평 남짓한 창고에 방을 꾸며 전기 판넬을 깔고 쉬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샤워장 시설은 물론이고 식수도 없어서 집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역무실에서 얻어먹기도 합니다.

    우리 수도권 전철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직영을 하다가 2004년 용역업체로 넘어가면서 최저가 입찰제로 임금이 1인당 월 15만원이 깎였습니다. 2004년 9월에 최저임금이 9.1%가 오르자 주 48시간 근무에서 4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습니다. 2005년에는 42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다시 단축해 최저임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고 법망을 피해갔습니다.

       
     
     

    직영에서 용역업체로 월급 15만원 깎이다

    이렇게 3년간 (주)에스디케이라는 용역업체가 최저임금은 동결한 채 퇴직금, 연차수당, 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여성연맹에서 고소고발을 하고 집회를 하고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만료기간인 지난 해 12월 말에 3개 업체로 나누어 분사하여 입찰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78%의 낮은 낙찰률로 도급계약이 체결하는 바람에 총인원 320명중에 45명이 감원되었습니다.

    25%가 감원되고 나니 노동의 강도는 더욱 세져서 한 사람이 두 개 역사를 오가면서 일을 하는 실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받는 임금은 기본급 727,400원에 연장근로 수당을 포함하여 80만 6천원입니다. 4대 보험료를 공제하고 나면 743,140원입니다. 한 달에 전기, 수도, 가스, 전화요금 38만원, 두 아이 교통비 16만원, 고등학생 급식비 10만 5천원이 들어갑니다.

    물가는 한없이 올라가는데 여성가장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합니다.

    저는 남편이 4개월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 치료중이고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가장으로서 최저임금만 받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네 가족 여성가장으로 적어도 100만원은 있어야

    민주노총에서 요구한 최저임금 936,320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한 100만원은 있어야 여성가장으로서 자식들 교육시키고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경총이 동결 안을 제시하는 것은 최저임금 노동자로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까?

    올해는 기필코 최저임금위원회가 저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대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으면 합니다. 6월 27일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려고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되어 최저임금이 꼭 인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연맹 경인지역 여성노조 청소용역지부장 최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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