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헌법’ 명칭바꿔 재추진키로
        2006년 05월 29일 06: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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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9일은 프랑스에서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부결돼 유럽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린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프랑스의 부결이 있은 지 3일만에 있었던 네덜란드에서도 유럽연합 헌법이 부결돼 유럽통합은 제자리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투표 부결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유럽헌법에 대한 좌파진영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 뒤 유럽헌법은 다시 추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유럽연합 25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오스트리아 빈 외곽의 한 수도원에서 가진 비공식회의를 통해 유럽헌법 프로젝트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지난 1년 동안 가져온 ‘성찰의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5월 프랑스 대선 전까지는 유럽헌법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또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의 유럽연합 헌법 명칭을 변경하자는 제안에 동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유럽헌법’을 ‘유럽기본법’으로 바꾸는 방안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우리 독일인들은 법적인 지위는 똑같지만 ‘헌법’이 아니라 ‘기본법’(Grundgeset)을 갖고 있다”며 유럽헌법을 기본법으로 바꿔서 유권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지지하는 쪽은 헌법이라는 이름의 거대담론에 대해 불편해 하는 유권자들의 우려를 덜어주는 데 있어서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진영은 유럽헌법의 명칭이 아니라 내용이 문제였기 때문에 프랑스와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단호히 부결시킨 것이라며 명칭변경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의 55.5%가 국민투표가 다시 열려도 반대표를 찍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나타난 54.5%보다 늘어났다. 네덜란드에서도 65%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국민투표시 61.5%보다 증가한 것이다.

    유럽헌법 재추진을 둘러싼 주요 결정은 다음달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유럽헌법을 이름만 바꿔서 추진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유럽좌파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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