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리우드 스타들 "힐러리 안되겠네"
        2006년 04월 10일 03: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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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시상식은 민주당에 돈 한푼 안 내고도 좋아하는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입니다. … 여기 계신 분들 승자에게 투표해본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요.”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코미디 배우 존 스튜어트는 시상식장에 모인 헐리우드 스타들에게 한 말이다. 야유 섞인 농담이었지만 헐리우드 영화계가 오랜 세월 동안 민주당의 든든한 후원세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헐리우드 스타들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아놀드 슈월츠제네거를 비롯해 손에 꼽힐 정도인데 반해 민주당은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예비선거 등의 행사에는 유명 스타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민주당 ‘돈줄’ 위협받나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2008년 대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유명 스타들이 이라크 전쟁 지지를 비롯해 점점 더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힐러리에 대해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 힐러리의 대선 출마에 비판적인 헐리우드 스타들. 왼쪽부터 샤론 스톤, 수잔 서랜든, 조지 클루니.
     

    영국의 주간 <옵서버>는 최근호에서 조지 클루니에서 샤론 스톤, 수잔 서랜든을 비롯한 헐리우드 스타들의 상당수가 힐러리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샤론 스톤은 힐러리가 출마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고 클루니는 이라크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낼 의지가 부족하다며 힐러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전체를 비난한 바 있다. 헐리우드에서 정치활동이 제일 활발한 서랜든은 “힐러리 클린턴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조심스럽고 이도 저도 아닌 접근으로 인해 그녀는 진보적 지지층을 잃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런 정치적 발언들이 화젯거리로만 치부될 수 없는 것은 민주당이 헐리우드로부터 적지 않은 재정적 후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영화계로부터 7백만 달러(약 70억 원)가 넘는 돈을 후원받았다. 영화계의 정치후원금 가운데 86%가 민주당으로 향했다.

    힐러리의 출마에 반대하는 세력은 헐리우드의 영화인들로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당내 좌파진영의 상당수가 힐러리의 대권도전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위험스런 힐러리의 우경행보

    이는 무엇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힐러리의 열렬한 지지 때문이다. 힐러리는 미군 철수에 대해 완강한 반대입장을 고수해왔고 아랍에미리트 국적의 두바이포트월드(DPW)사의 미국내 주요 항만운영권 인수에 대해 어느 공화당 의원 못지않게 반대입장을 편 바 있다. 때로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인양 종교적인 단어를 말할 때도 있다. 반이민법에 대해 비난하면서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말한 것이다.

    숀 보울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교수는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당할수록 힐러리는 좋아할 것”이라며 진보진영의 공격은 “힐러리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힐러리의 우경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미국에서는 지난 대선 예비선거에서 하워드 딘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이번에는 러스 페인골드 상원의원이 힐러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한 페인골드 의원은 하워드 딘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열성적인 지지그룹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울러 교수의 말대로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민주당 좌파세력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분노가 힐러리에 대한 실망보다 크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역대 선거에서 그래왔듯이 페인골드와 같은 후보들은 이들의 불만을 예비선거 과정을 통해 당내로 흡수하는 미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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