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재벌 책임 외면
    모든 책임 노동자에 전가
    노동계와 야당, 정진석 연설 맹비판
        2016년 06월 20일 0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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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례적으로 ‘격차’의 문제를 지적하며 ‘성장’이 아닌 ‘분배’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그에 대한 해법에 있어선 박근혜 정부 추진 법안인 노동개악을 제시, 기존 정부여당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편 가르기’ 논리를 꺼내든 것이다. 사회양극화, 격차 문제를 정규직 노동자만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상시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대기업과 친기업 성향의 정부 정책에 대한 책임은 축소하거나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이에 노동계와 야당들은 “진단과 대책이 맞지 않는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양극화와 불평등, 국회가 제 역할 못한 결과
    양극화 해소 진짜 해법은…“‘나는 차별받고 있다’ 고용 위협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국노총은 이날 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한 성명을 내고 “양극화와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법조 비리 등 부정부패, 중소영세기업의 피를 빨아먹는 불공정 거래관행 등 재벌 권력, 개발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정부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입법화해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를 편 가르기하고, 양극화의 직접적인 원인인 재벌 편향 정책, 정부 정책 실패,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등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진석 대표에게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정부의 노동개악을 두고 ‘중향 평준화’라고 한 것에 대해선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이끌어내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며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중향 평준화는커녕 하향 평준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진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들고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려면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이 일은 위험하다’, ‘나는 차별 받고 있다. 개선해 달라’, ‘연장근로를 강요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고용 유지 위협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에 대한 진단과 대책은 한마디도 없고 노동개악만 이야기하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중향 평준화는 하향 평준화일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 없이 상향 평준화는커녕 중향 평준화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동계 등의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두고 ‘협력업체 직원도 연봉 1억을 주자는 얘기’라고 한 것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삶의 질은 안정된 일자리를 기본으로 교육, 의료, 노후보장, 주거와 같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 안정망 확보”라며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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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진단은 있으나 원인도, 해법도, 대안도 없는 실망스런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여권 내에서 비교적 금기어로 되어있던 분배, 재벌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 원인이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이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양보를 강조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회적 대타협에 관해 “대타협을 막은 집단이 바로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이다. 그런데도 그 모든 책임을 정규직 노조와 특정 집단에 전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노동계가 줄기차게 반대해왔던 4대 노동관련법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나갈 뜻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고 “정부의 자성과 책임의식이 결여된 2% 부족한 연설”이라며 특히 “우리 사회의 위기 상황을 ‘정규직-고임금 구조’의 탓으로 돌린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정규직 노동자의 ‘수탈’ 때문이라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경영 악화를 핑계 대며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경영합리화라며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외주화하지 않았나. 정부는 이를 부추기고 불법과 탈법에 수수방관했다”며 “이 사악한 구조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을 문제의 원인인양 몰아붙이는 후안무치함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만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작금의 문제들이 정규직의 양보만 있으면 해결될 일들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해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가 그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일방의 고통을 교묘히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 아니라 ‘사회적 대협박’”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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