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역할 둘러싸고
    더민주, 계파 갈등 심화
        2016년 04월 25일 03: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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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근 당 대표 ‘합의 추대론’과 관련 “더 이상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안 만날 것”이라고 말해,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소위 ‘친문계(친문재인계)’와의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25일자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종인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내가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당대표 합의 추대에 대해 “김 대표가 ‘합의추대든 경선이든 당권에 욕심이 없다’고 말해 저도 ‘출마하시면 괜히 상처만 받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특히 김 대표가 총선에 임박해 ‘햇볕정책 수정론’을 제기해 ‘호남표가 떨어졌다’는 정청래 전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특히 기분이 나쁜 게, 호남 표 안 나오는 게 나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데, 내가 그런 수법을 모를 줄 아나”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대선 때 문 전 대표를 돕지 않을 생각인가’라는 <중앙>의 질문에 “내가 어느 특정인을 위해 하긴 뭐를 하나. 선거를 끝냈으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철한 분석도 해보고 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결과가 좋으니 그냥 기쁜 거다.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이면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당 내 의견은 분분하다. 선거를 이끈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소극적 옹호론과 전당대회 연기나 합의 추대와 같은 적극적 입장도 나온다. 김 대표가 ‘그만 물러나야 한다’는 배척론도 있다.

    “김종인, 1당으로 가는 데 기여”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김종인 체제가 들어섰을 때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거를 치르자마자 당신(김종인 대표)은 이제 필요 없으니까 전당대회를 곧바로 하자, 이렇게 할 때 다소 인색하거나 야박하다는 생각은 든다”며 “김종인 체제를 선거에 활용을 했고 여러 공과가 있지만 제1당으로 가는 데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그렇다면 김종인 체제에 대한 일정 부분의 존중과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로 인해 호남표가 떨어졌다는 식의 책임론을 앞세운 배척론은 적절치 못하다는 뜻이다.

    다만 김 대표가 <중앙>과 한 인터뷰에 관해선 “김종인 대표께서 화가 많이 나셨지만 대표께서 그런 말씀을 또 밖에다가 하는 것은 현재 우리 당의 취약한 구조나 상황을 볼 때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화를) 조금 삭히셔야 한다”며 “당내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분들은 좀 당을 깊게,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데에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연장론에 대해서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서 “원칙적으로 비대위 체제는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간에 머물러야 한다”면서도 “현재 비대위 체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있고 또 선거 직후인 현재 상황도 있고 정비가 필요하다는 그런 주장도 현실성이 있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장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라는 주장에 대해서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의 ‘합의 추대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쪽은 ‘비노’로 분류되는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였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전당대회 연기론’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연말까지는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서도 “김종인 대표의 합의 추대라든지 김종인 대표의 지도력을 한 번 좀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며 “총선 민의를 일정 기간 좀 끌고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전대 연장론에 힘을 실었다.

    이 원내대표는 “(더민주 승리에 대해) 반쪽 승리라고 하지 않나. 호남은 완전히 잃었다. 수도권을 포함한 정당투표에서 3등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묘수를 국민이 줬다”며 “그 방정식을 좀 풀어야 되겠다, 그 푸는 능력과 수권의 의지는 어떤 것이냐. 바로 총선 프레임을 만들고 끌고 나간 그 쪽에게 먼저 우선권을 주는 게 좋겠다, 그것이 당을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 문제로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 “당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약간 곁가지라고 생각한다. 수권의 능력을 배양하는 당으로써의 모습을 갖추는 데 협력하고 같이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잘 될 거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친노 “총선승리, 김종인 공이라는 의견 동의 못해”

    반면 ‘친노·친문계’는 김종인 대표가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더민주의 총선 승리에 대해 “김종인 대표의 공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며 “광주 전남만 보고 나면 (당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 그거에다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폄하성 발언이 또 있었다. 이게 결정타가 됐다. 그 후에 호남 여론이 급전직하 했다”며 사실상 호남 참패의 탓을 김종인 대표에게 돌렸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호남의 심판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일부 언론들이 그렇게 부풀린 측면도 많다”며 “그런 부분이 호남 쪽에서 먹혔던 것”이라며 친노 책임론에 대해선 축소하기도 했다.

    김종인 당대표 추대론과 비대위 체제 연장에 관해서도 설 의원은 “경선을 안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라며 “빨리 전당대회를 하도록 준비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선 때까지 당을 맡아 달라’고 해서 당에 왔다는 김종인 대표의 말에 대해선 “그건 문재인 대표의 개인적 견해”라며 “설혹 그렇게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김종인 대표가) 안 물러간다는 게 이야기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 또한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종인 대표를 겨냥해 “사심 없는 시스템 공천하고 비례공천 파동없이 문재인 호남방문 훼방놓지않았다면 더민주가 과반의석 확보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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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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