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의 성적표, 미래는?
    제3세력 존재감 상실, 변화 필요해
        2016년 04월 14일 1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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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에서 거둔 진보정당들의 성적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비록 경기 고양 갑의 심상정 후보와 경남 창원 성산의 노회찬 후보가 지역구에서 3선을 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일부를 빼고는 한 자리 수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로서는 인천의 조택상, 김성진 후보, 경기 안양 동안의 정진후 후보, 경북 경산의 배윤주 후보 등이 19~30%에 이르는 득표를 했지만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의당이 아닌 진보 지역구 후보로는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와 북구의 윤종오 후보가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가 되어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경북 경주의 무소속 권영국 후보도 15%로 3위를 차지했고 녹색당의 대구 달서구 변홍철 후보와 민중연합당의 경북 구미 남수정 후보도 30%에 이르는 득표를 했지만 이 두 곳은 새누리당과의 양자 대결이어서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보정당들의 정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이다. 정의당이 7.23%로 4석의 비례대표를 얻었지만 노동당 0.38% 녹색당 0.76% 민중연합당 0.61%로 전체를 합쳐도 8.95%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7대부터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정당 지지율에서 진보의 전체 합산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17대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을 합치면 13.2%, 18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그리고 창조한국당을 합치면 12.6%, 19대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녹색당을 합치면 12%에 이르는 등 10%는 넘는 수준을 유지하던 진보정치의 지지율이 20대 선거에서는 한 자리 수로 떨어진 것이다.

    진보4당

    진보정치의 이번 20대 총선 성적표를 정리하면 앞으로의 고민과 변화가 예상되는 지점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첫째, 10년 넘게 이어지던 한국 정치 제3세력으로서의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더욱 약화되었다. 이제는 국민의 당이 원내 제3당이자 교섭단체로서 그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국민의당 정당 지지율에서 지역구는 더민주를 찍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으로 하는 교차투표의 성격도 있지만, 영남지역의 정당지지율은 보면 자체의 지지 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대 총선의 새누리당이 받은 영남지역의 정당 지지율과 20대 총선의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거의 영남 전 지역에서 10% 이상 줄어들었다는 점을 볼 때 단순히 더민주 지지층의 교차투표로 볼 수만은 없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부분도 상당하다. (19대와 20대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 부산 51→41, 대구 66→53, 울산 49→36, 경북 69→58, 경남 53→44)

    둘째, 정의당이 지역구의 야권연대에 목을 매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총선 전략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측면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거꾸로 보면 일관되게 야권연대를 거부하면서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서려고 안간힘을 다하며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 정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 국민의당 태도와 비교된다.

    물론 이는 결과를 보면서 과정을 평가하는 성격도 일부 있지만 정체성에서 더민주와의 차별성이 국민의당보다 더 큰 정의당이 오히려 야권연대에 집착을 하고, 국민의당은 제3세력으로 정립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 비교된다. 물론 야권연대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전략적으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세력으로서려는 모습이 오히려 부족하면서 대중적으로는 더민주와의 연대에 집착하는 집단으로 인식된 측면이 크다.

    셋째 정의당의 지역별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전국 평균 7.23%이고 광역단위로는 세종자치시 8.85 울산광역시 8.72 서울특별시 8.50 전라북도 8.14%의 순위이다.

    기초자치구 및 국회의원 선거구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경남의 창원 성산이 16.53%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경기 고양 덕양구가 15.39%의 지지를 받았다. 10%가 넘는 정당 지지율은 받은 곳은 서울 마포 11.38, 인천 동구 12.79, 대전 유성구 10.80, 울산 북구 13.57, 경기의 수원영통 11.50, 안양동안 11.19, 과천 11.75, 그리고 전남 목포 11.48% 등이다.

    그 외에 광역시도의 정당지지율을 웃도는 기초 지역을 보면 위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시는 성북 서대문 관악 동작 영등포 은평 등이며 부산시는 해운대 기장 금정, 대구는 북구, 인천시는 중구, 광주시는 서구와 광산구 등이다. 강원도와 충남북에서는 춘천와 청주, 천안 등이며 전북은 김제와 전주, 전남은 영암, 경북은 포항과 경산 등이 광역시도의 정당 지지율을 웃도는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가 출마한 곳들과 비교적 많이 겹친다는 점이다. 지역구 후보들 지지율은 국민의당 등 변수에 의해 타격을 받았지만 정의당 정당 지지율의 제고에는 상당한 도움이 됐다. 하지만 노동자 밀집지역 또는 비교적 도시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정의당의 지지기반과 조직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창원이나 울산, 거제, 양산 등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과거의 민주노동당 때와 같은 의미 있는 정당 지지율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이다.

    다른 진보정당의 지지율 중 특이사항은 녹색당은 서울시에서 1.1%의 지지율, 노동당은 울산시에서 2.9%의 정당지지율을 얻었고 민중연합당은 자신들의 기반이 비교적 강한 광주와 전남에서 2.5%대의 지지율을 얻었다.

    넷째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다른 진보정치세력을 압도할 정도의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노회찬 심상정의 인지도 높은 인사 외에 비례대표 4석 중 2명은 인천연합 계열이며 나머지 2명은 영입인사들이다.

    정의당과 과거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이 창당한 민중연합당 모두에 거리를 두고 있는 울산연합은 자신과 친화적인 후보들이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당선되면서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높아질 전망이다. 소위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연합이 중심이 된 민중연합당은 최대의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키면서 분투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을 뿐이다. 노동당과 녹색당의 미래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의 재편과 갈등과 협력 여부가 이후 정치권의 관심사이듯이, 진보정치 내부에서도 앞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강화하기 위한 고민들이 깊어질 전망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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