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만 민중총궐기 성사
    "함께 싸워서 불의한 정권 바꾸자"
        2015년 11월 15일 0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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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노동자, 민중 1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도심에 집결하며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해 14일 광화문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총파업을 진행했지만 이 정도의 규모는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 수입쌀 개방,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근혜 정부의 무능, 무책임, 독단적 정책 강행으로 사회 각계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다.

    14일 민중총궐기를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참여한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13만 명(주최 측 추산)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응하다가 26명 이상(오후 11시 기준)이 연행되고 29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부상자 중엔 농민 참가자 백 모씨(70)는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얼굴을 맞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물대포 직사는 제한적인 상황에선 가능하지만 가슴 윗부분은 겨냥할 수 없다. 이 가운데 폴리스라인 인근에 있던 백 모씨가 얼굴 정면에 물대포를 맞았고 물대포의 힘에 거리로 나가떨어졌지만 경찰은 10초 이상 쓰러진 백 모씨를 향해 물대포를 분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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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사진은 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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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서울시청에서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광화문 방면으로 평화 행진을 진행한 후 광화문 광장에서 민중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은 이미 광화문 방면과 좌 측에 동화면세점 방면, 우 측에 동아일보 방면까지 빼곡하게 차벽을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오후 4시 30분경 행진 시작 10분 만에 차벽에 가로막힌 집회 참가자들이 대오를 정리하는 동안 동화면세점 방면에 배치된 경찰은 경찰버스에 올라 권총 형태로 된 캡사이신을 쏘아댔다. 이를 맞고 발끈한 일부 집회 참가자가 경찰버스를 맨손으로 두드리거나 사다리로 경찰을 위협했지만 무장한 경찰은 계속해서 캡사이신을 발포했고 경찰은 오후 4시 40분경부터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사정없이 발포했다.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은 이 물대포에 맞고 바닥에 쓰러진 채 기침과 구토를 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투쟁본부에서 가동한 인권침해감시단은 이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으며 안경이 날아가는 등 불과 30분 사이에 이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당초 불법·폭력 집회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어느 정도의 무력 충돌을 예상됐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 초반부터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마치 참여자들이 쇠파이프라도 휘두르기를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약을 올리듯 경찰 버스에 앉아 창문 사이로 캡사이신을 뿌리거나, 경찰 버스에 올라 대오를 향해 캡사이신을 뿌리고, 경찰 버스 뒤에 있던 경찰 병력이 갑자기 뛰쳐나와 참가자들을 위협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로 이미 분노에 찬 참가자들을 격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플랜트노조를 중심으로 동화면세점 방면에 있는 경찰 버스에 밧줄을 묶어 버스를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도 경찰은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계속해서 쏘아댔고, 이들은 경찰이 미리 설치한 3중의 차벽을 걷어내기 위해 경찰 버스에 밧줄을 묶어 당기기를 계속했다. 참가자가 밧줄을 묶고 있는 과정에서 버스 위에 올라탄 경찰은 날카로운 창으로 밧줄을 끊으려 시도하는 등 보기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계속됐다.

    동아일보 방면에서도 참가자들은 민중총궐기가 열릴 예정인 광화문 광장으로 가기 위해 경찰 버스에 밧줄을 묶어 당겼고 거의 5분 간격으로 발포된 물대포로 인해 이 일대 도로가 하얀 거품으로 뒤덮이는 등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오후 6시 20분 경 종로구청에서도 격렬한 충돌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가 출동했으나 경찰은 구급차에도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분사해 구급차 운행자가 발포 중단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멈추지 않았다. 같은 시각, 민중총궐기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각 단체 외에 개인 자격으로 이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온 시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6시 50분경부터 전철이 광화문역을 무정차 했고, 경찰은 광화문역의 출입구를 아예 원천봉쇄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 참가를 가로막았다.

    약 7시간 가량 대치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11시경 해산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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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시작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5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체포영장으로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참여해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지 45년이 지났지만 야만의 세상을 계속되고 있다”며 “죽어라 일해도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함께 싸우면 승리하고 불의한 정권을 바꿀 수 있다”며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면 2차, 3차 총궐기까지 감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노동자대회 이후 경찰의 불법과 과잉진압이 점철된 현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집회 참가자들의 투쟁을 독려하기도 했다.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총파업 결의발언을 통해 “지금 자본과 정권은 경제가 위기라며 그 해법으로 법을 뛰어넘자고 한다. 근로기준법, 헌법 정도는 지키지 말자고 한다”며 “이제 전태일 열사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의 목소리로 법을 넘어서 법을 지키라고 그들에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민중총궐기에서 ▲노동개악 중단 ▲발쌉 수입 저지/TTP 반대 ▲노점단속 중단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재벌 곳간 열어 청년-좋은 일자리 창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등 11대 영역의 22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같은 요구를 걸고 12월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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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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