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경화,
대안적 미래는 가능한가
    2015년 09월 28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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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참의원을 통과해 ‘전쟁 법안’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안보관련 법안이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안보관련 법안은 현행 일본 헌법이 부정하고 있는 집단자위권 등을 행사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로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많은 법률가들도 위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 등 일본의 보수파들이 안보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궁극적 목표는 집단자위권과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개정하는 것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최근 발행된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임필수)에서 1945년 패전 이후 평화헌법이 제정되는 과정 및 최근 일본 사회운동에 대한 내용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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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보법안 반대 시위(유투브)

평화헌법, 강요한 헌법인인가 링크

일본 사회운동의 재집결

냉전의 종료 이후 오히려 일본 정당의 우경화가 심화되고 개헌을 추진했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개헌 흐름의 첫 번째 단계로서 중의원과 참의원에 설치된 헌법조사회의 중간보고서가 2002년 발간될 시점에 이르면 개헌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정당은 사실상 공산당과 완전히 축소된 사회민주당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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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백을 채우고자 개헌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이 형성되었다. 공산당 계열의 ‘헌법개악반대공동센터’에는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전노련), 전국상공단체연합회, 신일본부인회, 자유법조단이 참여했다. 과거 총평 계열의 평화운동을 계승하는 ‘포럼 평화·인권·환경’(평화포럼)도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2004년 6월, 9명의 저명인사가 중심이 되어 결성한 9조회가 개헌반대 운동의 중심에 섰다. 9조회라는 이름이 붙은 모임은 결성 직후 2005년 4월에 전국적으로 1200개, 2006년 1월에 4000개로 증가했고,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법이 통과된 2007년에는 6800여 개에 달했다. 9조회의 제안자에는 과거 ‘베트남에 평화를! 시민연합’의 제안자 오다 마코토가 포함되었고, 실제 조직 구조도 베평련과 유사하여 지역·분야·직장별 모임은 발기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의 하부모임이 아니었다. 9조회에는 공산당 계열 조직과 인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과거 사회당 소속이자 사회민주당 명예의장으로 1993년에 중의원 의장을 역임한 도이 다카코를 포함해 11명의 인사가 2005년 6월에 조직한 헌법행각회도 활동을 전개했다. 명칭은 헌법 수호를 위한 순회 강연을 펼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헌법행각회는 9조회와 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지는 않았다.

2015년 8월 9조회는 아베 정부의 ‘전쟁법안’에 반대하자는 5월 1일의 호소에 힘입어 아베 정부의 지지율이 37%로 하락했으며, 풀뿌리 운동을 확산시켜 지지율을 10% 더 하락시키면 아베 내각이 퇴진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9조회는 전쟁법안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강화하는 네 가지 흐름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민주당, 공산당, 사회민주당이 새롭게 공동투쟁을 진행하고 있고, 둘째, 9조회의 제안이 도시와 농촌에서 유례없이 발전하고 있다. 셋째, 보수적 시민도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넷째, ‘SEALDs’(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로 알려진 청년과 여성 집단이 함께하고 있다. 9조회는 8월 30일 도쿄 의회에 10만 명,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성사하고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투쟁과 전쟁법안에 반대하는 투쟁을 연계하자고 호소했다.

대안적 미래는 가능한가

냉전이 종료된 지 20년이 훨씬 지난 현 시점에도 동아시아 정치를 지배하는 개념은 냉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 억지, 전진배치, 전력투사, 군사동맹, 봉쇄 등의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될 무렵 일본의 대표적 평화운동가 무토 이치요우는 대안적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아시아 태평양 비핵화. 핵무기 보유 국가들이 진지하게 핵무장 해체를 발의한다.

–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단계적이지만 체계적인 무기감축. 역시 단계적이지만 신속한 미군부대와 미군기지의 철수. 이에 기반을 두고 아시아 태평양 국가를 포괄하는 대안적 조약을 체결한다.

–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안정을 위한 완전한 신뢰구축. 즉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 일본의 식민지배로 발생했던 문제들을 해결한다.

–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폐지와 나아가 미일 안보조약의 폐지. 미군이 오키나와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일정의 확정. 이는 특히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신속한 축소,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에 배치된 미 해군의 즉각 철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에 위치한 미군기지의 단계적 제거. 이러한 일정이 진행되면 미일 안보조약은 새로운 비군사적 상호우호조약으로 대체된다.

– 정규군으로서의 자위대를 폐지하기 위한 조치. 그 시작은 자위대의 단계적 감축과 공격적 무기체계의 재조정이 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출발점으로 미일 조정기구(사실상의 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일본 정부만이 통제하는 방어체계로 확실히 전환해야 한다.

– 민중안전포럼(People’s Security Forum)을 소집하고 제도화한다. 민중의 안전에 관심을 가진 비정부기구, 종교기구, 여타 기구가 민중안전포럼에서 만나 토론하고 대안적 평화조약에 관한 합의를 이루며 정부와 국제기구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제안이 제시된 지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실제 역사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동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의 핵무기 현대화 계획, 북한의 핵무장 흐름, 일본의 잠재적 핵 보유 시도로 과거 못지않은 핵전쟁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도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시도하는 등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는 첨예한 최첨단 무기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동아시아 차원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도 패트리어트, 사드 미사일요격 체계(THAAD)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재 호전적인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은 한반도에서 불안정을 유발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18년 만에 개정되어 미일동맹은 동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세계화를 지향한다. 명목상 평화국가를 자칭했던 일본은 유엔 헌장이 성립될 당시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집단적 자위권 개념을 해석하여 미국의 공격적 군사전략을 추종하고 있다. 동아시아 미군기지는 미국의 전진배치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층 더 요새화되고 있다.

자위대는 이미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 중 최첨단의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대중국 공해전을 수행하기 위한 해공군 전력, 중동을 겨냥한 원거리작전 전력, 센카쿠를 비롯한 영토분쟁에 대비한 상륙작전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대중국 전쟁 시나리오를 전제로 구성된 공해전 개념과 그 속에서 일본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 책의 4장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안적 미래를 위해 제시된 어떤 제안도 쉽게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아가 대안적 미래는 일본 내에서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동아시아 각국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축소와 군사동맹 해소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희망하면서 일본의 잠재적 핵 보유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위선에 불과하다.

나아가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기 때문에 교전권과 전력 보유가 금지되어야 하지만 한국군은 최첨단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동아시아 각국의 군사화를 추동할 뿐이다. 전쟁을 포기한다는 일본 헌법에 담긴 평화 이념은 패전국 일본에 가해진 징벌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되며, 동아시아 각국이 지향해야 할 보편적 이념으로 발전해야 한다.

필자소개
임필수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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