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아닌 지방자치단체,
    무기계약직 최저임금 위반 사례 다수
    심지어 예산 남으면서도 최저임금 미달
        2015년 09월 10일 1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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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지불 능력이 낮은 중소영세사업장도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지방자치단체 중 상당수가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 노임단가가 아닌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일부에선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자체들은 배정된 무기계약직 기준인건비 예산이 남는 상황임에도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례라 더욱 논란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과 10일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경상남도 자료제출 거부)를 통해 제출받은 224개 지방자치단체의 무기계약직 임금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민주연합노조·전국일반노조협의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최저임금(2015년도 시급 5,580원)을 위반한 사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총 80개로 조사 대상의 35.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자료제출을 거부한 경상남도(19개)까지 포함될 경우 위반 지자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원, 전남도 각 12개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급한 사례가 드러났고 대구 지역의 경우 8개 지자체에서 모조리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공공최저

    사진=국민TV

    행정자치부는 ‘2015년도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을 만들며 “(무기계약직의) 일당은 지정, 통계기관이 공표한 노임단가의 범위 내”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지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침과는 달리,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임금 수준에서 무기계약직을 고용해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식대, 교통비, 상여금 등의 항목까지 포함해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2014년 기준인건비 예결산을 살펴보면 공무원 14조 4,006억 원, 무기계약직 1조 8,733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공무원의 인건비는 97.22%(1조 4,003억 원)를 집행한 반면 무기계약직은 74.17%만 써 무려 4,840억 원이나 남겼다. 인건비가 남으면서도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공무원 인건비는 기준액보다 더 쓴 반면 무기계약직은 기준액보다 덜 쓴 지자체도 62곳에 달했다.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부터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계약직 인건비 집행 잔액 4,840억 원이면 연봉 2,500만 원짜리 일자리 2만 개를 만들 수도 있고,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5만2,800여 명의 지방자치단체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매년 900만 원씩 더 임금을 줄 수도 있다”며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전국 지자체의 최저임금 위반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민주노총은 지난 4월부터 전국 240여개 지자체 예산을 미리 분석해, 78곳의 최저임금 위반을 폭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에는 예산이 아니라 결산 자료, 즉 이미 집행된 인건비 내역을 조사한 것으로 사실상 범죄행위 리스트가 공개된 것”이라며 “영세사업주도 아닌 정부가 지불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무더기로 위반하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지자체의 무더기 최저임금을 위반한 책임자에 민·형사상 책임과 체불임금을 즉각 지급 ▲철저한 최저임금 근로감독 실시 ▲지자체 무기계약직을 비롯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 시중노임단가 이상으로 책정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중앙행정부처가 이미 예산을 책정할 때부터 최저임금을 무시하고, 지자체는 정해진 예산조차 다른 곳에 사용하면서 최저임금 위반이 무더기로 발생하는 이 시스템은 민간부문의 원·하청 관계를 쏙 빼다 박았다”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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