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호기심의 대상
    [그림책 이야기]『색깔 손님』 (안트예 담 / 한울림어린이)
        2015년 06월 01일 11: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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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에서만 사는 할머니

    엘리제 할머니는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습니다. 너무너무 겁이 많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거미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고 나무도 무서워합니다. 그러니 밖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할머니가 좋아하는 일도 있습니다. 바로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정리하는 것이지요. 집안 공기도 깨끗하게 해야 하니까 맑은 공기가 들어오도록 가끔은 창문을 열어 놓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창문으로 하늘색 종이비행기가 들어온 것입니다. 할머니는 난데없이 나타난 하늘색 종이비행기를 난로에 넣고 태워버립니다. 그런데 밤이 되자 할머니는 자꾸만 하늘색 종이비행기가 생각납니다. 마치 수많은 종이비행기가 집안으로 날아드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할머니는 무서워서 절대로 문을 열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밖에 있는 사람도 문을 열어줄 때까지 문을 두드릴 태세입니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엽니다. 다행이 문을 두드린 사람은 꼬마 손님입니다. 꼬마는 다짜고짜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내 비행기 어디로 갔어요?”

    색깔 손님

    할머니는 왜 겁이 많을까?

    엘리제 할머니는 겁이 많아서 집안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거미도 무서워하고 사람도 무서워하고 나무도 무서워한답니다. 그런데 왜 할머니는 겁이 많을까요?

    누구나 무서운 게 있습니다. 예컨대 저는 물을 무서워합니다. 어릴 때 목욕탕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목욕탕에도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친척이 물에 빠져서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저는 여전히 물을 무서워합니다.

    할머니에게도 거미와 사람과 나무에 관한 나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독거미에게 물려서 죽을 뻔한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나쁜 사람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집을 덮쳤을 지도 모릅니다.

    나쁜 경험만 두려움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나쁜 교육도 두려움을 만듭니다. 우리가 받는 교육에는 안전교육이라는 이름의 공포교육이 많습니다. 해충도 조심해야 하고 맹수도 조심해야 하고 바이러스도 조심해야 하고 질병도 조심해야 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또한 성공교육이라는 이름의 걱정교육도 많습니다. 공부도 잘 해야 하고 친구도 잘 사귀어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합니다. 나쁜 교육이 공포와 걱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꼬마는 왜 겁이 없을까?

    누가 사는지 모르는 이웃집이 있습니다. 그 이웃은 한 번도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습니다. 이따금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 놓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그 집 창문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고 싶습니까? 그리고 종이비행기를 찾기 위해 그 이웃집의 문을 두드리고 싶습니까? 아마도 나쁜 교육을 받은 어른들 가운데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꼬마는 분명 어른들과 다릅니다. 누가 사는지 모르는 이웃집에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고 당당하게 문을 두드립니다. 어린이들 가운데 주인공 꼬마처럼 용기 있는 어린이는 많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호기심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전한 곳일까요? 아니면 위험한 곳일까요? 안전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성공할까요? 아니면 실패할까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내일 살아있을까요? 아니면…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즐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포와 걱정은 우리에게서 아름다운 꿈을 빼앗아 버립니다. 우리에게 꿈이 없다면, 매일매일 공포와 걱정의 연속이라면 세상은 지옥입니다.

    다행인 것은 나쁜 경험이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좋은 경험은 기대와 희망을 갖게 만듭니다. 나쁜 교육은 공포와 걱정을 주는 반면, 좋은 교육은 끝없는 호기심과 불굴의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어린이와 어른

    어린이는 언제나 뭔가를 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꿈꾸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증거입니다. 반면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은 늘 해야 할 일과 걱정에 휩싸여 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여기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이웃집 할머니를 구하러온 꼬마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어린이가 어른을 구원하고 있습니다. 꼬마가 할머니에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색깔 손님』은 어린이와 어른, 공포와 용기, 세상과 교육, 꿈과 현실에 대해 끝없는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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