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검찰, 수사 이전에 이미 결론 내려
    정의당 서기호, 유가족 감시 등 검찰 행적 정부기록물 공개
        2015년 04월 01일 05: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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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기도 전에 이미 수사 결과를 확정해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1987년 1월 19일자 ‘고문치사 사건 수사 중간 보고’(작성자 미기재)라는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확정된 사실관계’라는 목차 아래 ‘구속피의자 2명뿐’, ‘상급자 등 교사·방조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건을 송치 받은 날은 1987년 1월 20일이다. 사건을 받아 피의자들을 수사하기도 전에 사건 결과를 이미 확정지어 놓은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박

    박종철(왼쪽)과 박상옥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 검찰 제3과 생산, 현재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고문치사(박종철)’ 기록물을 직접 열람하고, 1일 이 같은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수사기록과 별개로 고문치사 사건 발생 이후 서울·부산·대구·광주·춘천 등 각 지검에서 생산해 법무부에서 수시로 보고한 총 257쪽 가량의 정보보고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박종철 사망 사건 수사상황 보고’, ‘변사자 박종철 유족 관련 동향’, ‘박군 치사사건 공판관련 법정주변 동향’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 의원에 따르면, 특히 이 문서에는 ‘피의자 상대 수사는 사건 송치 전 치안본부에서 완결되도록 수사 지휘’, ‘흥분된 매스컴의 보도열기를 가라앉히는 조용한 수사 마무리’라는 수사지휘 내용까지 기재돼있다. 이는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조기에 축소·은폐해 조기에 마무리하려 했다는 의혹이 단순 의혹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검찰이 사건 발생 직후 지속적으로 유가족들을 사찰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가 누구와 만나는지,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는지, 당시 야당인 신민당 인사들과의 접촉 여부까지 보고서로 작성했다.

    또 정부당국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성향 파악과 순화 가능성이 있는지, 가정형편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상세하게 보고돼 있다. 사건 진실 파악에 주력할 때에 유가족을 사찰하며 정권 보호를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세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서 의원은 “이번 기록물 열람을 통해 당시 검찰이 경찰 수사결과에 맞춰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검찰이 진실 파악은 외면하고 유가족 사찰에만 열을 올린 것을 보며 당시 검찰이 과연 공익의 대변자로 국민의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당시 이 사건의 담당검사였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선 “대법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이 지금이나마 민주열사와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는 길”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검사 임용 시 선서한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를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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