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어린이집 폭행사건과 CCTV'
        2015년 01월 17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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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유아 폭행사건에 대해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한 사람이면서 전직 보육교사로도 일을 했던 서정명씨의 글을 게재한다. 폭행사건에 대한 문제점과 잘못됨을 전제한 내용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열악한 보육복지 현실과 공공 예산 등에 대한 문제점은 별도의 주제이어서 직접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다른 생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걸 본인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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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은 어린이집에 설치하는 CCTV는 그 성격이 일반 CCTV와는 다르다고 한다. 어린이집 CCTV가 아이에게 밥을 먹이거나 잠을 재우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성격이 어린이집이라고 다르지 않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애를 열심히 돌보면 CCTV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새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열심히 일하니까 사무실 천정에 CCTV 설치해도 되겠네?

    애한테 잘해주면 CCTV 앞에서 꿀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렇다면 경보벨이 울렸다는 이유로 손님의 가방을 뒤진 가게들이나 불심검문을 하며 소지품을 뒤지는 경찰도 받아들이시라. 당신은 꿀릴 것이 없지 않은가.

    이런 일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아이가 맞고 난 다음 알게 되는 것보다 아예 맞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일이다.

    버스 운전석 뒤에 앉아도 CCTV 때문에 하품하는 것이 신경이 쓰이는데 하물며 일터에 있는 동안 계속 감시를 받는다면 사람이 미칠 지경일 텐데 무슨 노동을 기대하겠는가.

    CCTV를 설치해야 이런 일이 안 일어난다고 했던 사람은 좀 찾아가보고 싶다. 이 일은 산신령이 보고 있다가 부모의 꿈에 나타나 알려준 일도 아니고 CCTV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육교사 폭행

    폭행사건에 대한 보육직원들의 사과문(방송화면)

    어린이집 교사들이 국정원 직원도 아닌데 무슨 직업의 특성을 운운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가 좋아서 어린이집 교사로 밥을 벌어먹고 사니 CCTV 설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네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시켜주는 거니까 나는 너한테 돈 안 줘도 되는 거지?’라고 말하는 인간들의 말과 다르지 않다. 그게 ‘열정 페이’다!

    세상이 다 아는 어린이집 교사의 박한 급여에 대해 말하면 당신들은 또 아이에 대한 사랑 어쩌고 하겠지. 한 명이 착취하면 ‘열정 페이’고 만 명이 착취하면 직업의 특성이냐? (그러니까 어린이집 교사들, 당신들도 애들이 좋아서 쥐꼬리만한 월급에도 견디며 산다고 하지 마라. 쉴드 칠 명분이 없다. 내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홱 도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마음으로 돌본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부모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는 만큼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물어본대도 밤을 새며 털어놓을 것이다. 그걸 CCTV 하나로 막아보겠다는 당신들의 앙상한 논리에 나는 망설임 없이 욕을 쏟아 부을 수 있다.

    또 하나, 사회구조가 뭣 같아도 신념과 도덕으로 무장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 왔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열사라 하고 의사라 칭하며 위인전도 내주며 살고 있다.

    출근하자마자 기저귀 갈고 점심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흡입한 후, 바닥의 밥풀을 치우고 이불 깔고 애 재우고 그 사이 업무처리하고…아오, 말하기도 숨차다. 매일 그거 하고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받는다고요.

    나도 어린이집 근무할 때 위장 장애랑 오줌 소태로 약 참 많이 먹었고, 언젠가는 애 어깨와 내 턱이 부딪혀서 어금니 일부가 깨졌는데, 그래도 협동조합 어린이집이라 교사회 내부 산재처리로 일부 지원을 받았었다. 그것이 내게 힘이 되었다. 의사, 열사 칭호는 원치도 않으니 돈이나 제대로 달라.

    아, 그리고 이건 딴 얘기이다. 딱 이번 일이 김치 안 먹는다고 생긴 일이라 하는 말인데 나는 어린이집 식단에 김치가 꼭 들어가야 할 필요를 모르겠다. 어린이집에서는 유아용 김치와 어른 김치를 따로 담그거나(따로 담그려면 몇 푼 안 주는 영양교사 눈치가 보이는 데다 백김치는 빨리 쉬어서 자주 담가야 하니 또 눈치가 보이고) 유아용 김치를 사거나(비싸 그거!) 해야 되는데, 이게 아니면 저게 아쉬운 상황이다.

    요즘 세상에 비타민 혹은 유산균을 섭취할 방법이 따로 많으니 김치 없다고 큰일 날 일도 아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이면 김치를 좋아해야 하고 매 끼니 먹어야 한다고 앞뒤 없이 지절대는 그 쓰잘데기 없는 정신머리부터 고치라고.

    필자소개
    부모이자 전직 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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