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그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센터장은 월급 도둑질하고, 원청은 파업 무력화 안감힘
        2015년 01월 08일 08: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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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79일의 노숙농성과 50일간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LG U+ 등 통신비정규직 문제는 씨앤앰 하청업체 정리해고 문제와 함께 지난해 말 해결되길 바랐으나, SK브로드밴드 조합원들은 여전히 혹한의 거리에 있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SK브로드밴드 ‘행복센터’의 개통․철거 기사, AS기사, 내근직(총무, 인바운드, 스케줄러, 방판영업 등)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신청, 개통, 장애처리 등을 담당하는 기존 ‘고객센터’의 업무와 지역 고객을 관리한다.

    SK브로드밴드에서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모두 SK그룹의 직원이 아니다. 전국에 분포된 90개의 ‘행복센터’ 전부가 외주화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각 센터마다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 센터와 중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업체가 산하에 2~3개 지역의 행복센터를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로 운영된다.

    주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외주화로 운영되는 이유는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SK그룹의 매출을 위해, 혹은 센터장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임금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월 2번 밖에 쉬지 못하는 등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도대체 뭐 먹고 살라는 건지’… 매달 최소 72만원 임금 부당 삭감
    업무실비 전액 노동자 부담, 인센티브도 센터장이 중간 착취

    SK브로드밴드 ‘행복센터’ 기사들은 업무에 필요한 모든 보호 장구를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아 다쳤을 경우 치료비 또한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모를 직접 구입하고, ‘쥐꼬리만한’ 임금에 일하다 다쳐 받은 치료도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차량도 제공되지 않아 기사 대부분이 자차로 이동한다. 이 때 발생하는 유류비도 100% 노동자 부담이다. PDA 지급도 없이 개인 휴대폰 앱을 통해 업무지시를 받는데, 심지어 업무수행에 필요한 개인 휴대폰도 SKT 통신상품만 가능하고, 사용되는 통신 비용도 노동자가 내야한고, 명찰이나 명함도 월급에서 차감된다. 이렇게 한 달에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는 업무실비는 35~40만원에 이른다.

    sk비정규

    지난해 11월 20일 파업 돌입 당시의 모습(사진=노동과세계)

    각 센터장들의 행태는 거의 ‘도둑질’에 가깝다. 매달 패널티 명목(무슨 패널티?)명목으로 떼가는 돈이 수십만 원에 이르고, 센터 내 자재를 구입할 때도 직원들의 월급에서 차감한다. 심지어 자재 구입비도 실제보다 높게 책정하는 등 기사들 속여 비용을 전가하는 사례도 있다.

    모뎀 등 장비를 분실했을 때도 전국 센터장들이 담합해 분실비용을 고가로 책정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행복센터에서 일하는 기사들은 원청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해 등급을 매겨진다. 쉽게 말해 시험을 통해 승진하는 것인데, 등급이 높을수록 받는 분기별 인센티브도 높아진다. 그런데 센터장들이 기사들이 받을 100만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센터운영비 명목으로 30%를 차감하거나, 아예 지급하지도 않는 센터가 수두룩하다.

    원청에서 정해준 설치 수수료를 센터장들이 담합해 멋대로 삭감하는 일도 있다. 하다못해 퇴직적립금까지 부당 공제해 매달 20만원씩 떼어간다. 자재구입비, 장비분실 차감, 설치수수료 삭감 등을 제외해도 노동자가 매월 부담하거나 부당하게 삭감 당하는 금액이 72만원에 이른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 월 평균 휴일 고작 2~3일
    시간 외 노동 수당은 물론 교통비, 명절상여금도 지급 안 돼

    행복센터 노동자들은 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에 퇴근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토요일도 정상 근무해 보통 주6일제다. 공휴일도 마찬가지다. 따지면 이들은 주당 60시간을 근무하고 일요일까지 근무하면 주 70시간 이상을 일한다.

    근로기준법 상의 1일 8시간, 1주(7일) 40시간이라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시간외 수당은 한 푼도 주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휴일수당의 경우 각 센터별로 규정 없이 들쑥날쑥하게 지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4대보험 적용은 먼 나라 얘기다. 휴가비, 의료비, 교통비, 명절상여금 등 복리후생은 전무하고, 퇴직금 적립 및 퇴직연금 가입 여부 대부분 노동자들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사용자가 적립해야 할 퇴직금을 매달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떼어가는 센터도 있다.

    일부 AS기사들에 한해 4대보험이 적용되기도 하나 AS기사까지 도급계약으로 운영되는 센터는 이 조차도 없다.

    센터장 횡포 해결해야 할 원청 SK그룹은 ‘파업 무력화’에만 안간힘
    파업 시 대체인력 공고까지

    견디다 못한 행복센터 노동자들은 살인적 노동 강도와 적은 임금 문제의 원인인 비정규직 하도급 문제 해결을 촉구를 위해 지난해 3월 노조를 설립, 원청에 사용자성 책임을 묻고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노조의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편 노조 파업을 대비해 센터를 통해 파업 시 일할 대체 기사를 고용해 양성하고, 조합원들의 일감을 뺏는 등 전형적인 노조탄압을 자행했다. 총파업 중인 현재에도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파업 시 대체인력 구함’이라는 공고를 버젓이 내고 있다.

    통신업계 하도급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점점 커지면서 지난해 9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에서 ▲원만한 노사교섭 ▲부당노동행위와 도급계약 강요 중단 ▲다단계 고용 금지 추진 ▲부당노동행위시 계약 해지조항 삽입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간접고용 구조의 근본적 변화 방안 장기적 검토 등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SK그룹은 해를 넘기고도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SK비정규직지부가 면담을 요구하며 SK본사 건물 항의 방문을 했을 당시 2시간 가량 면담이 이어졌고, SK 측은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그다지 신뢰가 가진 않는 대목이며, SK그룹의 ‘이중성’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면담을 수용하는 동시에 SK측은 본사 건물 4층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 222명을 강제 연행토록 했다. 연행된 조합원 중 노조 간부 3명에는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상황이다.

    SK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도 아니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달라는 것뿐이다.

    SK비정규직지부의 요구는 상식적이다. ▲고용과 근속 승계 보장 ▲노동자들에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는 업무 재하도급 금지 ▲주 7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 단축 ▲업무용 차량과 전화기, 유류비 등 실비 지급 ▲생활임금 보장 등이다.

    이들은 “우리의 목표는 파업이 아니며, 센터 사용자들과 원청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전향적 태도가 확인된다면 12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며 “그러나 SK브로드밴드 원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해를 넘겨 총파업 50일차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SK그룹 본사를 항의 방문해 면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청의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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