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의 길 위에 있는
    스웨덴 '민중의 집' 운동을 보며
        2014년 12월 04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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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와 마포 민중의 집 관계자들이 최근 스웨덴과 터키의 <민중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운동에 대해 몇 차례 강상구 구로 민중의 집 대표가 기고한다. 그 두 번째 글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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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글 ‘터키 민중의 집은 있어야 할 곳에 늘 있었다’ 링크

    스웨덴 민중의 집 운동은 민중의 집 연합회로 모여 있다. 민중의 집 연합회는 전국 곳곳에 600개에 이르는 민중의 집과 120개에 달하는 민중공원, 그리고 직영 영화관 5개의 연합체이다.

    이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민중의 집은 ‘만남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민당, 스웨덴 노총과 함께 스웨덴을 사회복지국가로 이끈 ‘대중운동’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스웨덴 민중의 집은 여전히 스웨덴 사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고, 동시에 그 내부에서 실천상의 다양한 갈래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같지만 다른 민중의 집의 특성들

    스톡홀롬에서 기차로 1시간여를 달린 끝에 도착한 에스킬스투나.

    볼보건설기계의 부품공장이 있고, 정밀기계․전기기구 등으로도 유명한 작은 도시다. 이곳에는 ‘로열 민중의 집’이 있다. 노동자 아파트가 늘어선 곳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곳 지하에는 257개의 좌석을 갖춘 극장이 있다. 현재 리모델링 중이어서 관객이 없는 극장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스크린에 어느 유명 오페라가 시험 상영되고 있었다.

    평소 이곳은 런던, 뉴욕 등의 극장들과 제휴하여 연극이나 오페라 등을 라이브로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극장은 스톡홀롬, 예테보리, 말뫼, 헬싱보리 이렇게 4군데에 더 있다. 또한, 민중의 집은 전국 200곳의 극장과 협력하여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 활동가는 민중의 집 극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오페라 등을 상영하고, 영화의 경우에도 예술 영화 등을 상영하는 점이 다른 영화관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보통의 상업영화관에 비해 민중의 집 극장이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던 차였다. 이곳에서 민중의 집은 일종의 지역문화센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웨덴 민중의 집

    롹스베드 민중의 집 모습(오현주님 페이스북)

    롹스베드 민중의 집은 스톡홀롬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1980년에 지어졌는데, 현재 민중의 집 대표는 원래 민중의 집 건물에서 청소노동자로 일을 했었다고 한다. 나중에 노동조합 활동을 거쳐, 정치에 입문하고 스톡홀롬 부시장을 한 그는, 몇 년 전부터 민중의 집 대표로 일하고 있다.

    롹스베드 민중의 집의 가장 큰 역할은 ‘만남의 장소’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중의 집 안에 다양한 회의 장소와 모임방들이 여러 개 있다. 커다란 홀도 하나 있는데, 조명을 어둡게 하고 스위치를 누르니 사이키 조명이 흐른다. 동네 젊은이들이 파티를 열고, 춤을 추는 데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에스킬스투나 민중의 집이 극장 등을 갖추고 공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서 문화센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이곳 민중의 집은 공간을 나눠 쓰면서 만남 자체를 촉진하는 일종의 ‘공유 공간’ 같은 느낌이다.

    린키비 민중의 집은 다른 곳에 비해 ‘운동성’이 강했다. 린키비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소말리아 이민자들, 터키․시리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의 모습이 린키비 민중의 집의 특징을 말해주는 듯 했다.

    린키비 민중의 집 역시 다른 민중의 집과 마찬가지로 공간을 빌려주고, 영화관을 운영한다. 동시에 이곳은 이주민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철학 까페, 토론 모임 운영 등 각종 사업을 벌인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여는 이력서 쓰기 워크숍부터, 정치인들을 초대해서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자리까지 청년 사업은 다양하다.

    린키비는 약 2만 명 정도가 사는 지역이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스웨덴에 넘어온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들어와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은 최근 이주민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스웨덴은 국적이나 출신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좌파적 철학이 상식인 사회였다. 이런 사회에서 이주민을 터부시하는 극우 정당 스웨덴 민주당이 최근 총선 결과 13% 가까이 득표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로 인해 민중의 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이주민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자신들의 과제로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다. 린키비 민중의 집은 오래된 민중의 집 가운데 그러한 문제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한 곳이다.

    린키비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는 민중의 집도 있다. 스톡홀롬의 또 다른 지역에 위치한 부(BOO)민중의 집. 이곳 역시 하는 일은 다른 민중의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소년 들이 민중의 집 공간을 이용해 음악, 연극 같은 활동을 하고, 민중의 집에 딸린 카페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댄스, 음악 등의 코스에 다니는 학생이 연간 1000명이 넘는다. 요즘 한국에 정부지원을 받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전용 공간들과 비슷하다.

    이 민중의 집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활동가들이 이른바 ‘사회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되었다는 점이다. 민중의 집을 대여하고, 각종 사업을 하며, 축제를 여는 과정에 수익사업의 논리가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공간 대여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면 이와 유사했을까.

    민중의 집, 재정은 어떻게 꾸려나가나?

    이렇게 스웨덴 민중의 집 연합회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민중의 집의 결집체였다. 이들의 이런 ‘차이’는 민중의 집 운영을 위한 재정문제를 대처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민중의 집이 초창기 노동운동, 그리고 그 이후 사민당의 집권 과정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지난 8년 동안 우파가 집권을 하면서 그 지원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각 민중의 집은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롹스베드 민중의 집은 중고상품 가게를 열었다. 애초에 벼룩시장으로 출발했던 것이 점차 규모가 커져 민중의 집이 아예 중고상품 판매 전문 회사를 차린 것이다. 이 가게의 하루 수익은 우리 돈으로 약 200만 원이 넘는다. 민중의 집은 이 돈으로 지역 실업자 사업을 하고, 동네 축구 시합을 열었다. 또 권투클럽을 세우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역의 다른 사회단체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금을 주기도 한다.

    부(BOO) 민중의 집은 민중의 집 건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식회사를 따로 설립하고, 이 회사의 주식을 민중의 집이 100% 갖고 있는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로 되어 있다. 건물 소유 방식이 주식회사 형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실제로 상황이 변하게 될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지분의 일정 부분을 팔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린키비 민중의 집의 경우 건물 소유주는 스톡홀롬시인데, 지난 우파 집권 8년 동안 월세가 40%가량 올라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공간 대여 등에서 이용료를 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민중의 집처럼 별도의 수익사업을 하거나 민중의 집 자체를 수익모델에 기반 해서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 보다 린키비 민중의 집 활동가들은 지역의 70여개에 이르는 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활동방식에 있어서도 재정 문제에서도 민중의 집은 그 내부에 다양한 갈래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민중의 집 운영을 위해 중고가게를 하고, 어떤 곳은 민중의 집 운영을 수익추구 위주로 한다. 또 어떤 곳은 운동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인다.

    실제 이런 노선 차이 때문에 지난 몇 년 사이에 연합회를 이탈한 민중의 집도 있다. 스톡홀롬 중심가, 스웨덴 노총 건물 바로 옆에는 거대한 호텔이 있다. 그 건물의 이름은 ‘민중의 집’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이름만 민중의 집일 뿐 노선차이로 인해 최근에 연합회를 탈퇴했다고 한다. 그곳은 민중의 집이라는 간판과 달리, 실제로는 손님을 유치하고, 국제회의 등을 열어 돈을 버는 상업시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합회 관계자의 평이었다.

    스웨덴 민중의 집 내부의 여러 갈래 경향 속에서 앞으로 어떤 흐름이 부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주목할 것은 민중의 집이 그 나름대로의 운동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민중의 집 연합회는 앞으로 몇 년 사이에 20개 정도의 민중의 집을 새롭게 지을 계획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민중의 집은 대부분 린키비와 유사한 지역에서 이주민들을 주체로 세우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는 민중의 집 연합회가 그 내부에서 ‘운동성’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이다.

    또 한 가지는 협동조합과의 관계이다. 애초에 민중의 집은 노동조합-진보정당-협동조합 등이 함께 지역에서 노동자 민중의 공동의 공간을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협동조합은 민중의 집 활동가들의 말을 빌자면,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더 이상 민중의 집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COOP’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들은 실제로 지역 사회에서 다른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에는 기존의 거대 협동조합 운동을 비판하면서 협동조합 본래의 정신을 지키려는 ‘신협동조합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민중의 집은 이들과는 조금씩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민중의 집 운동 나름대로 ‘운동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한 가지 증거로 이해된다.

    35,000여개에 이르는 노동자 교육모임

    마지막으로 노동자교육협회와의 관계가 인상적이다.

    노동자교육협회는 스톡홀롬에도 있었고, 에스킬스투나에도 있었으며, 전국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었다. 시골 지역에는 민중의 집 건물에 노동자교육협회 간판이 함께 달린 곳도 많았다. 노동자 교육협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좌파가 일종의 인문학 센터를 지역 단위로 설립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동자 교육협회 건물 로비에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각종 강좌와 프로그램들을 안내하는 전단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놀라운 것은 노동자교육협회가 지원하는 ‘공부모임(스터디그룹)’의 숫자였으며, 그 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학습을 원하는 노동자들은 누구나 ‘공부모임’을 꾸리는 게 일종의 문화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노동자교육협회와 연계된 공부모임이 35,000개라는 사실은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한국에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에스킬스투나 노동자교육협회의 관계자는 그 도시에서만 노동자 교육이 1년에 약 30,000시간 정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3천 명이 10시간 정도 공부하는 게 뭐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에스킬스투나의 인구가 약 10만 명 정도이므로, 필자가 사는 구로구에서라면 1년에 10시간을 함께 하는 공부모임 주민을 최소한 1만 2천명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마어마하다.

    스웨덴 방문 거의 막바지에 만난 노동자교육협회의 고위 관계자에게 물었다.

    “공부모임에 다양한 교재를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교재 종류가 몇 가지나 되나?” 그의 대답은 이랬다. “약 7만8천 가지다.”

    스웨덴 사민당은 최근 다시 집권당이 됐고 수십 년 동안 여당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교육협회를 통한 노동자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 틀림없다.

    많은 노동자교육협회가 민중의 집과 함께 혹은 지역에 따라서는 민중의 집에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민주노총 출범 2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 노동자 교육의 현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주민, 그리고 신협동조합운동과 함께 하려는 민중의 집의 새로운 시도, 여전히 민중의 집과 굳건히 연결되어 있는 노동자 교육운동. 이런 것들은 스웨덴 민중의 집 운동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좋은 힌트다.

    필자소개
    구로 '민중의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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