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백혈병 피해 노동자
    2심에서도 산업재해 인정 받아
    반올림 "노동자가 산재 증명하는 법제도 개선해야"
        2014년 08월 21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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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유해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씨와 고 이숙영 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발암물질 노출 여부 증명 부족”을 이유로 다른 3명은 패소했으며 이에 대해 반올림은 “노동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현행 법제도를 당장 개선하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9부(이종석 부장판사)는 이날 황씨와 이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함께 재판을 받은 고 황민웅(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백혈병 사망노동자, 설비유지보수 엔지니어. 유족 정애정)씨와 김은경(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백혈병 투병노동자)씨, 송창호(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악성림프종 투병노동자)씨 3명에 대해서는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수백 종 이상의 유해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입증 곤란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경위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며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 질병 인정 소송에서 입증의 정도를 크게 완화하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유해요인의 존재와 노출량을 모두 간접 증거로 추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들이 있었다. 오늘 산재불승인 판단을 받은 세 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에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됐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현행 법제도는 당장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2명에 대한 승소 판결은 앞서 2011년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황씨와 이씨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 3년이라는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내려진 판결이다.

    황유미 등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수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목숨을 잃은 고 이숙영, 황민웅, 황유미씨. 유가족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영정사진을 든 모습(사진=이종란 노무사)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은 오늘 판결에 다시 상고함으로써 유족들의 고통이 더 길어지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2007년 6월 홀로 근로복지공단을 찾아 산재신청을 한 지 벌써 7년 3개월여가 흘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목적에 따라 ‘신속한 보상’을 중요시 여겨야 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반하여 원심의 산재인정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는 바람에 또다시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한다면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기업주를 위한 기관임을 선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반올림은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험난했다”며 “노동자(유족)측이 산업재해 입증의 책임을 지는 현행 법제도 하에서 산재임을 증명할 방법은 많지 않았다. 과거와 달라진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및 부실한 역학조사로 인한 증명의 어려움, 삼성전자 측의 정보 은폐와 사실왜곡에 더하여 근로복지공단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삼성 전자측의 방대한 반박 주장에 맞서 싸워야 했다”고 전했다.

    또 이 단체는 “산재인정 한번 받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증명책임까지 노동자에게 부과되는 현실을 보면, ‘아프고 병든 노동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산재보험 제도와 너무도 거리가 멀다”며 “따라서 이번 산재인정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노동자에게 산재임을 입증하라는 현행 법제도는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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