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민영화' 강행
    삼성과 박근혜 정권의 합작품
    보건의료노조 7월 22일 총파업 예고…최소 4천여명
        2014년 06월 12일 0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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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를 통해 의료관광호텔업을 신설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일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의료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 야당은 물론 의사협회, 보건의료노조 등은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시행규칙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의료민영화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2일 “위암 초기는 암이 아니고, 말기만이 암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은 위암 중기 상태”라고 지적한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복지부가 밝힌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외국인 환자 유치와 여행업, 수영장 등의 체육시설 신설 등의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제3자가 병원 건물을 빌려 부대사업을 하는 것이나 영리자회사가 운영하는 의료관광호텔에서 의원급 의료기관도 개설 가능하다. 이같은 시행규칙은 7월22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지나 최종 고시된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영리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국회를 통해 마련될 법률안을 행정부가 일개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유지현 단식

    6월 11일 보건의료노조 청와대 앞 기자회견 모습

    삼성의 민간보험 확대 방안과 꼭 들어맞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자회사 설립을 통한 의료민영화 방안은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생명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투쟁 계획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김규남 노조 조직실장은 “지난 2004년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도약을 위한 10대 긴급 제언, 2005년 삼성생명 내부 전략 보고서와 2010년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방안과 과제 등을 통해 이미 구체화됐다”며 “이 시점부터 정부의 의료정책은 삼성측과 같은 프레임을 통해 영리병원 허용, 부대사업 확대,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밝힌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 중 ‘민영의료보험의 발전 단계’에 따르면 삼성측은 실손의료보험을 정부의료체계와 연계해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을 구축하겠다고 되어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겹쳐보면 꼭 들어맞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가 10일 발표한 병원 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전면 확대방안 제4차투자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최종적으로는 병원간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면서 의료민영화를 완성하는 단계이다. 현재의 의료 공공성은 ‘위암 중기’라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의료민영화 시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병원비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 및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하락되는 것이며, 이는 민간보험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때 삼성생명 등이 출시하는 민영보험이 활성화될 것이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역시 약화되면서 끝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서 ‘전면적인’ 의료민영화가 정착된다.

    치과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초등학생이 사망하고,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아침마다 줄서서 제비뽑기를 해야 하는 미국의 의료 현실이 곧 한국에서도 시작된다는 것이다.

    ‘의료의 비영리성’이라는 근간이 무너질 때에는 오로지 영리자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이 좌지우지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보다는 돈벌이에 치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보건의료노조 강력 반발, 7월 22일 총파업 예고…최소 4천여명 참가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의 의료민영화 서막을 알리는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 발표에 강력 반발하며, 시행규칙 입법예고기간이 끝나는 7월 22일 전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보건의료조노조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야당과 치과의사협회, 약사협회, 간호사협회,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야당측에서는 복지부가 부대사업 확대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 입법권 침해로 권한쟁의심판을 하겠다고 나섰으며, 보건의료노조와 의협 등은 시행규칙이 현행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간담회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와 기자 간담회(사진=장여진)

    보건의료노조는 11일 유지현 위원장의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투쟁에 돌입했다.

    12일에는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지부장, 전임 간부 등과의 긴급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13일에는 1차 시국대회를 개최한다. 15일에는 보건의료노조 산하 전지부가 로비농성에 돌입하는 동시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14일에는 서울역에서 경고파업(1차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28일에도 2차 상경투쟁을 준비 중이다. 7월에 돌입해서는 7.30재보선 지역을 중심으로 대시민 선전전을 통해 재보선에서 의료민영화 의제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임단협 교섭 중에 있는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은 62개로, 7월 22일 총파업에는 필수유지업무인력을 제외하고 최소 4천에서 5천명이 참가한다.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민영화가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정부측 탄압이 예견되는 것에 대해 유지현 위원장은 “병원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진료비를 비싸게 받거나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등 2가지밖에 없다”며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과 같이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고, 간호사와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력을 비정규직이나 외주화할 것이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병원간 입수합병이 의료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데, 이 경우 병원노동자 100%가 고용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정책만 보더라도 병원노동자들의 고용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규남 조직실장 역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으로 지방의료원에 대해 지방정부가 경영을 평가하면서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최근에는 중앙의료원 등의 특수목적기관의 내용을 바꾸고 있다. 적십자의 혈액사업을 민간에게 내주고, 강릉의료원을 노인요양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 몇 년간에 걸쳐 인력을 감축 또는 외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현 집행부의 임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고, 새 집행부를 선출해야 하는 사정 등을 이유로 지난 10일 복지부 발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낸 것 이외의 뚜렷한 행보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보건의료노조측은 “현재 출마한 3명의 후보 모두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걸 확인했고, 부대사업과 관련해서도 반대 입장이라고 알고 있다”며 “특히 건물임대 사업의 경우 결사 반대하는 입장인만큼 새집행부 선출 후 행보를 맞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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