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의 임재를 본 음악가
    [클래식 음악 이야기]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2014년 05월 21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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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말. 말.

     “작곡을 하는 중에 내가 내 몸 안에 있었는지 혹은 밖에 있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하나   하나님은 아신다.”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헨델은 독일 태생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다가 영국으로 귀화하여 영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국제적 명성의 작곡가이자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이다.

    아버지는 헨델이 법률가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헨델에게 악기를 다루는 것을 금지시켰다. 헨델은 가족이 자고 있을 때 몰래 다락방에서 ‘클라비어'(작은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한다. 헨델은 교회에서 악보를 복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고, 화성법을 익히고 음악을 작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1706년 이탈리아에 가서 코렐리(A. Corelli, 1653-1713), 알레산드로 스카를랏티(A. Scarlatti, 1660-1725) 등과 교류하던 그는 친구들의 주선으로 런던으로 가게 되어 영국 왕실과 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후 아예 영국으로 귀화하여 많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46곡의 오페라와 무수한 오라토리오를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쳄발로, 오르간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다.

    헨델이 능했던 ‘오라토리오(oratorio)’는 ‘기도실’이라는 뜻으로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생겨난 장르이다. 독창, 합창,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구성되었으며, 대부분 종교적 가사를 기초로 한다.

    오라토리오가 오페라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에서 활약한 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악반주를 곁들인 독창자와 합창단을 위한 비교적 큰 규모의 음악인 오라토리오는, 1600년경 가톨릭교회에서 일어난 반종교개혁운동과 함께 청중을 교화시키는 면에서 큰 효과가 있었다.

    오페라보다 합창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야기 줄거리가 전개되지만, 등장인물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지 않으며 연기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무대장치도 필요 없다. 다만, 이야기의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행위를 설명하는 해설자(testo)가 있는 경우가 많다.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대부분 대개 구약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데, 성서의 이야기는 헨델의 웅대한 양식과 잘 어우러진다. 헨델은 <이집트의 이스라엘인Israel in Egypt>(1739), <유다스 마카바이오스Judas Maccabeus>(1746), <메시아Messiah>(1742) 외에도 무려 29개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다.

    헨델은 기존의 오라토리오 양식에 만족하지 않고 영어 가사를 붙인 새로운 오라토리오(<사울Saul)>(1739), <입다Jephtha>(1751), <에스더Esther>(1720, 1732), <삼손Samson>(1743), <테보라Deborah>(1733) 등)를 고안하여 일반 대중들이 더 친근하게 오라토리오를 이해하고 즐기도록 도왔다.

    다른 오라토리오보다 합창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는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사건을 대본작가 없이 헨델 자신이 성경과 시편의 기도문들로 편집한 작품이다. 총 2부 중 제1부 ‘출애굽(Exodus)’은 출애굽기 1장부터 14장까지에 기록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성공적인 이집트 탈출 사건을 다루고, 제2부 ‘모세의 노래(Moses’ Song)’는 출애굽기 15장에 기록된 ‘모세의 노래’와 ‘미리암의 노래’로 완성시켰다.

    헨델 메시아

    메시아Messiah

    영국에서 성공을 거둔 헨델은 음악 외에도 사업가로서 오페라 극장을 운영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하면서 뇌출혈로 반신불수까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헨델을 구해낸 곡이 저 유명한 <메시아Messiah>이다.

    찰스 제넨스(Charles Jenens, 1700-1773)가 보낸 시를 읽고 감동한 헨델은 3개월간 곡을 구상했고, 단 24일 만에 전곡을 완성했다. 이 음악으로 헨델은 다시 위대한 음악가로서 재기할 수 있었다.

    전 3부로 구성된 <메시아>는 내용적으로 종교음악이지만 실제 종교의식에 사용된 전례음악은 아니다. <메시아>는 ‘기름 부어진 자’, ‘기름 부음을 받은 자’, ‘신이 선택한 지배자’, ‘고통 받는 인류의 구원자’, ‘고뇌하는 자의 해방자’를 뜻한다.

    이 음악을 들으면 인류를 ‘구원’한 그리스도의 일생에 깊은 종교적 감동을 느끼게 된다. 서곡인 ‘예언과 탄생’ 중의 ‘주의 영광 나타나리라’에 얽힌 일화는 유명하다. 헨델은 ‘주님의 영광(And the Glory of the Lord)’에 대한 악상이 막혀 3일 동안 음식을 전패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3일째 아침, 하녀가 들어와 창문 커튼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아침 햇살의 찬란함을 본 헨델은 그 즉시 작곡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로는 1743년 런던에서 <메시아>가 처음 연주되었을 때 영국 황제 조지 2세가 참석했다가 ‘할렐루야’ 합창에 나오는 ‘전능의 주가 다스린다’라는 가사에 감동받아 왕관을 벗으며 벌떡 일어섰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할렐루야’를 부를 때는 청중이 일어나 ‘주의 영광’을 받는 것이 통례가 되었다. 이 곡은 헨델 생전에만 50차례 넘게 연주되었다.

    <메시아>가 더블린에서 초연되었을 때는 청중들이 너무나 쇄도하여 부인들은 스커트를 부풀리는 후프를 착용하지 말아야 하며, 신사들은 칼을 차지 말도록 광고를 내야 할 정도였다.

    베토벤, 바흐와의 인연

    베토벤은 임종이 가까워 병실에 누웠을 때조차 헨델의 <메시아> 악보를 연구했다. 베토벤을 돌보던 봐브루흐가 “봄이 오면 건강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자, 베토벤은 “만일 나를 소생시키는 의사가 있다면 그의 이름은 기적일 것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메시아> 제12곡 ‘우리를 위해 주가 태어나셨도다’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과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단 한 번도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 이 바로크 음악의 두 거장은 같은 의사에 의해 눈이 멀었다는 기묘한 인연이 있다.

    말년에 백내장에 걸린 바흐는 대영제국의 왕실 안과의였던 존 테일러에게 두 차례에 걸친 각막 수술을 받고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런데 이 형편없는 돌팔이 의사는 2년 뒤 바흐처럼 백내장에 걸린 헨델에게도 같은 수술을 했다. 결과는 바흐와 같았다. 이로써 존 테일러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라 할 수 있는 두 음악가의 눈을 멀게 한 영광(?)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필자소개
    한양대 음악대학 기악과와 동대학원 졸업. 미국 이스턴일리노이대 피아노석사, 아이오와대 음악학석사, 위스콘신대 음악이론 철학박사. 한양대 음악연구소 연구원, 청담러닝 뉴미디어 콘테츠 페르소나 연구개발 연구원 역임, 현재 서울대 출강. ‘20세기 작곡가 연구’(공저), ‘음악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번역),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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