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공사의 강제전보
    보복성 인사 조치에 조합원 자살
    박원석 "국회 철도소위, 아무런 성과 없이 3개월 보내" 비판
        2014년 04월 04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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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공사가 지난해 23일간의 철도민영화 저지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보복성 인사조치를 강행해 철도노동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오후 3시 45분, 철도공사 마산신호제어사업소에서 전기원으로 근무하던 조상만(만50세) 조합원이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고 조상만 조합원은 지난 3월 4일 마산에서 진주로 전출됐다가 4월 들어 또다시 진주에서 삼랑진으로 강제전출될 수 있다는 소식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철도노조는 조상만 조합원이 지난 3월 18일 “이번 강제전보 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소장과 면담했다. 진주에 온 지 얼마 안됐는데 다시 삼랑진으로 가라고 하면 어떡하나”라며 불안에 떨어 지부에서도 “이러다 큰 일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자 역시 철도노조측에 고인이 ‘삼랑으로 갈지, 부산으로 갈지 모르겠다’며 전보와 관련해 불안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순환전보, 철도민영화 수순 밟기 위한 ‘노조 죽이기’

    철도공사는 3월에 ‘정기 순환전보’라는 명분으로 철도 현장사업소의 5~10%에 해당하는 인력을 전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출자를 선정하기 위해 대상인력의 2~5배수 직원들을 불러 면담을 진행해 전출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철도노조측은 이렇게 전출을 위한 면담을 진행한 노동자들이 최소 6천명에서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제전출은 해당 노동자가 근무해왔던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가족들과 동료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고립감 문제가 크다. 더구나 언제 다시 다른 지역으로 전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활 자체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러한 인사조치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철도를 민영화하기 위해 수서KTX를 비롯해 여객, 화물, 차량정비 등 철도를 분할 재편할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전보대상자들은 고용안정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철도공사가 지난해 8월 법무법인에 의뢰해 받은 ‘인력통합관리안’ 문건에는 철도공사 직원 1만1천명을 분할된 별도의 회사 3곳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철도노조가 밝힌 해당 문건에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물류와 정비, 시설을 맡는 별도 회사를 설립한 뒤 각각 3천명, 2천명, 6천명을 전직시키고, 파견을 거부할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결국 전보대상자들은 언제든지 정리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의식을 느낀 철도노동자들은 스스로 삭발을 하기 시작했고 이 숫자는 600명을 넘어섰다.

    KTX공대위 기자회견 모습(사진=장여진)

    KTX공대위 기자회견 모습(사진=장여진)

    철도공사 “강제전출 자살 아니야”…철도노조 “거짓말” 반박

    4일 서울역 광장에 열린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KTX범대위)’의 기자회견에서 철도공사측은 조상만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철도공사측은 ‘철도노조원의 사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사실관계를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의 순환전보는 우울증 증세 치료 등을 고려해 업무적 부담이 적은 진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고인이 7월 전보대상으로 포함되었고 삼랑진으로 전출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꼈다는 유족과 철도노측의 주장에 대해 “고인이 소속된 전기분야의 경우 7월 순환전보계획 자체가 없으며, 지난 4월 1일 철도노사 논의 내용에도 7월에는 전기분야가 순환전보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강제전출로 인한 자살’이라는 철도노조의 주장은 현재 진행중인 ‘철도공사의 순환전보 및 정기 인사교류’ 시행을 왜곡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은 사측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순환전보와 관련해 노사간 합의한 게 전혀 없다”며 “전기분야는 전보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직전 자료에 전기, 역, 시설 포함한다고 되어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철도공사가 밝힌 보도자료에 근거라고 제시한 자료라는 것은 그저 ‘노사 현안사항 논의 결과’일 뿐 ‘합의’사항이 전혀 아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시행된 정기인사는 1년에 2번 순환전보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7월이 아니더라도 언제 전보조치가 될지, 누가 대상자가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사위원회에도 노조 입장을 대변할 그 어떤 사람도 포함되어있지 않다.

    대규모, 일률적으로 진행하는 인사조치, 취업규칙 변경해야만 가능

    철도공사의 이러한 인사조치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준수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강제전출은 명백히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며 “단체협악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명환 위원장 역시 “철도공사는 그동안 정기인사제도가 없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 일률적이고 집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이는 노조와 협의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 사항인데도 일방적으로 단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즉 대규모 인사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이 우선인데, 이러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노조측이 합의해준 적이 없음으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는 것.

    김 위원장은 조상만 조합원의 죽음과 관련해 “현재 2만명의 조합원이 현장 인원이 턱없이 남는다면서 강제전출을 한다고 하니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며 “노조에 사람이 죽어가는데 파업이 대수냐, 노조위원장이 감옥하는게 대수냐. 멈춰달라. 제발 멈춰달라. 멈추지 않는다면 내가 감옥을 가게 되더라도, 열차를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강제전출을 막아낼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국회 ‘철도소위’ 공전 상태, 4월 임시국회에서 성과 도출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국회에 철도소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으로 23일간의 파업을 접었는데도 철도소위가 제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원석 의원은 “철도노동자들은 싸움에 졌기 때문에 파업을 접은 게 아니라 국회에서 여야 중재로 철도산업 발전 방안과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소위를 만들기로 해서 파업을 접었던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3달간 철도소위가 한 것이라고는 국토부와 철도공사의 일방적 이야기만 듣고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럽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에 대해 “노조를 설득해서 파업 멈추게 했으면 그에 응당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단지 파업 멈추게 했다는 사실 하나로 정치적으로 활용만 했지 그 어떤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4월 국회 중이다. 다음 달은 없다”며 “만약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철도소위에서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또다시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즉시 철도소위를 개최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더 큰 투쟁과 더 강고한 투쟁으로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이다. 더이상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투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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