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들 넷 데리고
    먹고 살기는 서울이 제일 나아
    [이기순의 생애 이야기] 파출소 상 주는 걸 거절해
        2014년 04월 01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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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순의 생애 이야기-5

    파출서 바로 이우제서 살 때, 그 소장이 나더러 순경들 밥도 혀주고 청소도 혀달라고 혀서, 내가 그 식모도 살았어. 장사하고 살림하고 하는 틈틈이, 그 일을 헌 거여. 나를 너무 착실허게 봉 거제.

    아그가 길을 잃어버려서 파출소를 데려오면, 부모가 올 때꺼정 나헌티다 맡겨. 파출소서는 울고 난리를 쳐도, 우리 집이만 오면 아그들이랑 노느라고 우는 거를 까먹는 거제. 우리 아그들헌티는 못해줘도, 먹는 거 씻기는 거를 갸네들을 더 챙겨주지. 찬밥은 우리 아그들을 줘도, 갸네는 일부러 뜨건 밥을 혀주고.

    한번은 식모 사는 여자 하나가 군인이랑 거시기를 혀다가 임신을 한 거여. 아그는 나올 때가 되고, 남자는 군대 가서 안 나타나고. 그르다가 시장 바닥서 배를 틀며 죽는다고 난리가 난거여. 집을 모르니께 사람들이 파출소에다 신고를 혀서, 순경이 파출소로 데꾸 왔어.

    그날따라 다들 어디를 나가고, 순경이 하나 뿐이었어. 아그는 막 나올려고 배를 틀고 여자는 죽겄다고 악을 씅게, 순경이 또 나헌티 쫓아온 거제. 시장 끝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디, 거까지 쫓아온 거여. 그르니 어뜨켜~? 장사하든 거는 순경더러 접으라 혀고, 나는 먼첨 뜀박질을 헝 거제.

    가서 봉게, 아구야~ 대그빡이 뻔히 보이드먼~. 순경헌티 ‘싸게 싸게 물 디우구 가세랑 보재기랑 담요랑 챙기라’고 혀고, 나는 아가씨랑 실갱이를 헌 거제. 그라구 난리수선을 피우구는 아그가 나온 거여.

    파출소서 나하고 순경하고 아그를 받은 거제. 나랑 애 받은 순경이 박 종권이여, 이름도 안 잊어. 모욕을 시키고 미역국을 끼려 멕이고…. 아이구 내가 벼라 별 일을 다 하고 살았당게. 나같이 살은 사람 음써~.

    그르케 아그를 받아서는 아그랑 아가씨랑을 파출소 숙직실에다 산방을 채려 준 거여. 식모 산 주인집에 야그해도 나몰라라 허드라고. 그라구는 어디 갈 데가 읎는 여자드라고, 부모두 읎구. 내가 삼칠일(21일 정도)을 들락거리면서 산바라지를 혔어.

    들어가는 돈이야 순경들이 걷은 거제. 요즘 머 순경들 어쩐다고들 혀드만, 그 때 순경들은 참 고생도 많고 별 일들을 다 혔어. 기저귀감이니 아그 옷 산모 옷 모두 그르케 순경들이 걷은 돈으로 사고. 그러다가 모자원으루 보냈다가, 낭중에 아그는 어디 입양을 보냈다드라구.

    ‘여자가 머 으쨌다.’ 허면 무조건 나를 부르는 겨~. 그 때만혀도 여자 순경이 어딨어? 여자 소매치기를 잡으면 몸을 뒤져야 하는데, 자기네가 뒤지기가 거시기항께 나를 오라는 거여. 잡아 온 여자들 화장실 간다 그러면 그거 쫓아가 지키라고도 부르고. 참 밸 일을 다 혀봤어.

    깡패를 잡아다놨는디, 그르케 악독한 깡패는 나가 첨 봤어. 수갑을 의자랑 해서 채워뒀는디, 지가 막 의자를 끌고 파출소를 다 뒤집어가며 난리를 쳐놓고는, 난중에 순경들이 자기를 때려서 손목이 그렇게 됐다고 애먼 소리를 하는 거여. 그르니 그런 놈이다 싶은 사람을 잡아오면, 순경들이 또 나를 불러. 낭중에 거시기 허면, 증인을 서래는 거제. 요즘은 머 사진기 같은 거가 지절루 다 찍어둔다드만, 그 때는 그렁게 읎었잖여~.

    근디 뒷심이 을매나 좋은지, 그런 놈들이 또 그냥 풀려나기도 하드랑게, 꺼꾸로 그 놈 잡은 순경은 짤리기도 혀고. 아까 그 깡패 그 놈은, 지 아부지가 더 높은 깡패여. 조직폭력 대장인가 머라드라고. 그르니 순경 짤렸다고만 소문을 내고, 일부러 다른 데로 피신을 시키기도 혀. 거기서는 보복을 당헐테니께.

    또 어느 밤에는 조선공사 옆 어디에서 여자남자가 거시기를 혀고 있다고 신고가 왔어. 그냥 거시기가 아니고 그 거를 허는 거제. 순경이 안 갈려고 시간을 끌다가, 신고가 또 들어온 거여. 안즉도 그러고 있는 거제. 그래 별 수 읎이 갈라면서, 나를 또 가자더라구. 혹시 여자가 멀 어쩔까 꺽정이 됑게.

    가서 봉게 시방도 그 거를 혀고 있더랑 게. 그러니 순경이 남자 엉덩이를 발로 찬 겨. 지네는 또 을매나 놀랬겄어?, 참말로~. 그래 그 둘을 파출소로 잡아왔어. 근디 와서도, 남자가 화장실 가면 여자가 졸졸졸 쫓아가고, 의자에도 둘이 딱 붙어 올라앉아서는, 비비고 뽀뽀하고 밸 짓을 다하는 겨, 참 순경 노릇도 힘들겄드랑게~.

    난중에는 그 순경들이 나헌티 상을 주겄다고 하드라구. 충청도 아줌니는 법 읎이도 살 냥반이고, 동네 순경 하나 몫을 했대는 거여. 근디 내가 딱 거절을 혔어. ‘나보다도 더 훌륭한 사람이 많은데, 나는 상받을 자격이 읎다.’ 하고. 근디도 하도 줘야헌대는 거여. 그려서 ‘머를 봉게 나는 상을 받으면 자손들이 안좋답디다.’ 함서 거절을 혔어. 자손들헌티 안좋대니께 순경들도 더 어뜩케를 못혔지. 그 때가 참 재미지기도 혔고 보람도 많었제.

    애들 넷 디꾸 먹구사는 데는, 서울이 젤 나은 거제.

    하도 당하니께 나도 이제 서방이고 시에미 모르게 따로 돈을 모퇐다가 안면도에 땅을 좀 샀었어. 나중에 그 땅 판 돈을 손도 안대고 통장에 넣어두고, 서울 천호동으로 이사를 혔어. 애들 넷 디꾸 먹구사는 디는, 어찌됐든 서울이 젤 나은 거제.

    나는 포장마차를 허면 잘 되드라구. 물건이 아무리 비싸도, 젤 좋고 싱싱한 걸로만 사. 일단 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이 있는 건 게. 그라구 솔직허니, 있는 사람들헌티는 많이 받아, 바가지를 씌워두 씌우구. 대신에 넝마주이니 청년들 학생들 그런 돈읎는 사람들헌티는, 싸게두 주구 공짜루두 주구 그렸어.

    집에서 만든 밀주를 포장마차나 대포집에 대주는 젊은 부부가 있었어. 값도 싸고 맛도 좋은 데, 불법이여. 그르다 그 부부가 들켜서 벌금이 많이 나왔는데, 그걸 못 내면 감옥을 가게 된 거여. 첨엔 남자가 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혔는데 안 해줬어. 술이나 받았지, 잘 모르는 사람잉게.

    그르다가 남자가 결국 감옥을 가고, 여자가 다시 온 거여. 깟난쟁이를 업고 쪼그만 아그 하나를 걸리고 해서 왔드라구. 하두 목을 매기도 하고, 아그들 보니 나 살은 게 생각나고, 불쌍허잖여. 그려서 그 안면도 땅 판 거를 헐어서 구십만원을 빌려줬어. 차용증이고 머고 읎이 그냥 빌려준 거제.

    근디 그 것들이 그 거를 안갚는 거여. 서방도 감옥서 나오고, 지네도 계속 다른 장사도 허니, 버는 대로 꺼나가면서라도 얼마든지 줄만 헌디, 여러 번 쫓아가도 아예 갚을 생각을 안하는 거여. 그 돈을 결국 안갚고는, 일본인가 어딘 가로 가버렸다는 소문만 나고 없어져 버렸어.

     

    중부시장의 최근 모습

    중부시장의 최근 모습

    그르다가 있는 돈 긁어모으고 빚도 좀 내서 암사아파트를 하나 사서 들어갔어. 그러구는 주로 중부시장서 포장마차를 혔지. 막내 세 살 먹어서, 그걸 재워놓고 밖으로 잠그고, 물건 띠러 아침 시장을 가는 거여. 다른 애들은 다 핵교 가고 유치원 가고 항게. 와서 보면 아그가 울어서 눈물 콧물에 악을 쓰구 있어. 그걸 붙잡고 을매나 울었는가 몰라.

    시엄니는 지 아들 있거나 읎거나 자주 들락거리지. 용돈 나올 데가 나밖에 없응게. 막내아들 결혼하구는 시엄니는 사당동서 세를 얻어, 그 막내네하고 같이 살았어. 그 집 남자들이 막내만 빼고 다 술중독이여, 시엄니도 중독이구. 한번은 큰 시동상이 술이 잔뜩 취해서, 온갖 씨팔조팔을 찾아가매 포장마차를 때려 부수고 난리를 쳤어. 이우제 사람들이 뜯어 말기다 말기다, 순경을 부르니 도망을 가더라구.

    그루구는 내가 매칠, 아는 형님네로 피신을 가 있었어. 서방이 찾고 난리를 쳐도, 주변에서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그 착한 사람이 늘 한강 야그를 허더만, 아마 한강 가서 죽어삐맀나보다.’고도 그라고. 그르니 서방이 혼차 한강을 몇 번을 갔다드라구. 그르다가 으뜨케 서방이 나 숨어있던 그 집을 찾아내서는, 아그들 때문에 또 별수 읎이 기어들어갔제.

    암사시장서도 포장마차를 혔어. 오징어니 아나고 같은 그날그날 싱싱한 걸로 생선회두 팔고, 소주 맥주에 국수랑 밥두 팔구. 음식 잘 현다고 소문이 나서, 잘나가는 굵은 단골들이 많았제. 자가용 타고 회사 사람들 몰고 오는 사람들, 코카콜라 손님들, 트럭하는 사람들, 한강서 모래 파는 사람들. 모두 굵은 손님들이 많았제.

    아닌 말루 그 사람들게는 그 돈이 잔돈인 게, 많이 받아도 되야. 노가다나 넝마나 경비하는 사람들도 많이 왔구, 순경들도 당번 아닐 때 사복 입고 오구. 그르니 우리 포장마차 와서는 누가 땡깡을 부리거나 그러지를 못혔어. 시장 경비헌티 포장마차 키를 딱~ 맡기고 장사를 혔어. 파출소 대장이며 순경들도 다들 ‘누님, 누님’ 혀며 잘해줬어. 먼 일만 나면 쫓아와서 방패막이가 돼주는 겨.

    그르니 서방은 그게 못미덥고 의심스럽다고, 싸우디 안가고 집에 있을 때면 뻑하면 쫓아다니는 겨. 자기는 일 나갈 생각도 안코. 여그서도 일을 구할려면 왜 없어? 근디 안하구 노는 거여. 시장 보러 가도 거길 쫓아오고, 장사를 하면 손 하나 까딱도 안함서 망만 보고 감시만 하는 거제.

    그르다가도 칭구가 서방이랑 우리 집으로 놀러오면, 또 그르케 잘 해줄 수가 읎어. 웃고 챙겨주고, 먹을 것도 지가 더 사다주고. 그러다 가고 나면 별 쌩트집을 잡으면서, 칭구 서방이 나보러 왔대는 거여. 나만 쳐다보더래는 거제. 그르니 칭구랑 의 상할까봐 오지 말란 말도 못하다가, 난중에는 내가 ‘너만 왔으면 좋겄다….’ 그 소리를 혔어. 뚝하면 내 눈이 밤탱이가 되고 혀니, 지네도 눈치로 알지. 그르케만 말혔는디 결국은 칭구도 놀러를 안오드라구. 그르니 칭구가 자꾸 줄어.

    밤탱이 눈에 안경을 쓰구라두, 나는 장사를 나갔어. 그렇게라두 움직여야 맘이 살겄는 거여. 명절이라도 아침 일찍 명절상 차려 마치구는, 꼭 장사를 나간 겨. 그런 날일수록 넝마주이나 양아치 하는 사람들은, 갈 데도 읎구 밥 먹을 데도 읎으니께, 오거든. 그랴니 나도 ‘불쌍한 사람들 명절 챙겨준다.‘ 여기매, 일부러 문을 열고 돈 생각을 안코 멕였어.

    서방이 해외가 읎구 막내가 일곱 살 때, 아그가 한강서 놀고 오다, 암사동 뒤 건널목에서 자가용 차에 치이는 큰 사고가 났었제. 안죽구 살아난 거만 다행으루 여기구, 별라 따지지두 안혔어. 돈도 병원비 말고는 하나도 안받고 합의를 해준 거여. 내가 그르케 세상을 멍청허게 살었어.

    얼마 안있다가 또 큰아들이 라면 끓이려는 물을 막내가 발로 차서, 화상을 입는 사고도 났었제. 광화문 한일병원에 한참 입원을 혔어. 그르니 막내 병원비로 한 동안 번 게 다 들어갔어. 그러는 중에 애들 에비가 싸우디서 온 거여. 사고난 거는 서방헌티 미리 알려줬었지, 난중에 알면 더 원망 들을까봐. 근디 와서도 돈 한 푼을 안내놓는 거여. 내가 잘못해서 아그가 다쳤다며 오히려 나헌티만 지랄을 혀.

    저는 기집질이나 하고 벌어 온 돈 털리고. 그게 사람이여?, 지 새끼가 그러구 있는디…. 막내아들 간병함서는 포장마차를 못허니께, 한강서 커피니 라면이니 그런 장사를 혔어. 병원비도 많이 들어가는 데 벌이가 읎으면 안되잖여. 그게 보긴 그려도 장사가 잘 돼. 여름 한철 사람 많은 시간에만 나가도 돈이 되드라구. 그 때만 혀도 한강 고수부지 그런 데에, 매점 같은 게 읎었거든.

    그 깡패 큰 시동상은 여자 읃어 살다가 결국 일찍 죽었어. 나이도 많이 더 먹고 아그까지 딸린 여자랑 살았었거든. 혼인인지 동건지는 몰러. 내외 간에 맨날 술만 먹고 하다가, 연탄불에 불이 나서는 아그랑 시동상이랑이 죽은 거여. 여자만 져우 화상 입고 살아났는디, 난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떨어져서 죽었다드라구.

    난 시방도 누가 머로 죽었다구 허면, ‘지 명이 거기까지다….’ 그르케 생각혀. 그르니 누구 죽음이든 그르케 슬프고 그런 게 읎어. 지 목숨 지가 끊어서 죽는 것도, 오죽허면 그렸을까… 그 고생한 것이 불쌍키는 혀도, 죽은 게 아깝고 사는 게 더 낫다…. 그런 거가 별로 읎어.

    내가 죽을라고 몇 번을 혔는디도 안죽어지드라구. 못죽는 거여. 그르케 기멕히게 살면서 죽을라고 무슨 짓을 안혀봤겄어? 한 번은 한강에 빠져 죽을라고 암사동 쪽 한강 다리에서 강물을 들여다 봉게, 다리 밑에다가 축대를 쌓았드라고. 떨어져봤자 죽지는 못하고 병신만 돼서, 더 천대를 받겄다 싶어 그냥 기어들어왔어.

    난중에 그 자리를 가 보니께, 축대는 먼 축대여~? 물만 깊고 잘 흐르더만. 죽을라는 거를 머가 막은 거제. 목도 매봤어. 식구들 다 나가고 나서, 방문 위 천장에다 못을 박고 줄을 맸어.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목을 매달고는. 의자만 툭 쳐서 빼면 그대로 죽는 건데, 딱 그때 벨소리가 ‘띵똥~‘ 하고 울리는 거여. 안 나가고 가만히 있응게, 급하게 찾는 거 마냥 계속 띵동거리는 거여.

    그르니 그대로 문을 안 열었다가는, 그 사람이 으뜨케라도 들어와서 죽기도 전에 끌어내리겄다 싶더라고. 얼른 목을 빼고 나려와서 대문을 열러 갔어. 그른디 희안하게 아무도 읎는 거여. 그 거도 머가 씌인 거제. 그랴서 또 못죽었구. 죽고 사는 거는…. 모르겄어. 누가 자살허는 걸 살려놓는 걸 보면, 그게 잘 한 건지 어떤 건지 난 모르겄더라고. 오죽하면 죽을 생각을 혔겄어? 그걸 못죽게 해놓고는, 죽겄다고 한 거시기를 풀어주는 것도 아니구….

    한강서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살렸는데, 매칠 있다 결국 그 자리에 또 빠져 죽어서는, 낚싯바늘에 걸려 시체로 나왔더래. 그르니 죽고 사는 거는 난 모르겄어. 하여튼 내 사는 동안 몇 번을 진짜로 죽을려고 해 봤지만, 죽어지지가 않는 거여. <계속>

    필자소개
    1957년생 / 학생운동은 없이 결혼/출산 후 신앙적 고민 속에 1987년 천주교사회운동을 시작으로 “운동권”이 됨. 2000년부터 진보정치 활동을 하며 여성위원장, 성정치위원장 등을 거쳐, 공공노조에서 중고령여성노동자 조직활동. 현재 서울 마포에서의 지역 활동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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