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크림 그리고 한반도
        2014년 03월 19일 05: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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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대통령, 크림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

    18일(현지 시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합병조약 서명에 앞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크림 반도는 언제나 러시아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다른 지역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 그러나 약한 제재로 실효성은 의문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EU의 주요 지도자들과 미국의 바이든 부통령 등 서방은 크림의 주민투표, 크림의 독립선언, 러시아의 크림 합병 등이 모두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천명하며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더욱 강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EU 등이 취한 제재라는 것이 러시아의 정‧재계 실세들이 제재 대상에서 모두 빠져 러시아에 미칠 타격은 미미하다는 게 서방 언론의 분석이다. 추가 제재조차 EU 국가들 내에 이견이 커 강력한 내용을 담보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방송화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방송화면)

    우크라이나 사태, 신냉전의 단초? 아니면 크림의 러시아 합병으로 귀결?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의 대결이 심해지면서 지구촌 여기저기서 냉전으로의 회귀, 혹은 신냉전 등의 말이 회자된다. 그러나 제재 문제에서 보듯 러시아와 EU 등 서방은 에너지와 경제적 측면에서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란 핵 문제 등에 있어서도 상호 협조해야 할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때문에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고려하면 크림의 러시아로 합병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정사실화하고, 크림 외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분리를 하지 않는 정도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푸틴이 지금까지 서방이나 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 결국 크림의 합병까지 리드하고 서방이 어물어물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와 미국 등이 생각하는 이익의 균형점, 혹은 마지노선이 무엇인지 좀 더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발단은 우크라이나의 EU 편입 문제에 대한 갈등에 기인했다. 친서방적인 우크라이나 서부 사람들은 EU 가입에 적극적이었지만, 친러시아적인 축출된 대통령과 동부 사람들은 부정적이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게 되면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연합 창설이 유명무실화되고,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나토 체제에 편입되면 나토와 국경을 직접 맞대면해야 할 상황이기에 안보적으로도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이번 크림 합병이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적 행보를 강화시켜 나토 가입 등이 추진될 수 있고, 그러면 러시아도 현재보다 더 나아가는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동부의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비록 푸틴이 크림 외에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대한 합병에 대해서는 부정했지만,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 수천 명이 친러시아 집회를 하는 등 러시아계 사람이 많고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크림의 뒤를 이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내부의 이해 당사자들이 어느 한 진영에 선뜻 가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내부 통합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판단된다. 그렇지 않으면 강대국 간 이해관계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에의 악영향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해체로 세계 3위의 핵 보유국이 되었다가 비핵화를 선택한 나라이다. 크림이 자국에서 분리해 러시아로 합병을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이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분명한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을 이란, 북한 등도 가질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북한에게 잘못된 교훈을 주고 미국과 러시아의 공조도 헝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비핵화 자체가 더욱 여의치 않게 되거나, 설사 북한을 비핵화에 동참시키려고 해도 북한의 안보와 자주권 보장 등 요구가 강해져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나진-하산 협력, 유라시아 철도 연결 등에 악영향

    박근혜 정부가 이미 러시아와 합의한 나진-하산 지역에서의 경제협력,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이름하에 부활‧추진되고 있는 대륙 철도와 한반도 철도의 연결 등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으로 난관이 조성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 종족적으로 또 경제적으로도 서부와 동부의 차이가 크고 정책에 대한 이견도 크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행태로 비판하고 약소국의 비애를 논하는 것은 단편적 접근이다.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보듯 ‘서부의 서방 친화적 생각과 행보’ 대(對) ‘동부의 러시아 친화적 생각과 행보’가 최적점을 찾지 못하고 극단적 대립이 이어져 크림이라는 일부 지역의 다수 주민들 외에 국가와 그 시민 전반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한반도 역시 통일이 된 뒤, 혹은 그 이전에도 ‘친미’ 대 ‘친중’ 등의 외교‧안보 노선과 내부적인 사회‧경제적 갈등이 결합되며 이견이 심해질 수도 있다. 비단 정치적 통일을 이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외교‧안보정책 등에서 남과 북, 남한 내의 합의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더불어 사회‧경제정책 등에서 남과 북 그리고 각각의 내부 계층 간 갈등이 격심해지지 않도록 경협의 원칙, 목표, 정책을 세심하게 다듬고 합의를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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