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선진화법,
    날치기와 몸싸움의 제동장치
        2013년 11월 15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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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선진화법은 지난해 5월 반복되는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주도해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이는 지난 2010년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때부터 제기된 법안이다.

    예산안 처리시한이었던 2010년 12월 7일 밤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원들이 로텐더홀을 점거한 뒤 본회의장과 예결위 출입문을 봉쇄했고, 이에 맞서 당시 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진들이 맞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는 앞서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출입문을 봉쇄한 채 단독으로 수자원공사에서 4대강 주변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포함한 92개 법안을 기습 상정하면서 발생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하게 됐고, 여당 의원들과 보좌진들도 이에 맞서면서 국회의장실 인근 유리창이 깨지거나 의원 일부가 병원에 실려가는 등 국회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음 날인 8일 오후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및 보좌관들과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고, 당시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이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일부 당직자 등이 부상을 입고 실려 나가기도 했다.

    예산안 날치기

    2010년 12월 8일 격렬한 몸싸움의 국회 모습 자료사진

    강기정

    한나라당 의원에게 맞은 강기정 의원의 당시 모습

    결국 박희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뒤 본회의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사회권을 정의화 부의장에게 넘겼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본회의장과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야당 의원들을 밀어낸 뒤 결국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수자원공사에 약 3조8천억원을 편성한 것과 아랍에미리트 파병 동의안 등이 통과됐다.

    2011년 11월 22일에는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이 발동한 상황에서 당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한미FTA 비준안 통과를 선언하자 김선동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트린 것 또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폭력을 낳는 건 일방주의와 다수의 횡포 

    일련의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해 많은 언론들과 국민들은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폭력 그 자체의 ‘후진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잘 녹아있듯이 폭력은 잘못된 제도로 인한 결과일뿐이다. 다수당의 직권상정, 단독 처리 등이 폭력의 원인인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 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간의 합의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다만 여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법안은 ‘신속안건처리제도’를 통해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의 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나 전체 의원의 3/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를 개정하려 하는 데에는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도 많고 내년도 예산안도 연내 처리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선진화법을 방패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등을 내걸고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도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직접 몸싸움을 벌여왔던 야당의 한 보좌관은 새누리당의 이같은 행보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결국 다수당이 밀어붙이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2009년, 2010년도에 있었던 폭력사태는 재현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날치기를 강행하는데 야당이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폭력사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폭력사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합의 구조가 왜곡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장일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수결을 하나의 원칙으로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라는 게 다수결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상대를 설득하고 민의를 수용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쪽수로 밀어붙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심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날치기 관행에 대해서도 그는 “서서히 바꿔가야 할 제도와 정책들을 조급증을 갖고 한 번에 바꾸려는 것이 문제”라며 “국회의원들도 임기 중에 처리하려는 욕심이나 심리적 부담감이 크고, 새누리당의 경우 자신들의 추진과제가 있는데 이것이 잘 안되니깐 조급함을 가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있는 국회선진화법도 정말 최소한의 장치인데도, 이마저도 후퇴시킨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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