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일베 좌담회 ③] 악마화 아니라 거울상으로 성찰해야
    2013년 09월 17일 0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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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 이제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너 일베충이지?”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들을 ‘넷우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제 뉴스 지면에서 이들 주장이 하나의 세력으로서 대변되기 시작하면서 이들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일베가 어떠한 공간이고, 이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2-30대들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레디앙>에 일베와 관련해 2차례 기고한 적이 있는 20대 대학생 최성용씨와, 때만 되면 좌담회에 참석하는 단골 아이유씨, <ㅍㅍㅅㅅ> 발행인 리승환씨, 여성학을 전공하는 윤보라씨가 ‘톡 까놓고’ 이야기를 펼쳤다.

대담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기위해 좌담회에서 사용된 인터넷 용어는 그대로 표현했다. 여성 비하나 욕설이 다수 포함됐지만 이를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음을 이해 바란다. 좌담 진행과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으며, 좌담 기사는 3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 일베 좌담회 1부 기사 관련 링크

* 일베 좌담회 2부 기사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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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일베, ‘넷우익’은 아니야

장여진: 일베를 ‘넷우익’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윤보라: 무엇이든 이들을 호명할 단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적해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뭉쳐있을 때는 우리가 불러야 할 언어가 필요하다. 간단치 않은 게 문제다.

리승환: 그냥 일베 사용자. 비하하자면 일베충.

윤보라: 우익은 아닌 것 같다.

아이유: 워낙 일본에서 쓰는 용어를 대충 비슷하면 때려붙이는 게 문제다. 넷우익도 일본에서 먼저 나온 용어이고.

윤보라: 맞다. 우익은 안 맞는 것 같다.

최성용: 자기들끼리는 애국보수라고 지칭하던데.

아이유: 자신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기들끼리도 싸운다.

윤보라: 일베 댓글에서도 본 것이고 제가 <진보평론>에 쓴 글의 부제이기도 하지만 ‘일베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일동: 우와. 잘 만든 말이다.

윤보라: 정확한 것 같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리승환: 일베를 연구 자료로 쓸 수는 있지만 큰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싶다. 대안을 찾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다.

윤보라: 혐오의 정서, 이런 건 공포이다. 쿨하게 냅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 저변을 쌓고 있는 게 많다. 한 번 굳어진 건 다시 합의점을 만들기 어렵게 만드는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혐오 정서라는 것이다.

리승환: 기본적으로 대중이라는 건 컨트롤 불가능하다고 본다. 가끔씩 일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깨시민 때문에 탄생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 깨시민은 수구세력때문에 나왔다고 한다. 그럼 또 수구세력은 또 역사적 책임을 미루기 때문에 결국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성용: 혐오의 정서와 일베는 분리해야 한다. 일베에서 가장 좋은 대응은 무시하는 것이다. 그것과 관련해 일베로 표상되는 걸 성찰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 양자를 분리해야 한다.

윤보라: 그 부분이 조금 고민되는 게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냥 우리 사회의 거울상으로 냅두자고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이다.

리승환: 일베 때문에 좋은 것 중 하나는 나쁜 부분을 다 드러내면서도 그게 일베충으로 호명되니깐 중고생들도 부끄러워한다. 그러니깐 상식과 비상식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윤보라, 이승환씨

윤보라, 이승환씨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의 합의점 찾기 어려워

윤보라: 부끄러움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구도가 전복되는 것 같다. 일베하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넘길 건 아닌 것 같다. 예전에 빨갱이라는 말에 숨어서 드러내지 않았던 것처럼 일베도 ‘일베 좀 하면 어때’ 이런 식으로 커밍아웃하는 이들도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

조카가 초등학생인데 학부모인 언니 입장은 그게 너무 걱정인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부끄러움이 없으니깐 스스럼없이 ‘운지했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이들이 커서 부끄러움을 느낄까?

리승환: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인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윤보라: 그 확신이 없다는 거다. 사회적으로 어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가 있는 건데 일베는 이걸 넘나들고 있다. 이것이 과연 언제쯤 멈춰질 수 있을까? 임계치는 이미 달한 게 아닌가.

장여진: 상식과 비상식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베의 등장이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수 크레용팝 사건처럼 일베를 한다는 이유로 일베를 하지 않는 이들이 불매운동 한다거나 이러는 것도 상식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맹점도 있다. 연예인들이 일베를 한다는 뉘앙스만 보여도 대중이 몰려가서 비난하는 이런 현상들.

윤보라: 처음 ‘민주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효성 사건과 몇 달 차이가 안 났는데도 크레용팝은 잘 나가고 있다. 사장이 크레용팝 멤버 한 명이 일베를 한다고 밝혔는데도 말이다. 이 시간차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일베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라는 말은 안 했데, 쩔뚝이(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 발언만 했데’ 이런 식으로 허용 범위가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넓어졌다.

리승환: 일베를 한다는 것과 민주화 발언을 했다는 것 차이는 있다. 아이돌빠라서 어떤 이야기 했는지 알고 있는데 전효성과 크레용팝의 행동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로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무리인 것 같다.

최성용: 예를 들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나 홍어, 광주 이런 이야기는 자정작용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성혐오 문제는 성재기 사건 때도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도를 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윤보라: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것 자체도 지금 이미 일베 현상 안에서 분기점을 넘겼다는 것의 반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승환: 분기점을 넘으면 어떻게 된다는 건가?

윤보라: 수용되는 문제와 안 되는 문제의 세분화된 차이가 있다는 건데 그 자체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리승환: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나.

윤보라: 당연한 건데, 어떤 게 기준이 되냐는 것이다. 운지는 되고 민주화는 안 되는 이런 식으로 입장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합의라고 굳어진다면 누가 다시를 이를 결정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최성용: 저는 우려의 지점이 다소 다른데. 성재기 대표 사망하고 일베 회원들이 여성부 앞에서 집회하기로 했고, 결국 안 모였지만 당장 임계치를 넘어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우리 세대 전반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노량진 가면 우리 세대의 많은 이들이 몇 년씩 공부하는데, 제가 볼 때는 공부 말고 다른 걸 할 줄 아는 게 없는 이들이다. 그런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베 담론을 겪었던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되는 건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윤보라: 그런 멀리 있는 이야기까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아이유: 정말 다행인 건 애들이 말로만 정치적 행동을 하려고 하지 실제로는 밖으로 안 나온다는 거다. 경제력도 없고. 추측컨대 중고생들이 많으니깐. 10원 한 장 없고 하다못해 알바도 안하니깐.

아이윤, 최성용씨(왼쪽부터)

아이윤, 최성용씨(왼쪽부터)

진보진영의 행동양식 그대로 답습 중인 일베

윤보라: 일베 연령대가 어리다고 하는데 진보성향 커뮤니티들의 정치놀이화를 참조하고 있다. 누가 고기집 사장이라고 인증하면 일베 회원이 가서 막 팔아준다고 거기 가서 고기 먹고 인증샷 올린다. 그런데 보면 혼자 몰래가서 인증샷 찍어오는데. 이게 다 촛불집회 때 여초 커뮤니티들이 했던 거다.

당시 초록마을이라고 있었는데 여초 커뮤니티들이 뭐라도 팔아줘야겠다고 우르르 몰려갔다. 당시 너무 많이 몰려오니깐 홈페이지 다운되고 그랬는데, 그래도 뭐라도 사겠다고 아무 거나 클릭해서 주문했다더라. 나중에 배달온 거 보니 면봉 몇 백개 왔다더라.(웃음) 그리고 정말 자기가 샀다고 영수증 인증샷 올리고. 이걸 일베에서는 ‘행게이’라고 부른다. ‘행동하는 게이(게시판 이용자의 줄임말)’

일베는 이걸 상호 참조하고 있다. 좌파의 열망, 정치의 변주화, 이런 걸 굉장히 부러워했던 것 같다. 결국 촛불집회 때 사람들이 나가서 재밌게 놀고 자기들끼리 서로 돕고 하는 모습을 보고 소외감이 깊숙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따라 해서 어버이연합 집회하면 음료수 갖다 주고, 박정희 우상화 하는 책 나오면 사주기도 하고. 이런 현상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 보다는 이런 열망들이 일베 회원들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최성용: 재밌다고 느껴진 게 성재기 대표 사망 후 일베 애들이 여성부 앞에서 집회 열자고 웹자보 만든 게 있었다. 그런데 거기 내용이 ‘철저하게 평화집회 합시다’라고 쓰여 있더라. 그걸 보고 느낀 게 기존 운동 방식을 답습하는구나였다.

아이유: 일베가 주사파랑 싸우면 끝장나겠구나(웃음)

일베, 악마화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거울상으로 성찰해야

장여진: 이제 정리하자. 일베 현상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각자 의견을 말해보자.

윤보라: 각자의 패를 까고 개싸움을 해야 하지 않나(웃음). 우리 사회는 어떤 분기마다, 고비마다 해결되거나 합의되지 못 한 채 섣부른 공감대만 만들어왔다. 나꼼수 문제도 그랬고.

여성에 대한 문제라든가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대한 평등에 대한 문제라든가, 분배의 정의, 복지, 미래에 대한 전망 상실로 인해 세대간의 갈등 문제, 이것들이 다 봉합돼 오지 않았다. 어떤 날에는 20대가 개새끼라 하고 또 어떤 날에는 20대가 미래라고 칭찬하는 이런 갈등들. 말하자면 끝도 없는 것들이 계속 이야기 되다 중간에 봉합됐다. 일베에서 거울로 비춰지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고등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섣불리 봉합할 게 아니라 오히려 첨예하게 서로의 패 다 까고 한 번 개싸움을 했으면 좋겠다.

리승환: 일베를 이용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겠다. 세상 참 무섭기 때문에 본인들 신상 털려면 얼마든지 털 수 있으니깐, 그곳에서 찌질거리는 건 자유지만 심하게 찌질거린다면 본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사이버 시민으로서 어느 정도 센스를 갖추는 것이 여러분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일반인 코스프레 잘 하시길 바란다.

알고 보니 내 친구가 일베충이라면 ‘아이고 일베 참 재밌지’라고 맞장구 쳐주고, 누가 또 오유한다고 하면 ‘아이고 깨시민 훌륭하지’라고 맞춰주면서도 일베 생활 재밌게 하시길 바란다.

최성용: 우선 여성혐오 문제부터 말하겠다. 가부장제 규범이 계속 균열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규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들에게 사람 삶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꼭 여성 페미니스트의 역할이 아니더라도 건강한 남성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고.

정치적 맥락과 관련해서, 근본적으로 일베가 나타난 원인은 적대적 공존의 문제라 생각한다. 이걸 해결하는 길은 당위론적이고 적대적이었던 진영논리를 깨고 서로 합의될 수 있는 지점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사람들 삶의 날 것 그대로부터 다시 정치를 재구성하는 게 일베 현상을 극복하는 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유: 일베는 시대의 사생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적 문제, 결혼, 취업, 하우스 푸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불안과 증오가 결집돼서 일종의 표출의 창구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정치권에서 했던 반응들이라는 건 자기들이 당해왔던 것처럼 그냥 입을 막으려하는데 이것도 문제이지만 일베가 왜 나타났는지를 고민하고 바꾸는 문제를 계속 성찰하지 않을게 더 문제인 것 같다. 나랑 안 맞는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괴물이라고 비난만하면 끝이냐.

나치와 히틀러가 대두됐을 때는 전쟁 배상 문제, 실업 문제 등 사회적 불안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후보를 선거에서 뽑는 것처럼 절망과 증오 쌓이면 뒤틀린 방식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뒤틀린 생각들이 정치세력화되는 것은 분명 문제인데, 허무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걸 잘 풀어나가야 한다. 일베를 우리의 거울로 받아들이고 이 현상이 나타난 원인에 대한 고민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찰을 계속 이어나가야 된다고 본다.<끝>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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