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증오의 담론 생산, 왜?
    [일베 좌담회 ②]여성혐오와 넷좌파에 대한 반감의 결합
        2013년 09월 16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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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 이제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너 일베충이지?”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들을 ‘넷우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제 뉴스 지면에서 이들 주장이 하나의 세력으로서 대변되기 시작하면서 이들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일베가 어떠한 공간이고, 이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2-30대들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레디앙>에 일베와 관련해 2차례 기고한 적이 있는 20대 대학생 최성용씨와, 때만 되면 좌담회에 참석하는 단골 아이유씨, <ㅍㅍㅅㅅ> 발행인 리승환씨, 여성학을 전공하는 윤보라씨가 ‘톡 까놓고’ 이야기를 펼쳤다.

    대담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기위해 좌담회에서 사용된 인터넷 용어는 그대로 표현했다. 여성 비하나 욕설이 다수 포함됐지만 이를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음을 이해 바란다. 좌담 진행과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으며, 좌담 기사는 3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 일베 좌담회 1부 기사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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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좌파에 대한 반감 vs 오래된 여성혐오의 결집

    아이유: 말하는 것 듣다보니 생각난 건데, 대부분 속성이 사회적 약자인 것 같아.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다보니 그 분노가 자신보다 더 약자를 밟는 방식으로 나오는 것이고.

    고 성재기 대표가 일베에 대두된 것이 아청법 논의 때부터인데, 재밌던 것 중 하나가 거칠게 표현해서 일베 회원들이 말했던 야동 보고 싶은데 못 보게 하니깐 화난다는 거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일베 안에서 그런 분노를 공유하는 한편 또 일베 회원들이 그런 사이트들을 다 신고했다. 이럴 거면 다 같이 망하자고. 일베 때문에 외국 사이트 다 폐쇄됐다더라. 경찰도 모르던 곳까지 일베가 다 신고해서 싹 다 폐쇄된 거고, 국내에서 전 세계 야동 사이트 접속 안 된다더라.

    윤보라: 진보평론에 쓴 내용이기도 하지만, 넷좌파에 대한 반감, 민주주의와 민주화에 대한 반감, 2008년 촛불시위에 대한 반감, 이런 것들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박탈당했다는 그 핵심은 형식적으로 평평하게 만드는 성평등, 제도화된 페미니즘에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결국 좌파들이 여자들과 손잡아서 정권으로 세웠다는 논리 구조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여성부 만들어진 것이 좌파정권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무언가를 빼앗겼다는 것이 1차적으로 여성에게 느껴지는 것이고 좌파정권이 득세할수록 더 많이 빼앗긴다고 느끼는 것이다. 좌파나 진보는 자신에게서 더 많은 걸 뺏어갈 것이라는 프레임이 생기면서 일베한테는 여성들이 지난 ‘잃어버린 10년’의 주범으로 받아들인다. 즉, 그들의 박탈감의 기원은 여성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일베가 진공상태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IMF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혹은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하는 군가산점이나 병역에 대한 정당한 보상 문제가 남녀대립으로 가게 되면서 이 문제가 계속 쌓이는 것이다.

    사회복지나 고용 문제, 해고 등 신자유주의 질서의 문제를 손쉽게 남녀대립 구도로 몰아가면서 손 안대고 코 푸는 대립이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일베도 여기서 자신들의 문화적, 경제적으로 힘든 문제를 손쉽게 여성에게 분노하거나 공격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도 우리 사회 구도 자체가 그렇게 정립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성용: 넷좌파에 대한 반감이라는 심리 메커니즘을 나는 오프라인에서 봤다. 내가 다니고 있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라는 곳은 진보적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또 그렇게 사는 애들이 목소리도 큰 곳이다. 여기서 성공회대에 대한 그러한 정보 하나 없이 들어온 친구들은 나서고 싶지 않지만 진보적인 애들에 대해서 소외감이 굉장히 큰 것이다. 구성원 비중이나 규모로 보면 진보적이지 않거나 진보적인 활동에 나서고 싶지 않은 애들이 결국 소외감이나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네들 때문에 취업 안됐다고.

    이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일베를 보는 편이다. 촛불시위때도 그렇고 노무현정부 때도 그랬고 왜 촛불을 들지 않느냐, 너네들은 깨어있지 않다는 이분법, 촛불을 당연히 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반발감이 커진 것이다.

    여성혐오냐 넷좌파 등에 대한 반감이냐 무엇이 더 중요하기 보다는 이 둘 문제가 결합되어있는 것이라 본다. 한편으로는 근대의 가부장제 규범이 잘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여성혐오로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 같다.

    윤보라: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 그런데 가부장제의 와해라기보다는 연애나 결혼이 진행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연애를 하려해도 내가 알바를 할 시간과 스펙 쌓는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해고 그런데 중요한 건 안 생긴다.(웃음) 여자친구가 없다. 한국에서 부모 도움 없이 결혼할 수 없다는 박탈감도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전략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것이다.

    최성용: 기존의 가부장제 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대안이나 전망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그 규범을 강화시켜 현실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윤보라씨와 리승환씨

    윤보라씨와 리승환씨

    윤보라: <레디앙>에 엄혜진씨 칼럼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성별 역할을 다 했을 때 보상체계라는 것이 있어서 남자가 가장 역할을 다 하면 보상이 있고, 여성도 자기 역할 하면 다 보상이 있어서 이걸 기대하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질서 체계가 들어오면서 이것이 다 해체되고 있다는 거다.

    남자가 남자 노릇을 다해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고, 여자는 오히려 이중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이 속도는 굉장히 빠른데 한편으로는 가부장적인 노동시장 안에서는 그대로 남성역할, 여성역할을 그대로 요구하니 일대 혼란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엠엘비파크(엠팍)을 홍팍(홍어 파크의 약자)이라고 굉장히 좌파적이라면서 일베가 공격한다. 오유도 그렇고. 그런데 그 좌파적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가 있다. 진보성향을 다 떠나서 말이다.

    그 커뮤니티들도 항상 개념 없는 여자에 대한 증언들이 올라오는데 결국 다 그게 조작이거나 자작으로 드러났다. 최근 엠팍에서 ‘가디건 사건’ 있었는데 다 알고 있나? (사고로 다친 이를 지혈하기 위해 한 여성에게 가디건을 달라고 하자 그 여성이 불쾌해하며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

    여자들에게 쓰이는 이미지는 시민의식이 없거나 도덕성도 없고 개념도 없고 돈 밝히고 이런 거다. 이런 내용을 재료로 삼아서 이런 식의 글을 계속 올리던 사람이 있었는데 결국 꼬리가 밟혀 한 번씩 잡힌다. 이번 가디건 사건도 그간 썼던 글들이 다 자작이었다고 밝혀졌고. 이런 사건은 엠팍이나 오유, 알싸(아이러브싸커) 같은 곳 가면 굉장히 흔하다.

    괴담에 대한 괴담

    최성용: 괴담으로 많은 여론들이 움직여지는 것 같다. 가령 페이스북에 독도가 일본 땅이냐 아니냐고 물어본다더라 뭐 그런 식의 괴담이 유포되고 있다. 실제로 여론을 띄우거나 어그로(주위에 관심을 끄는 것) 끄는 경우 대부분 괴담인 경우로 드러났었고.

    윤보라: 중요한 것 같다. 커뮤니티가 어디인가를 떠나서 온라인 문화에서 굉장히 특이하게 나오는 것 같다. 괴담이라 할 때 나꼼수가 생각났는데, 나꼼수가 제기하는 음모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그런 반응들, 좌파나 진보진영쪽에서도 많이 썼던 레토릭인 것 같다.

    장여진: 집회 참 많이 다녔기 때문에 대충 집회 인원 추산이 가능한데, 지난 번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촛불시위 때 2만명이라고 하니 아, 우리가 이렇게 뻥만 늘었구나라는 생각했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4~5천명이라 판단했고 뭐 그때 같이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판단했는데 주최측이 2만명이라 하는 거 보니깐, 제2의 촛불정국을 무리하게 이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베에서는 그걸 검증하겠다고 당시 사진을 픽셀로 나누어 한 명 한 명 다 세고 있더라. 어떤 애들은 직접 촛불시위 가서 대충 세어오기도 하고. 그렇게 일베에서 집계한 추산인원이 5천명이었다.

    윤보라: 그런데 일베 또한 이른바 팩트라는 걸 강조하면서 일종의 자승자박을 하고 있다. 일베가 팩트를 굉장히 중요시 여겨서 자기들끼리 뭐만 하면 좌표대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걸 필요할 때 적극 참조해서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이라고 만들어내기도 한다.

    괴담과 루머 같은 경우도 여성에 대한 시선이 항상 가시적인데, 개똥녀, 된장녀 이런 식으로 ‘녀’시리즈로 이어져왔다. 여성부와 죠리퐁 이야기는 PC통신 때부터 돌았던 이야기고 조윤선 여성부 장관의 카카오톡스토리 이야기도 루머였고, 김신명숙은 여성부랑 상관없는데 장관도 아니고 여성부 대표라고 나오는 등 이런 이야기가 계속 유통되고 있다.

    내가 문재인 지지자든 전라도 출신이든 이마에 써 붙이지 않는 한 표가 안 나는데 여성은 항상 표가 나니깐 일베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피로감도 느끼고 우려스럽다.

    실제로 일베에서 강간하는 법 같은 글들이 계속 올라왔는데 실제로 그걸 실행한 사건도 있었다. 일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휴가 나온 해경이 수영모자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끝났는데 그 방법이 매일 일베에서 강간하고 안 잡히는 방법으로 올라왔던 내용이다.

    최성용: 나는 고향이 울산이다. 어릴 때는 지역주의라는 거 잘 몰랐다.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한테 물어보면 전라도 사람은 못 믿을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제 나이 또래에서는 지역주의나 지역감정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지역주의는 곧 쇠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 보니깐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전라도 하면 홍어, 이런 식으로 서로 놀린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지역주의가 다시 재생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리승환: 일베랑 다른 커뮤니티에 차이는 있다. 차이가 있다면 선을 넘느냐, 행동으로 이어지느냐 마느냐 인 것이다. 일베는 여성혐오를 옹호하는 폭이 더 큰 것뿐이다. 누가 ‘김치년’이라고 욕할 때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이거 주작(조작한 것)이지’ 이 정도 반응인데 일베에서는 좀 더 증오의 감정이 다른 곳보다 더 큰 것 같다.

    윤보라: 인터넷 공간 저변에 팽배했던 여성혐오 담론을 일베에서 선도적으로 형성해내는 거점이 됐다. 수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언어를 만들어내는 그렇다. 보슬아치, 보빨러(여성에게 잘해주거나 추종, 아부하는 사람을 의미) 이런 말들 참 잘 지어낸다. 그러니깐 애들이 이 말에 중독되지 않나. 입에 아주 착착 달라붙는다. (웃음)

    여성혐오에 대한 담론들이 총 집결했다가 입에 착착 붙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공감할 수 있을만한 여성에 대한 각종 괴담을 각색해 재생산 메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유: 일베 유저를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일베 자체 문제이기보다는 사회적 맥락이 있는 것이다. 그 맥락이 일베를 통해서 표출되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파시즘적 징후가 이전부터 있어왔다. 운동권 내에서도 많았었고. 대표적으로 취집(취업과 시집의 합성어)이라는 말 쓰지 않나. 여성의 경우 어쨌든 돈 많은 남자 만나 결혼해 신세 고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사람들 주장인데, 남자인 나는 못하는 거니깐 취집이라는 말로 비난하는 것이다. 아프리카TV에서 BJ들이 별 받아서 돈 버는 것처럼 일베 입장에서는 여성을 성을 팔아 취직하는 것으로 보는 거다. 그런데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고.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저쪽에서 리더를 할 만한 사람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변희재도 좀 기웃거리고 본인이 굉장히 하고 싶어 하기는 하는데 함량 미달이라 다행이다.

    최성용: 성재기가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아직까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자신들의 박탈감, 소외감에 구체적인 방식과 논리로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 성재기 말고는 없지 않나. 그런 점에서 진보나 페미니즘 영역에서 성찰할 게 많은 것 같다.

    리승환: 성재기는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일정정도 동의를 얻었다. 일베의 방식으로 조직된 거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성용: 성재기가 죽은 이후는 달랐다. 다른 커뮤니티 유저들도 성재기 죽음을 숙연해 했다.

    리승환: 일베에서 노무현 추모 웹툰 패러디해서 성재기 추모 웹툰 만들었던데 좀 웃기더라.

    최성용: 추모 동영상은 다들 봤나? 나름 꽤 잘 만들었더라.

    윤보라: 걔네가 만드는 건 다 고퀄리티다.

    리승환: 하나의 제너럴 커뮤티이고 각 분야의 능력자는 꼭 있기 마련이다.

    윤보라: 맞다. 개드립만 치는 애들뿐만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여기 계실 분이 아닌데’라는 댓글 달 정도로 능력자 많다. 단순히 잉여력 문제가 아니라 동영상 제작 등 2차 생산물들이 다 고퀄이다.

    리승환: 사실 노알라(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도 잘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물을 잘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퀄리티 자체가 좋다는 의미이다-장여진)

    아이유씨(왼쪽)과 최성용씨

    아이유씨(왼쪽)과 최성용씨

    일베를 수용하는 담론조차 일베에 끌려 다녀

    장여진: 일베에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프레스바이플>의 이계덕 기자의 신상을 털은 적이 있다. 일베 회원이 즉석 만남을 유도한 뒤 이계덕 기자의 집주소를 알려주는 수법으로 괴롭혔다.

    윤보라: 그게 여성에 대해 신상털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조건만남 사이트 같은 데 사진이나 전화번호 공개하는 방법. 저도 당해봤다. 제 사진을 합성해서 올렸더라. 이상한 문자 100통씩 오고.

    장여진: 허지웅씨가 일베에 대해 표현의 자유도 있는 거고 너무 괴물처럼 볼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옹호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베에서는 허지웅에 대한 호감이 커졌고, 반대로 엠팍 같은 곳에서는 허지웅을 엄청 비난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일베가 안 좋은 측면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쿨하게 넘겨야 하는 것인가?

    리승환: 허지웅은 약간 엮여있는 게, 허지웅 그 스스로가 깨시민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일베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엠팍은 약간 깨시민적인 부분이 있는 거고.

    윤보라: 허지웅씨의 말 자체는 맞다. 일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응축되어있는 무언가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일베를 괴물화, 루저화하는 것을 경계하긴 한다.

    리승환: 일베에 대한 안 좋은 시각 가지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민주화’라는 단어는 안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악마화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화라는 용어를 다른 의미로 쓸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사회 상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윤보라: 중요한 것은 일베를 통해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고 무엇을 묻어두고 봉합하려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베를 괴물이나 루저로 보는 시각과 그렇게 보지 말자고 하는 시각 등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일베라는 현상으로 비쳐지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아까 합성 이야기도 했는데, 일베와 대척점을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들 중 하나인 여성 커뮤티에서 한 회원이 남성을 포함한 외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게시물을 일베에 퍼다 나른 사건이 있었다. 그 여성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서 고소를 하니 마니 했는데 이걸 보고 일베에서 어떤 회원이 ‘너네 소년원 간다’고 댓글을 남겼다. 뭐냐 싶더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때 ‘너 감옥간다’라고 말하지 ‘너 소년원 간다’라고 안 한다.

    자기들끼리 인증한답시고 사진 찍는 게 비행기 조종석 사진을 뒷배경으로 한 뒤에 자기 얼굴 찍고는 자기가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라고 거짓말하는데, 일베 회원들은 막 부럽다, 이런 반응이니 우습더라. 소년원 드립 나왔을 때, 자기 나이가 서른이라고 밝힌 한 일베 회원이 그 소년원 드립한 사람한테 ‘나 조금 있으면 소년원 들어가는데 와이파이는 되냐’고 빈정됐다. 어떤 유저는 국민은행 스타트 통장을 조작해서 자기 통장에 300억 들어있다고 인증샷 올리고 자기가 변호사라고 하는데 댓글들은 또 그걸 믿고…

    그런 부분에서 십대 어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인데 그걸 뒷짐 지고 구경하는 어른들도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층위가 있다. 지금 논점과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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