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국인 이주노동자
    [타인의 삶]여섯번째-중국의 한국어 강사 주성치씨 ①
        2013년 08월 22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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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다 졸업 후 취미로 중국어를 공부, 어쩌다보니 중국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고 있는 주성치(가명)씨. 그 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것이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고 믿는 주성치씨는 중국 대학생들도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하다는 공산당 깃발이 새겨진 가방을 매고 다니고, 중국에서도 연세 지긋한 노인들만 입는다는 전통 의상을 주로 즐겨 입는다.

    민족주의를 혐오했으면서도 이방인의 삶을 살다보니 민족성을 자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중국인을 혐오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민족성에 화가 나기도 하는 주성치씨. 이제 서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과 현재를 즐기라는 말 모두 정답이지만 지금은 현재를 즐기고 싶다며,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맡기고 싶단다. 잠시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왔던 주성치씨를 만나 다소 생소한 중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살고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번에 나누어 게재한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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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대학생도 궁금해하는 주성치씨의 가방

    중국 대학생도 궁금해하는 주성치씨의 가방

    어쩌다보니 하게 된 중국의 한국어 강사

    장여진: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주성치: 중국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고 민감한 이야기들도 나올 것 같으니 가명을 사용해달라. 주성치로 하자.

    장여진: 알았다. 한국에서는 대학에 강의를 할 정도면 최소한 석사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학부 출신, 그것도 신방과 출신이 어떻게 외국에서 한국어 강사가 될 수 있는 건가?

    주성치: 인생이란 다 우연히 흘러가지 않나. 학교 다닐 때 라오스 여행을 하게 됐는데 거기에 일본 사람들이 만든 학교를 보게 됐다. 그런 걸 보면서 나도 외국에서 이런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대학 졸업 후 취업 해서 일 하다 취미로 중국어를 배우게 됐다. 그런데 그게 엄청 재밌더라. 그러다보니 본격적으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보니깐,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취업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거기서 한국어 교원 연수를 받게 됐고, 정부와 연계된 기관에서 중국에 취업까지 시켜주는 거였다. 기관은 수강생에게 저렴하게 한국어 교원 연수과정을 공부시키고 정부에서 보조금도 받아 취업까지 시켜주는 건데, 나중에 언론 기사를 보니 그런 식의 취업 프로그램이 사후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나오더라. 날 대학에 취업 시켜준 기관도 얼마 뒤 망했고.

    실제로 처음 기관에서 소개해준 대학은 정말 최악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화장실 불이 고장나서 학교측에 고쳐달라고 7개월 동안 제기했는데 그만 둘 때까지 안 고쳐주더라. 아침에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거나 하는 문제에 대해 ‘모른다’, ‘못한다’, ‘내 일 아니다’라는 3가지 답변 중 하나만 받을 정도였다.

    장여진: 그래서 지금의 대학으로 옮긴 것인가?

    주성치: 지금의 대학으로 이직하기 전까지 소개해주던 기관이 안 망하고 있어 옮기게 됐다. 이곳은 학교 자체가 한국어과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시켜 관련한 곳에 취업시킨다는 목표가 뚜렷이 있다. 내가 이런 저런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랑 잘 맞는 곳인 것 같다.

    중국 내 한국어과 많아…영어, 일본어과보다는 경쟁률 낮아

    장여진: 중국에서의 한국어 강사라. 어떤 식으로 강의하나?

    주성치: 일단은 한국 대학에서 나오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주로 본다. 더러는 중국에 있는 출판사가 책을 내기도 하는데 그 중 가장 적합한 교재들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문법, 법칙에 관한 것은 중국인 강사가 더 나은 것 같다.

    한국인 강사가 할 수 있는 건 말 자체를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정말 한국에서 살 때 필요한 말, 그리고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인 것 같다. 특히 한국 문화와 관련해서는 수업에서 집중적으로 한다.

    장여진: 중국에 한국어 전공자들이 그렇게 많나?

    주성치: 지금은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어과 전공자들이 계속 상승하다가 정점을 찍고 현재는 안정기에 접어든 걸로 알고 있다.

    장여진: 지금 출강하는 대학에서도 교양과목으로 수업이 있는 게 아니라 한국어과가 있는 건가?

    주성치: 그렇다. 그런데 중국에서 공식적으로는 한국어과가 없다. 조선어과이다. 말로는 한국어과라고 부를지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 공식 명칭은 조선학과이다. 처음 한국어과가 만들어질 때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중요했고, 반면에 한중교류는 적었기 때문에 조선어학과가 됐다. 지금은 모두가 한국을 대상으로 공부하고 있고, 북한은 논외이다. 학생들도 북한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장여진: 한국어과의 입학 경쟁률이 쎈 편인가?

    주성치: 일본이나 영어에 비해서는 낮다. 성적이 안 되서 한국어과로 밀려온 친구들도 있고. (웃음)

    장여진: 한국어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주로 어떤 곳에 취직하게 되는 건가?

    주성치: 다양하다. 중국 내 한국 관련 회사나 한국과 거래하는 중국회사에 입사하거나. 아니면 졸업 후 한국으로 유학가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처럼 아예 전공과 무관하게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다. 중국도 안정적인 직업이 화두이다. 환경미화원 뽑는데 경쟁률이 몇 백 대 일이라고 하더라. 일단 공무원이니깐.

    어릴 때부터 경쟁교육 받아온 학생들, 대학에서도 공부 열심히 해

    장여진: 중국인 대학생과 한국인 대학생의 차이점은?

    주성치: 일단 중국 대학생들은 술을 잘 안 마신다. 제일 많이 마시는 건 한국 대학생들이다. 만약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100% 한국인이다.

    기본적으로 중국 대학은 기숙사 생활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기숙사 생활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내 기준에서 보니 기숙사비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부담이 안 될 정도의 가격이다. 그런데 모든 학생들을 거기서 생활하도록 한다. 모든 학생을 다 수용할 수 있다. 한국 대학은 기숙사를 만들기는 커녕 부동산 투기나 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칭찬할 일이라 생각한다.

    장여진: 중국 학생들의 학업 분위기는 어떤가.

    주성치: 전반적으로 굉장히 열심히 한다. 정말 동양식 교육의 정점을 찍은 나라이다보니 어릴 때부터 경쟁 교육을 빡세게 받아온 친구들이다. 또 지금 학생들이 형제가 적거나 외동이다보니 부모님들이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주는데, 거기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식이 굉장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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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요청에 의해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중국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존댓말’

    장여진: 수업 때 보통 한국말만 사용하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중국어는 좀 해야 할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주성치: 정말 한 마디도 이해 못 하는 학생들이 있을 경우 중국어로 다시 설명해 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2학년부터여서 천천히 말하면 왠만해서는 다 알아듣기 때문에 수업 때 최대한 중국어는 안쓰려고 한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한다. 그 친구들에게는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기회니깐. 학생들과 채팅할 때도 한국어로 한다. 그러다보니 나만 중국어가 안 는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내가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고 생각해서 내 뒤에서 중국어로 수근대기도 한다. 다 알아 듣는데. (웃음)

    장여진: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게 무엇인가?

    주성치: 존댓말이다. 한국인들만 사용하니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 언어의 행태가 달라지니깐 이해를 못한다. 완전히 다른 언어를 2-3개씩 배우는 거랑 똑같은 거다. 가령 ‘밥 먹었냐’와 ‘식사 하셨어요’는 완전히 다른 말로 인식되는 것처럼.

    장여진: 종종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반말할 때가 있겠다?

    주성치: 아주 가끔이다. 왜냐하면 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수업 때 존댓말을 사용하니깐.

    장여진: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해서는 어떤 커리큘럼으로 하나?

    주성치: 다 한다. 역사, 문화, 사회는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하나를 가르치게 된다면 그것에 대해 왜 한국사회가 이런 상황이고 그것을 이루게 된 문화나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지 다 설명한다. 하나만 따로 떼어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여진: 학생들이 가장 깜짝 놀랬던 한국 문화는?

    주성치: 소 간과 천엽을 생으로 먹는다고 하니깐 거의 혼이 나간 표정으로 보더라. 우리가 중국사람들이 돼지 뇌라던가 썩은 두부, 곤충튀김 같은 걸 먹는 다는 걸 알게 될 때 짓는 표정과 똑같은 표정이더라.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중국 사람들도 못 먹는게 있구나. (웃음)

    중국 대학생 졸업생보다 낮은 임금…보람 없으면 못 해

    장여진: 본인의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주성치: 일주일에 16시간 강의다. 한 과목당 2시간씩 8과목이다.

    장여진: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주성치: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다. 어떻게 보면 쉬운 직업이다.

    다만 성격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가르치는 동안 최대한 정확하게 알고 가르치고 싶어서 내가 아는 지식을 매 수업 때마다 다시 점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복습한다. 가령 한옥에 대해 가르친다면 한옥의 특징, 재질, 역사 등등 모든 걸 준비해간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알고 있는 상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게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업 준비를 좀 빡세게 하는 편이다.

    장여진: 임금 수준은 어떤가?

    주성치: 형편없다. (웃음) 굉장히 짜다.

    장여진: 중국인 평균 임금과 비교해서도?

    주성치: 중국인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높지만, 그 기준마다 다르니깐. 가령 중국 대졸자는 나보다는 더 많이 버는 걸로 알고 있다. 단순한 육체 노동자들에 비해 내가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 후 취직하는 친구들에 비해서는 많이 버는 게 아니다.

    내가 만난 아는 형한테 내 월급에 대해 이야기 해줬더니 그 형 하는 말이 ‘그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네가 처음이다, 내가 알고 있던 최저선이 너보다 2배는 더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 (웃음)

    그래서 지금 한국어 강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은퇴하신 분들이나 젊은 여성이 많은 편이다. 좀 짜증나는 현상이긴 한데 한국의 선교사들도 이 직업에 관심이 많더라. 중국에서도 요새 한국인 선교사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장여진: 숙소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주성치: 보편적으로 대학에서 기숙사를 제공해주는 곳도 있고 외부에 사택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아니면 집세를 무료료 임대해주는 경우도 있고, 월급에 집세 얼마를 얹어서 주는 곳도 있고.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외국인 전용 사택이다.

    장여진: 한국어 강사의 매력은 무엇인가?

    주성치: 보람이다. 보람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돈 버는 직업이 아니니깐.

    “단순히 한국어 전달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 가르치려고 노력”

    장여진: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나.

    주성치: 학생들이 대회에서 상 타오고 이런 것보다 사소한 것들, 학생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거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내가 한 번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한국에서 여전히 비장애인을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며 그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나중에 시험을 보면 모두 ‘일반인’이나 ‘정상인’으로 쓰지 않고 ‘비장애인’으로 쓰더라. 물론 점수를 받기 위해 쓴 거겠지만(웃음)

    장여진: 나도 파리 갔을 때 대부분의 관광명소에 장애인이라는 한국어 표기가 ‘장애자’로 돼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조차 이제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인데 누가 번역했던 것인지 최신 트렌드(?)를 배우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치: 그래서 한국어를 단순히 전한다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를 가르쳐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장여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주성치: 정말 사람을 돌게 만든 학생 한 명이 있었다. 내가 조금이나마 민족성이 있구나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계기이기도 했고.

    수업시간에 한국 역사를 설명하다가 학생들에게 ‘지금 한국 정부 이전에 뭐가 있었죠’라고 질문했는데 기억을 잘 못하더라. 그래서 내가 조선이라고 알려주면서 다시 ‘조선 이전에는 뭐였죠?’라고 질문하니 한 학생이 지 딴에는 농담이라고 ‘일본 식민지요 하하’라고 웃더라. 정말 크게. 그래서 내가 일순간 얼굴이 굳어지면서 ‘재밌니?’라고 물으니 ‘네! 하하하~’라고 웃더라.

    결국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수업을 더 진행하지 못하고 자습을 시켰다. 수업 끝나고는 다른 학생들이 내가 화가 난 걸 아니깐 그 학생한테 뭐라 했던지 나중에 그 친구가 와서 잘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중국 난징에서 일본에게 당했던 일들이 한국에서는 36년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농담꺼리도 아니고 농담이 될 수도 없다고 설명해줬다.

    “중국은 완벽한 자본주의 국가”…”빈부 격차 느낀다”
    개별 난방 안 될 때 공산주의 국가라는 생각 들기도

    장여진: 현재 많이 자본주의화되었지만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지 않느냐. 그런데서 오는 차이점은 없나?

    주성치: 중국은 완벽한 자본주의 국가이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걸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이를테면 내가 점심 밥을 7원짜리 먹을까 10원짜리 먹을까 고민한다. 한국 돈으로 500원 차이이다. 그런데 계산대 옆에는 50원짜리 하겐다스 아이스크림을 판다. 한국 돈으로 1만원이다. 내가 한끼 먹는 밥보다 5~7배 가격에 파는 거다. 상해 같은 대도시는 음식 값이 워낙 비싸서 그쪽 사는 사람들은 공감이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곳은 외곽이다보니 그런 걸 갑자기 확 느끼게 된다. 홈쇼핑 같은 거 보더라도 내 월급의 몇 배에 달하는 물건을 슥슥 팔기도 하고.

    장여진: 외국인 노동자로서 굉장한 빈부격차를 느끼고 있는 거?

    주성치: 그렇다. (웃음)

    장여진: 아, 그럼에도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주성치: 난방이다. 중국은 개별 난방을 안 한다. 보일러 같은 게 없다. 중앙 화력 발전소에서 몇 월 몇 일부터 일괄적으로 개별 가정집에 틀어준다. 그 날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추워도 난방을 안 해준다. 한국처럼 온도 조절도 못한다. 틀어주는 대로 지내야 한다. 정말 추우면 개별 난방기기를 사든지 해야 한다.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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