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북한산 설악산 등을
    코오롱 이웅렬회장 뒷동산 취급
    등산로 불매운동 금지, 특정 단어도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사상초유
        2013년 05월 28일 12:4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스포츠용품 업체인 (주)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이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전국 102개 산에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며 공유지인 등산로에서 진행하는 자사의 불매운동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들은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3000일 동안 복직 투쟁을 벌이며 지난해 5월 11일부터는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이들이었다.

    또한 이들이 전국 등산로에서 코오롱의 정리해고 문제를 지적하며 불매운동을 벌이자, 코오롱은 최일배 코오롱정투위 위원장을 비롯한 3인이 전국 242개 코오롱스포츠 매장뿐만 아니라 전국 102개 산에서 1인시위, 현수막과 피켓 사용, 유인물 배포, 스티커 부착, 집회를 한다면 1일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특히 코오롱은 지난 13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피켓 등에 “고통”, “탐욕경영”, “자살”, “부도덕한 기업” 등의 수십여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해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심지어 코오롱은 새누리당 전 이상득 의원에게 거액의 자문료를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같은 점을 의식해 “이상득”, “MB정권”, “박근혜”, “박지만” 등 “코오롱과 정권 간 유착행위가 있음을 암시하는 일체의 문구” 또한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28일 오전 11시 코오롱정투위는 민주노총 15층 대회의실에서 코오롱의 가처분 신청을 규탄하고 향후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신호탄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 조합원 불매운동 조끼 출퇴근…그것도 금지 가처분신청 할 건가

    자리에 참석한 주봉희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름이 다가오는데 코오롱 정투위 조끼 입고 수영장, 해수욕장 다니면 그곳도 가처분 신청 내겠다는 것이냐”며 꼬집으며 “다음 달 10일경 ILO총회에서 영어로 쓴 조끼를 입고 참가해 세계 전 조직에 코오롱 사태와 관련한 유인물을 배포할 수도 있다. 그때는 기내 출입 가처분을 낼 것이냐”고 힐난했다.

    주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1760개 사업장에 출퇴근시 코오롱 불매운동 조끼를 입고 출퇴근하라고 지침을 내릴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 부위원장은 자신의 코오롱 등산화를 꺼내들어 “이것이 정리해고 기업이 만든 코오롱 신발”이라며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집어 던지기도했다.

    코오롱불매

    신고 있던 코오롱 등산화를 내던진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사진=장여진)

    학생변혁모임의 정나위 집행위원장은 “아웃도어 용품 시장이 커진 이유는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때문에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일할 시간에 산을 오르기 때문”이라며 “코오롱은 노동자를 정리해고 시킨 덕으로 기업을 성장 시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주 금요일 관악산 앞에서 단 30분만 동안 불매운동을 진행했는데도 관악산을 오르는 10여명의 시민이 왜 불매운동을 하냐고 관심을 보였으며, 정리해고는 나쁜 것이라며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만큼 이 사회에 정리해고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며, 정리해고 기업의 물건은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향후 불매운동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도 코오롱 불매운동 확산에 동참

    불매운동에 동참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 동대문구의 신종훈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102개 산이 사유지도 아닌데 자신의 의지로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것에 어이없음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주부인 박미영씨도 “작년에 농성장을 보면서 낯설고 무섭기도 했다. 해고자들은 왠지 난폭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한 사람이들이 많아 더욱 안타까웠다”며 “불매운동을 하면서 정리해고 부당함을 알리는 일에 등산객들의 호응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인수 변호사 “코오롱의 가처분은 사법역사상 최초”

    코오롱의 이번 가처분신청의 법률적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참석한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이런 가처분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코오롱이 한 획을 세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 변호사는 “불매운동은 정리해고 노동자 뿐만 아니라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만약 우리도 코오롱 상품 보기도 싫으니 판매 가처분 신청하면 되겠느냐. 이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자발적 시민운동을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과 북한산이 이웅렬 회장의 뒷동산이란 말인가”며 “갑 중의 갑인 코오롱이 돈의 힘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방해하는 ‘유명산 및 등산객 탄압 소송’은 전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도리어 붐매운동을 더욱 확산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민주노총 산하 회사 내 등산모임을 시작으로 전국의 등산모임으로 불매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일을 중단하고, 3000일 동안 거리에서 절규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을 정든 일터와 가족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코오롱정투위는 불매운동을 확산 시키기 위해 휴가철 직전인 6월 말까지 1차 집중기간으로 지정, 투쟁 3,000일을 상징하는 3,000명의 인원이 전국 등산로 곳곳에서 몸조끼를 착용하고 산행을 하는 선전전을 벌이는 것을 계획했다.

    또한 불매운동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몸조끼를 제작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정투위에서 몸조끼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불매 운동을 확대시킬 것이며, 매주 등산 투쟁을 벌이는 인원을 집계하기로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