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금지법 철회 논란, “최악의 상황”
    "표 계산 제대로 못하는 순진한 생각", 민주당에 비난 쏟아져
        2013년 04월 19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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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인권기본법이자 포괄적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가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법안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한길 의원은 며칠 전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현재 보수 기독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철회가 불가피하다며 철회 의사가 있는 의원은 알려달라는 내용의 친전을 보냈다.

    최원식 의원도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다음 주 월요일까지 철회에 관해 의사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문재인 의원실의 경우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철회에 관련해 입장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며, 한명숙 의원실은 철회와 관련한 내용을 언론보도로 접했다며 말을 아꼈다.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반면 평소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미 발의한 법안인데 철회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철회 의사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철회할 법안이었다면 당초 대표발의하지 말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법 취지 이해 못하는 민주당, 처음부터 갈지자 행보

    민주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2007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만든 법안을 거의 그대로 베껴냈다. 하지만 당사자들인 이들과 한 마디 논의도 없이 법안을 발의해 초창기 과연 입법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는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측의 노력으로 법률을 발의한 해당 의원들은 개별 면담을 통해 정확한 법안 취지와 입법 의지 등을 확인했으나, 그 수위는 다소 달랐다.

    실제로 김한길 의원의 경우 보수 기독교계가 조직적으로 반대 움직임을 보이자 “나도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조장되고 확산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차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자질 논란이 있었다.

    그는 당시에 “반대 입장의 여론도 차별 당해서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당사자들과 그를 차별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등 입법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법안 철회시, 한국 인권 상황 더욱 후퇴시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조혜인 변호사는 <레디앙>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철회를 강행한다면 이는 2007년 정부에 낸 안을 누더기로 만들었던 것과 같은 효과”라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차별금지법>안을 정부안으로 내놓았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일부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무색하게 만들어 국내외적으로 뱅비난을 받았다.

    조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철회를 강행한다면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어떤 짓을 벌인 것인지 역사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신들의 표가 어디로 향해있는지 계산 못하는 순진한 생각”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의 나영정 상임연구원은 민주당의 철회 움직에 대해 “최악의 상황”이라고 경악했다.

    나 연구원은 “차별금지법 취지 자체가 그런 비합리적으고 불합리한 주장에 대해서 ‘차별이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 그런 불합리한 주장에 피해 받지 않도록 예방하고 구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런데 민주당이 그 핵심을 부정하고 굴복하는 상황은 조항 하나가 삭제되는 것만큼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문제가 이렇게되다보니 정치영역에서 인권 문제를 다룰 능력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며 “법안 철회는 민주당 자체에서도 잘못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길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철회 의사를 밝히며 “박근혜 정부가 국내외 압박으로 인해 차별금지법을 발의한다면 민주당 대 보수 기독교의 구도가 바뀔 것”라고 기대한 부분에 대해서 나 연구원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나 연구원은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은 기독교계 전체의 여론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인데 민주당이 자신들의 지지층이 어디에 있는지 표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더불어 나 연구원은 김한길 의원이 수정을 전제로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쟁점이 후퇴되는 것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차별금지조항 삭제 없는 입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래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어졌고, 박근혜 정부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자기 희망사항으로 해석한 것이다.

    보수 기독교계가 낸 차별금지법 반대 광고 캡처

    보수 기독교계가 낸 차별금지법 반대 광고 캡처

    “보수 기독계 반발 예상 못했나…민주당, 결국 입법 열의 없던 집단”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은하씨는 “당초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했을 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걸 보니 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열의가 있는 집단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강씨는 “물론 법안 하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종합해 타협할 수 있지만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법안도 있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은 헌법에서 이야기하는 국민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첫 출발인 것인데, 이미 예상된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 여론에 쉽게 철회한다면 애시당초 의지가 없는 집단이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특히 강씨는 “그렇게 쉽게 물러나버리면 최악의 전례가 남게 되는 것”이라며 “그것이 당사자들에게 어떤 상처와 의미인지 알기나 하겠냐”며 민주당측의 철회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이미 발의된 법안은 공동발의에 서명한 의원의 1/2의 동의로 철회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측의 조혜인 변호사는 19일 중으로 김한길 의원실과의 면담을 예정하고 있어, 법안 철회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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