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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만화 21세기 키워드』 (홍승우/ 애니북스)
        2012년 12월 08일 1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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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참 빠르게 변한다 싶다. 지금은 이렇게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만 “옛날 얘기들“ 꺼내다 보면 스마트폰이 이렇게 보편적으로 퍼진 지 고작 2~3년 밖에 안됐다는 걸 금세 알아차리곤 한다. 당연히 카톡도 없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걸어 다니면서 한다는 것도 정말 신기해했을 사회였다.

    또 6~7년 전 디스켓을 들고 다닐 시절에 보아 노래 한곡이 그 1.44MB에 차마 다 안 들어가, 분할 압축을 해 디스켓 세 개로 낑낑 나눠서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후로 128MB USB가 나오더니 점점 용량이 늘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요새는 이제 MB단위 USB는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외장하드는 TB단위로 나온다. 더 나아가 이제는 이동식 드라이브보다 웹하드를 주된 저장방식으로 쓰는 사람들도 정말 많이 늘었다.

    IT가 세상 바뀌는 것 중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부분인지라 그걸 제하더라도, 여러 가지 공유되는 의제들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화장품 업체에서 앞장서서 동물권 개념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멀게만 느껴지고 언뜻 공상과학인가 싶기도 했던 GMO식품들은 특히 미국의 대형 식품사들을 통해 이곳저곳 알게 모르게 잠식해오고 있다. 그리고 철벽같을 것만 같았던 한국 내의 동성애에 대한 시선도 그나마 점차 나아져가고 있다.

    이처럼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몰랐던 개념들은 앞으로도 계속 튀어나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말 예전부터 있었기에 당연한 것 마냥 사람들은 또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성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가치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배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개념들이 뛰쳐나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일상영역 밖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일상으로 다가오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이처럼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다양한 개념들을 어느 정도 정리해줄만한 책이 있다. 요새는 21세기에 들어오고 나서 벌써 10%나 지난 상태인지라,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꽤 재밌는 책을 소개한다.

    “만화 21세기 키워드”의 원작은 사실 1999년에 21세기로 막 넘어갈 때 나왔다. 그리고 만화판 역시 그리 멀지 않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다. 이때는 정말 21세기라고 하면 정말 엄청난 ‘미래’를 상상했을 것이다. 지금은 2050년은 더 되어야지만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만, 조만간 하늘을 날아다니는 1인용 교통수단을 타면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영상통화를 할 것이라 상상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어쨌든, 저 ‘미래’속의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은 모르지만 어느 연구실 속에서 다양한 연구원들 혹은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이 책은 이런 연구실에서만 진행될 법한 이야기들을 일상생활과 연결시키거나 혹은 세밀한 내용으로 충실히 연결시켜두었다. 청소년을 위한 교양도서를 지향한 만큼 내용들을 쉽게 해설해 놨을 뿐더러,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이나 개념들이 등장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생활용품 등을 통해 일상생활과 어떤 식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 설명한다. 특히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하기도 하고, 이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 문화적으로 화두가 될 법한 부분과 그에 대한 윤리적 판단까지 잘 담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사이보그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기계로 볼 것인가이다. 사실 사이보그에 대한 넓은 정의를 보면 인공장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예방접종 혹은 향정신 계열 약을 쓰는 사람, 더 넓게는 사회라는 시스템에서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속의 사람들 모두 사이보그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기계이며 어느 대상까지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나라는 의문 등 여러 가지 고민들을 던질 수 있는 바탕을 쉽게 마련해준다.

    또 미래 사회라고 했을 때는 새로운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어떤 도구들이 더 나올지에 대해 치우쳐 있는 경우도 많은데, 여러 가지 부각될 수 있는 사회적 문화까지 다루고 있다.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분야의 개념들은 많이 다루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화두가 될 만한 주제들을 다루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넓게 다루고 있다.

    초판들이 나온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재판이나 개정판이 안 나온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이 아니고서야 몰랐던 부분들이나 신기한 부분들이 꽤 많다. 당시 이야기된 몇몇 연구들 결과가 나올 예정일 중 2010년대에 있었던 것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는 게 보인다.

    아직도 SF에서만 다룰 법한 이야기들도 종종 보이지만, 관심 갖고 현재 진행 상황을 찾아보면 일상생활에서 상용화는 아직 안되었지만, 기술이 이렇게 발전해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것보다 우리가 상상하는 기술들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들이고 그 사이사이에 약간씩 보이는 진보가 얼마나 큰 수확인지 공감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진행상황은 외부에서 찾아봐야하지만, 이를 보면서 앞으로 미래가 이렇게 다가올 거구나 상상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다.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 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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