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내부 구조적 불균형과 재정 위기
    [분석] 불투명한 유로존의 미래②
        2012년 05월 26일 10: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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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불투명한 유로존의 미래 ①

    유로존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과 재정 위기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정세의 변화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유로존, 그리고 유럽연합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유로 통화권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각국 정부들이 유로존 내부의 지역적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해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과 유로 통화권이 출범하면서 가졌던 중요한 비전 가운데 하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공동 번영을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유로존 국가들은 그 이전까지 개별 국민국가로 나뉘어져 있던 지역들 간의 산업적 지역적 사회문화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남부 유럽의 재정 위기가 현재와 같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의 남부 유럽은 독일이나 프랑스와 지역간 산업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하고 사실상 독일과 프랑스의 내부 식민지 또는 중심부에 정치경제적으로 종속된 주변부로 남아 있었다.

    자국 내에 경쟁력있는 산업 분야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부 유럽 국가들의 대외 무역 수지는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고, 이것은 다시 정부가 계속해서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심각한 재정 적자로 변이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남부 유럽 국가들이 누적되는 정부 부채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데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적으로 확장된 신용 대부 덕분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남부 유럽,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은 마치 미국의 플로리다나 네바다 주의 경우처럼 외부에서 흘러든 값싼 돈을 빌어 부동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2008년 경 미국 주택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고 각종 모기지 관련 파생금융 상품이 헐값으로 시장에 투매되기 시작하자 남부 유럽 지역에 흘러들었던 국제 금융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돈을 빌려 국내 자산 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던 은행과 비금융 기업들이 파산 위협에 노출되었고, 이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공적 자금을 퍼부어 대기 시작하면서 그리스 재정 문제가 잠재적인 뇌관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로존 주요국 경상 수지의 분기별 변화, 2000-2012

    유럽 주요국 재정 적자의 연간 변화, 2000-2011

     

      독일과 프랑스 보수당 정부가 추진한 긴축 위주의 잘못된 정책 대응

     그러나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무 건전성 문제가 최근의 경우처럼 유로존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까지 번저나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보수당 정부 관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스를 포함한 남부 유럽 여러 나라들에게 긴축 정책을 강요하는 것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책적인 차원에서 전혀 다른 해결 방안이 존재했다. 가장 먼저 떠올려 볼 수 있는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유럽 중앙은행이 그리스 정부가 발행했던 단기 채권을 전부 사들이고, 이를 통해 그리스 정부가 정부 채권의 만기일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리스는 유로존 안에서도 경제 규모가 적은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그리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120%를 넘는다고 해도 절대 규모라는 측면에서 결코 유로존의 존폐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만약 2009년 말 그리스 재정 적자 문제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 유럽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단기 채권을 사들이고 그리스 정부가 장단기 채권의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했다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악화일로를 걷기만 한 남부 유럽발 재정 위기는 조기에 차단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유럽 중앙은행은 경제이론적으로 지극히 보수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독일 중앙 은행가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영국이나 미국 중앙은행이 금융 위기 발생 초기에 집행했던 긴급 유동성 투입 조치나 양적 완화 조치를 인프레이션 위험을 거론하며 거부해왔다.

    물론 2011년 12월 말부터 유럽 중앙은행은 남부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들을 사들여 이 국가들의 채권 이자부담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유로존 은행들에게 저리의 이자율로 막대한 유동성을 지급하는 등 2008년 국제 금융 위기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 영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취했던 일련의 긴급 조치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들은 항상 때늦은 것이었고, 지원 액수도 남부 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이탈 우려를 불식시킬만큼 큰 규모가 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정책 당국자들은 애초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현재와 같은 채무 불이행 위기로 악화시킨 셈이다.

    유로존의 구조 개혁과 강화된 재정 통합론의 문제점

    물론 이와 같은 단기 처방 이외에 유로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책 노선이 있다. 그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보수당 정부 관리들이 말하는 것처럼 유로존 가입 국가들이 보다 엄격한 재정 통합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 통합의 목표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개별 국가들의 재정 적자 규모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않된다. 오히려 그 반대가 맞다. 다시 말해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지역간 산업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편성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재정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개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자국의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 결정권을 상위의 연방체제에 위임하는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연방체제 안의 지역적 산업적 불균형을 완화해서 한두 지역에 주변 지역들이 종속되거나 내부 식민지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이 점은 최근 보다 강력한 재정 통합에 관한 논의가 거론되기 이전부터 유럽연합과 유로존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던 장기 비전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출범 초기부터 지역간 격차를 줄이고 산업의 근대화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별도의 유럽지역 균등발전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유로화가 출범한 지 10여 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남부유럽의 재정 위기가 불거져 나온 것 자체가 이 기금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로존과 유럽연합 안에서 독일과 프랑스 (유로존 중심부)가 계속해서 무역 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한 누군가 (유로존 주변부)는 반드시 무역수지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만성적인 무역 수지 적자국이 계속해서 민간이나 정부 부문에서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유로존 내부의 지역간 산업별 격차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강화된 재정 통합, 다시 말해 엄격한 재정 적자 관리만을 거론하는 것은 유럽 주변부 국가들에게 만성적인 적자국이 되라면서도 동시에 빚을 내지 말라고 하는, 경제이론적으로는 전혀 가당치 않는 목표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보수당 정부가 진정으로 유로존 회원국가들의 건전 재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 두 나라가 먼저 남부 유럽에서 수출되는 상품들을 더 많이 구매해 주어 남부 유럽 국가들이 대외 무역 수지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중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 지역들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재정적, 기술적,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거론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강화된 재정 통합에 관한 논의가 거론된 경제적 맥락이다. 중장기적으로 유로존의 모든 국가들에게 보다 강력한 재정 집행 단위를 만드는 것은 꼭 달성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 위기 때문에 디폴트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재정 통합을 거론하는 것은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것이다.

    최근과 같은 금융 위기 국면에서는 해당 지역 정부가 긴축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 재정 정책을 편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민간 기업과 노동자들의 투자와 소비가 기업의 확대된 투자, 고용 증대, 소비 증대 등의 순으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그리스와 남부 유럽에서 벌어진 사태는 독일과 프랑스가 강요해온 단기적 과제와 장기적 과제를 혼동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뒤바꾼 최악의 조합이 야기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소개
    신희영
    뉴욕 뉴스쿨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Wright Stat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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