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이 식민지인 한 미래는 없다
    [서평]『지방은 식민지다』(강준만 저/ 개마고원)
        2012년 09월 08일 0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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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전에 지방도시의 각종 간판 상호를 조사한 것을 본 일이 있는데, 가장 선호하는 상호가 ’중앙‘이요, 버금이 ’서울‘이었다. 총 조사대상의 1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니 중앙에 대한 향수가 얼마만한가 알게 해준다.’ (p. 57)

    우리 민족에게는 ‘중앙’에 대한 묘한 노스탤지어 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와 같은 말이 속담으로 전해 내려올 정도이니 우리 민족의 서울 사랑은 꽤나 오래 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것인 모양이다.

    서울에만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인 1000만 명이상이 모여 산다고 하니 ‘서울 사람들이 동시에 한 마디씩 하면 천만의 말씀’이라는 농담이 단순히 농담에 그칠만한 일은 아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지금 이 순간도 한없이 뻗어나가고 있는 서울에 대한 애착은 위에서처럼 가게 상호를 ‘서울’이나 ‘중앙’으로 짓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아, 찬란한 그 이름, 서울이여! 이처럼 ‘중앙’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공통된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북한에서는 병아리가 ‘피양피양’ 운다고 하더라.

    이렇게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이라는 도시가 우리나라에서 갖는 영향력이란 막대하다. 이미 서울은 단순히 한 나라의 수도라는 점을 넘어서 그 자체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이며, 수많은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 수도이기도 하고, 내로라하는 대학들이 모두 모여 있는 교육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in서울’을 목표로 공부하는 수많은 대학생들의 목표는 서울 소재의 대학교에 진학하여 2호선을 타는 것이며, 직장인들의 목표는 서울의 본사로 승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서울은 그야말로 욕망의 도시라고 부를 만하다.

    이렇게 서울에 우리나라의 모든 기능은 집중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수많은 인구가 몰려들어 국가의 균형 발전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골머리를 썩게 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서울’에 산다는 것이 기득권을 갖게 되는 국가의 내부적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최장집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지금과 같은 서울 집중화는 그 자체가 기득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머리말 중)

    그리고 이와 같은 권력의 집중화는 분권화를 저해하고, 결국에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머리말에는 ‘손바닥만 한 나라에 지방자치는 무슨 지방자치냐’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던 기초자치단체장 임명제에 관한 분노에서 저술했다는 『김병준 교수의 지방자치 살리기』의 머리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이러한 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좁은 나라 안에서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겠느냐’(p. 19)와 같은 소리로 일관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것을 지방으로 이전해봐야, 결국 전체 파이는 똑같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생각에 대해 정부가 낡은 ‘개발독재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방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것을 그저 징징거림으로 받아들이며, 한편으로는 기만적인 정책과 수도권 위주의 투자,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수도권은 변함없이 발전하고, 지방은 쇠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서울로의 집중은 분명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는 단순한 미봉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시혜성 짙은 중앙 기업의 지방 이전 등에만 집중되어 왔으며, 이는 현 정부에서 이루어진 일만은 아니다.

    책에서 인용된 변용환 한림대 교수 연구팀은 하이트 홍천 공장의 조세 남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방세의 비중이 0.22%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는 지방에 수많은 기업을 이전시켜봐야 이전된 기업들로 인해서 지방의 경제가 눈에 띄게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경제적인 측면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며, 정치,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저자는 원인을 지역주의로부터 찾고 있다. 지방이 식민지로 머무르더라도, ‘우리 지역 출신이 중앙권력을 잡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지방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지방을 책임져야하는 것은 지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니, 거기에서 더 나아가 지방이 한국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서울이 우리나라 전체의 고민을 떠맡는 것도 아니고, 지방은 지방의 고민만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지방도 수도권의 고민을 헤아려가며 좀 더 정교한 대안을 주장할 수 있어야한다.

     ‘생존 중인 역대 도지사 12명 중 1명만 전북에서 살고 있습니다.’ 2006년 6월 30일 밤 전북의 민영방송 <JTV>의 뉴스 내용이다.(p. 348)

    이 말은 대통령들에게 적용해보아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수도인 서울에 사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을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퇴임 후에도 서울에만 살고있다는 것에 흠칫, 놀라게 되기도 한다. 각론은 없고 총론만 있는 한탕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방 자치가 실현될 날을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 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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