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옥서 9번, 밖에서 10번째 단식합니다
        2008년 09월 16일 11: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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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31일 영등포 교도소에서 특사로 석방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처음 맞는 추석명절 날이 애틋하다. 그런 날 나는 다시 기륭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생애 10번째 단식을 하고 있다.

    짐승 이하의 삶을 강요하는 감방에서 하는 단식은 사면이 벽으로 막혀 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박혀 있어 방안에서 보이는 바깥 세상은 고층아파트뿐이었다. 하늘마저 둥근 하늘이 아니라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사각형 하늘이었다.

       
      ▲ 기륭농성장에서 연대단식농성 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정의가 밥을 먹여 준다는 믿음

    그래도 희망이 있었던 것은 정의가 밥을 먹여 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혼자 갇혀 사는 징역살이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4개월 동안 감옥에 갇혀 살며 나는 아홉 번의 단식 투쟁을 해야만 했다. 대부분 기륭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투쟁 및 KTX-새마을호 여승무원, 코스콤, 뉴코아-이랜드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승리와 현장복귀를 위해서였다. 전국에 구속된 노동자와 국가보안법 관련 양심수들이 매번 함께 했었다.

    막상 단식을 위해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 농성장에 있어 보니 감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늑하고 전망이 좋다. 포근함이 있는 고향에 온 느낌이 든다. 들고나는 사람들이 한 눈에 보이기도 한다. 꼭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있다는 마음이다.

    마침내 9척 담장 옥담을 허물고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사회는 단지 좀 넓은 감옥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수감 중일 때보다 더 많은 문제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돈과 권력이 인간의 양심을 지배하는 천박한 자본의 벽에 맞서 여전히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싸우며 살아가야 부끄럽지 않은 삶인지 배워야하는 세상이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석방되고서도 종종 힘에 버거우면 돌아가고 싶은 곳이 감옥이었다. 이제야 추석 연휴를 핑계 삼아 세상 밖 감옥으로 돌아와 나는 다시 단식을 하고 있다

    무기한 단식은 아니어서 부담은 적다. 기륭 김소연 분회장은 단식 94일째가 되던 지난 금요일 아침 7시 농성장에서 쓰러져 급히 녹색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소연 분회장의 목숨 건 투쟁을 우리 사회 모두의 투쟁으로 받아 안기 위한 종교계, 사회단체 대표자 릴레이 동조단식이 제안되었다. 그 첫 주자로 나와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수십만 촛불과 외로움

    한편 우리들의 릴레이 동조단식은 기륭 투쟁을 넘어 9월 23일 열릴 모든 장기투쟁 사업장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일만 선언, 일만 행동’ 관련한 힘을 모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기륭 투쟁을 통해, KTX-새마을, 코스콤, 뉴코아-이랜드, GM대우, 성신여대 등 수많은 비정규직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통해 이제 우리는 890만의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제도화해서 차별하는 사회는 그만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회적 투쟁으로 나아가자는 항변이기도 하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만, 수십만 촛불이 광화문 네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이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한편 그 촛불에 속수무책으로 둘러 쌓여 있는 기륭여성노동자와 이랜드 등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게서 한없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그들의 외로운 농성천막을 찾아들곤 했다. 촛불과 비정규직들이 만나야 한다는 간곡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 밖에서 처음 맞는 추석명절에 돈과 권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을 하며 우리 같이 싸우자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느끼고 싶은 것이다. 나 혼자 감옥살이를 한 것이 아닌 것처럼 천박한 자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이만큼 많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감옥에서 3년간 갇혀 있다 나와서도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것은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촛불시위로부터 진화해서 이젠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네티즌 여러분과 시민들에게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현장에서 드리고 싶어 나는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9월 23일 우리 모두가 다시 거대한 촛불로 광화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 우리 시대의 야만과 차별의 근원
    890만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만인선언, 만인행동’에 함께 해주세요.

    1. 일만 선언
    – 선언비 5,000원을 납부해 주시면 됩니다.
    – 선언비는 신문광고비와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기금으로 쓰입니다.
    – 입금계좌 / (신한은행) 140-008-234498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2. 일만 행동
    – 9월 23일 행동에 함께 해주십시오.
    – 개인별, 단체별 입장 표명과 다양한 참여 행동을 조직해 주십시오.
    (지역 비정규투쟁사업장 방문, 당일 퍼포먼스, 선전 등)
    –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사회운동 네트워크에 함께 해주십시오.

    3. 일정(장소는 추후 공지 예정입니다.)
    – 9월 23일 오후 1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원로/대표자 시국선언

    – 9월 23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총력 결의대회
    – 9월 23일 오후 7시, 촛불문화제

    * 문의 / 박래군(010-2729-5363), 송경동(018-278-3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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