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국은 어떤 모습으로 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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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31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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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럽 중앙은행.

    그리스 등의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에서 시작된 유로존의 금융 위기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가장 먼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나라는 아이슬랜드와 아일랜드였다.

    그 뒤를 이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남부 유럽 국가들이 유럽 차원의 직간접적인 구제 금융을 받았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는 유럽 중앙은행으로부터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았고, 독일과 프랑스 등이 중심이 되어 긴급하게 조성한 ‘금융 안정 기금’과 국제 통화 기금 등의 긴급 구제 금융을 3차례에 걸쳐 지원받고도 여전히 국가 부도 위기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

    이 글에서는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유로존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등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 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정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업들의 얼키고설킨 금융 거래의 속성상 만약 그리스가 국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인근 남부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서유럽 국가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파국적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도 동시에 조망해 보고자 한다.

    3.

    그리스 재정 위기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려면 멀리 2007년 미국발 금융 위기 상황으로 잠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대략 2006년 3분기와 2007년 2분기 사이에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지기 대출자들의 부도율이 급속하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미 연방 주택청과 미 연준이 나서서 모기지 대출 승인 심사 절차를 엄격하게 재조정하면서 수습하려고 했으나, 2007년 3분기와 2008년 1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미 연방 주택청이 주택 가압류(foreclosure)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은행으로 하여금 모기지 이자율을 재조정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리고, 미 연준은 정책 금리를 최고 6%대에서 0.25%까지 급격하게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각종 파생 금융 상품이 복잡하게 얼킨 금융 거래를 통해 국내외로 널리 팔려나간 상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 위기의 확산과 파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차, 3차에 걸친 자산 유동화와 복잡한 금융 거래는 거래 당사자들 가운데 주택 시장의 침체와 주택담보부 채권의 부실화 때문에 누가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될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을 야기했고,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은행간, 그리고 비은행 금융 기업 간의 단기 대출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4.

    2008년 2분기에서 2009년 1분기는 미국 주택 시장 발 금융 위기가 결정적인 국면으로 치닫는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주택 대출을 전문으로 했거나, 신용 부도 스왑(credit default swap) 등의 관련 보험 상품을 팔았던 비은행 2차 금융 기관들(MBIA, MBAC, IndyMac, Countrywide, AIG 등)이 대거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불량 주택 담보부 채권에 대한 보유 비중이 높았던 투자 은행들의 대부분이 파산하거나 인수 합병되었으며(Lehman Brothers, Bear Sterns, Merrill Lynch, Wachovia), 미 연준의 긴급 구제 금융에 힘입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금융 지주 회사로 탈바꿈한 Goldman Sachs).

    미국 국내적으로는 미 연준의 각종 긴급 유동성 지원 정책과 금융 산업에 대한 지원책 그리고 부시 행정부 하에서 취해졌던 조세 환급 조치까지 포함하면 총 3차에 걸친 확대 재정 정책 등이 집행되었다.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CEO(가운데 남자)에게 야유를 시민단체 회원들.

    5.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 내의 조치들은 어디까지나 국내의 금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 미국 발 불량 주택 담보부 채권을 ‘분산 투자’(portfolio diversification)라는 명목으로 보유하고 있던 유럽의 각종 연기금과 금융 투자자들은 대거 손실을 보거나 해당 정부의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받아야 했다.

    미국보다 먼저 정책 금리를 낮추고 주요 파산 은행들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취했던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앙 은행의 정책 금리를 추가적으로 낮추고 각종 긴급 유동성 투입 규모를 올리는 조치를 취했고, 뒤이어 유럽 중앙 은행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6.

    이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유럽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부실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한 위험 노출 규모가 컸던 은행들이 부실화되거나 파산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다. 해당 정부들은 당연히 국내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연쇄 파산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금융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다시 정부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부동산 부실 자산으로 손실을 본 외국의 은행들과 기관 투자자들은 해외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을 막기 위해 급속하게 자산을 빼돌리기 시작했고, 다시 급속한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 시장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해당 정부가 재정 건전성의 지속적인 악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 산업에 추가적으로 개입하는 상황, 그리고 이것이 다시 민간 부분의 금융 위기가 정부의 재정 위기로 급속하게 변모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7.

    2010년 3분기부터 지금 현재까지의 국면은 국제 금융 기관과 민간 투자자들이 급속하게 단기 투자 자금을 남부 유럽 국가, 특히 그리스 등에서 빼내고 이 돈을 다시 남미와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에 투자하는 시기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아이슬랜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그리스 등이 유럽 금융 안정 기구와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의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으나,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대외 채무 비중이 높았던 남부 유럽 국가들로 재정 위기가 파급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바로 이 남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채무 비중이 높은 서유럽의 주요 은행들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유럽 연합 전체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금융 및 재정 위기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8.

    애초 그리스 정부의 재정 위기가 불거진 것은 2009년 집권한 현 사회당 정부 관계자들이 이전의 보수당 정부가 그리스 정부의 재정 상황을 제대로 공표하지 않고 이중 장부를 만들어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실제 재정 지출 규모를 은폐하고 있었다고 폭로하면서부터이다.

    유럽 연합에 가입한 국가들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재정 적자 폭을 늘릴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그리스의 이전 정부가 이를 속이고 은밀하게 정부 채무 비중을 높혀 왔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9.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계 골드만 삭스 소속 투자 자문가들이 어떠한 일을 벌였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골드만 삭스는 당시 그리스 정부와 공모하여 그리스 정부의 명목 부채 현황을 조작하고, 추가적으로 정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명을 딴 중장기 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자신이 미국 내에서 발행했던 주택 담보부 채권에 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그 채권의 부실화가 발생할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관련 신용 부도 스왑에 대한 포지션을 바꿔치기 했다.

    10.

    BIS(국제결제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그리스는 총 3400억 유로 정도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그 가운데 프랑스가 대략 420억 유로에 상당하는 민간 부문 부채와 567억 유로에 상당하는 그리스 정부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전체 450억 유로의 채권 가운데 그리스 정부 발행 채권을 339억 유로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를 이어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이탈리아의 민간 부문과 정부가 나머지 부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의 민간 은행과 금융 기관들에 대한 지급 보증과 예금 자산 보호 등의 명목으로 그리스 정부가 추가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은행 산업에 쏟아 붙는 사이 정부의 채무 비율은 2007년 GDP 대비 105%에서 2011년 현재 158%로 폭증한 상태다.

    11.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이나 국제통화기금 등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포함하여 제3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막상 사태가 변화하자 갑자기 표변하여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에 희생양이 된 그리스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2007년 1월과 같은 해 12월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의 그리스 경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경제는 민간 자본의 유입과 이에 따른 신용의 증대에 힘입어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은행 및 금융 산업의 안정성도 증대되어 왔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어 왔고, 공공 부분의 재정 적자가 잠재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그럼에도 그리스 정부가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구조 개혁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잠재적인 불안 요인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금융 부문의 안정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12.

    그런데 이와 같은 공식적인 평가는 2009년 초가 되면서 급격하게 반전된다. 2009년 5월에 발표된 그리스 경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 소속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그리스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국제 신용 대부가 바닥나고 대외 경제 여건이 급속하게 변모함에 따라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리스 은행들이 미국에서 발행된 부실 주택 담보부 채권을 직접 보유하지는 않고 있지만, 해외 민간 자본의 유입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그리스 은행의 자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미국 발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국내 은행들의 자기 자본 비율을 높이고, 예금 보험 제도를 도입했으며,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재원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부의 바로 이와 같은 조치 때문에 그리스의 재정 적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그리고 실제로 2010년 초반에 들어서자 그리스 정부의 재정 적자 문제는 국제 금융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초 그리스 정부는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차원에서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일련의 계획을 발표했다.

    13.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2010년 4월 11일)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과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 3자(트로이카)에게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국제 통화 기금은 4월 1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그리스에 협상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발표했다.

    마침내 5월 2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부에 총 1100억 유로(1450억 달러 수준)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국제통화기금은 3년에 걸쳐 총 300억 유로(400억 달러 수준)에 상당하는 지원금을 주기로 약속했다 .

    물론 이 대가로 그리스 정부는 강력한 구조 조정 정책을 취할 것을 약속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스 정부는 ①2014년까지 정부 재정 적자를 3% 대로 줄일 것(참고로 2009의 적자폭은 13.6%) ②이를 위해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공무원 연금과 임금을 줄이고 향후 3년 동안 이를 동결할 것  ③재정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2013년까지 부가가치세와 사치재에 대한 특별 소비세를 올려 GDP 대비 4%대의 조세를 더 거둘 것 ④연기금을 대폭 개혁하고 정부 거버넌스를 효율화하며, 더 나아가 각종 사회 안전망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폭 삭감할 것 등을 약속했다.

    14.

    그 이후 국제통화기금은 5월 2일 전체 지원액 가운데 1차분을 지원했다. 7월 초 트로이카 대표단이 그리스를 방문, 그동안의 구조 개혁의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평가 내용을 종합하면, 그리스는 애초 약속한 바대로 정부 재정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연기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해 9월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부에 대한 지원과 구조 개혁 현황에 대한 첫 평가 보고서를 발행하고, 이후 11월 중순 트로이카 대표단이 그리스를 방문하여 두 번째 실사를 벌였다.

    이 때 발행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의 구조 개혁 요구를 전반적으로 따르고 있지만, 재정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있어서는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보고서는 그리스의 의료 보장 체제와 국영 기업의 운영이 비효율적이고, 조세 집행이 고비용 구조라면서 이 분야를 중점 개혁해 추가적인 정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같은 해12월 초와 이듬해 2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수정된 구조 개혁 방안을 국제 통화 기금에 제출하였다.

    15.

    그로부터 한 달 후 국제통화기금의 실사단이 다시 그리스에 파견되어 구조 개혁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관련 보고서는, 2010년 한 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4.5% 감소했으며, 경제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빠져들자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외무역수지도 더 악화되지 않는 상황이 발행하고 있고, 금융 부문의 경우 은행간 대출이나 신용 대출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은행의 자산 건전성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태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정부 부채 규모가 축소되는 반면 민간 부문의 채무 규모가 대폭 증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달 후 트로이카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의 권고대로 국영 기업과 은행 산업에 대한 민영화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초 그리스 정부는 다시 세 번째 구조 개혁안을 국제 통화 기금에 제출했고, 이를 근거로 국제 통화 기금은 같은 달 전체 지원금 가운데 세 번째 지원액을 제공했다.

    16.

    그렇지만 그리스 정부는 7월 중순 경부터 트로이카가 요구하는 재정 적자 폭의 축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에 트로이카는 더 이상의 추가적인 금융 지원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고 유럽 통화 동맹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리며 우려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국제 금융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대폭 증대되기 시작했다. 7월 22일 유럽 재무 장관 회의와 17개 유로 통화권 국가들이 그리스 정부에 1090억 유로에 상당하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와 동시에 이들 국가들이 유럽 금융 안정 기구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태가 안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17.

    이후 트로이카 실사단이 5번째 평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실사단을 그리스에 파견한다. 그리고 10월 1일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그리스발 재정 위기가 인접 남부 유럽 국가들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등의 서유럽 은행들의 자산 안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26일 현재 유럽 연합의 주요 국가 재무장관들은 유럽 안정 기금의 예비 운용 자금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그리스 정부에 대한 지원 규모를 다시 늘리며,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50%에 상당하는 가치를 손실 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8.

    이 발표가 있은 직후 지금까지 국제 금융 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는 상황이고, 그리스에서 새롭게 시작된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남부 유럽의 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50%에 상당하는 그리스 정부 발행 채권의 최대 보유자는 바로 그리스의 민간 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합의안 대로 50%에 상당하는 자산을 손실 처리할 경우 그리스 민간 은행들의 자본 비율과 자산 건전성을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리세션(경기 후퇴)에 빠져들고 있는 그리스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19.

    이미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그리스 경제는 경쟁력 있는 제조업 분야의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인접한 독일과 프랑스에 대해 지속적인 무역 수지 적자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대외 채무를 상환한다는 미명 하에 그나마 남아 있는 국영 기업들을 민영화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그리스 경제는 사실상 자체의 독립적인 성장 기반을 갖지 못하는 좀비 경제로 추락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리스는 더 이상 유럽연합이라는 틀에 존속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어차피 그리스는 유럽연합에서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 정부의 당국자들은 현재 국면에서 과연 무엇이 자국의 경제 공동체의 명맥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20.

    지금까지 서구의 주요 언론은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의 협상 타결 여부만을 중점적으로 보도해 왔다. 이 때문에 현재 그리스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재와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 국면에서 그리스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에 관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있는 자료들의 대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리스 정부가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댓가로 취한 일련의 구조 개혁 조치들은 2011년 현재 기준으로 약 14%에 상당하는 5,600유로(7,707달러, 854만원 수준)의 가계 소득의 축소를 가져왔다. 그리스 경제는 올해만도 5.5%의 마이너스 경제 성장율을 경험할 것이고 2012년에는 2.5%의 추가적인 경제 성장 감소율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스 정부의 대규모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시위대들.

    21.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율과 범죄율을 폭증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캠브리지 대학 사회학과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스와 스페인 그리고 그리스 등지에서 자살율이 지난 몇 년 동안 폭증했고, 그 가운데 그리스의 경우는 올해 들어 16%나 증가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파블로스 티마스 교수는 “사람들이 매우 극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자살을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 와중에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22.

    또 한 가지 중요한 지표는 이주 노동자에 관한 자료이다. 현재와 같은 파국적인 경제 상황 하에서 젋은 노동 인구의 다수가 그리스에서 탈출하여 대거 인접 유럽 국가들로 이주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만 해도 2011년 상반기 동안 무려 28,000여 명의 남미계 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갔고, 만약 이러한 사태가 지속될 경우 채 10년도 되지 않아 50만 명 정도의 인구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3.

    그리스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미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며칠 전 유럽연합 차원의 재정 안정 방안은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민간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 내 프랑스와 독일 민간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방안을 비대칭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합의안은 한마디로 그리스 은행 부문과 그리스 경제 전반을 포기하고 그리스 발 재정 위기를 차단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실상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불가피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다만 그 파국적인 여파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의 당국자들은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자생력의 기반을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 *

    주요 사건 일지

    • 1999년 1월 1일 유로화가 공식 출범하고 발효됨
    •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함
    • 2008년 말타와 사이프러스가 유로존에 가입, 같은 해 12월 200bn에 상당하는 경기 부양 조치를 발표
    • 2009년 슬로바키아가 유로존에 가입, 에스토니아, 덴마크, 라트비아 그리고 리투아니아가 유로존 공동의 환율 조정 메커니즘에 가입하고 자국의 화폐 가치를 유로존의 화폐 가치에 준하여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함

    같은 해 4월 유럽 연합 집행 위원회는 프랑스와 스페인, 아일랜드와 그리스 정부로 하여금 재정 적자 폭을 줄일 것을 권고함

    같은 해 10월 조지 파판드리우(George Papandreous)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가 출범; 11월 두바이발 재정 위기가 전세계 금융 시장을 강타하면서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상태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고조됨

    12월 그리스 사회당 정부 관계자들이 이전 보수당 정부가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를 은폐했으며, 실제 정부 부채가 300bn에 상당한다고 발표 (GDP의 113% 규모, 유로존 평균인 60%의 두배에 상당하는 수치);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그리스 정부와 은행들의 신용 평가를 낮추기 시작함
    • 2010년 1월 유럽연합이 그리스 정부 부채 규모에 대한 실사 파악에 나서고, 2009년 재정 적자를 애초 공표된 3.7%에서 12.7%로 상향 조정함.
    • 2010년 2월 그리스 정부는 정부 재정 적차를 줄이기 위한 일련의 긴축 재정 조치를 발표. 그러나 인접한 남부 유럽 국가들,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채권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인접 국가들로 재정 위기가 번져나가기 시작.
    • 2010년 3월 유로존 국가들과 국제통화기금은 약 22bn에 상당하는 자금을 조성하여 그리스에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발표.
    • 2011년 3월 12일 유럽 금융 안정 기구의 예비 자금을 €250bn에서 €440bn로 확대하기로 합
    • 2010년 4월 유로존 가입 국가들이 약 30bn 정도의 긴급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발표
    • 2010년 5월 유로존 국가들과 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 정부와 합의하여 110bn의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
    • 2010년 11월 유럽 연의합과 국제통화기금이 아일랜드에 총 85bn의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
    • 2011년 1월 에스토니아 유로전에 가입
    • 2011년 2월 유로존 재무부 장관들은 500bn 상당의 재원을 가지고 운영되는 유럽 연합 차원의 금융 안정 메커니즘 (European Stability Mechanism)을 설립하자는 데 합의
    • 2011년 5월 유럽 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이 78bn의 긴급 구제 금융을 포르투갈에 지원하겠다고 발표
    • 2011년 6월 유로존 재무부 장관들은 추가적인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그리스 정부가 더욱 강력한 구조 조정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함
    • 2011년 6월 2일 미국 신용 평가 회사 무디스가 그리스 국채에 대한 신용도를 B1에서 Caa1으로 강등함. 이와 더불어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이자 부담률이 16.25%로 오름
    • 2011년 7월 3일 그리스 의회는 추가적인 긴축 조치안을 통과시키고, 유럽 연합은 12bn의 두 번째 지원금을 지급함. 같은 달 두 번째 구제 금융 안이 합의됨
    • 2011년 7월 21일 유럽 금융 안정 기구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금융 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행정 조치를 발동할 권한을 부여받음; 이 자리에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은행과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의 현재 가치의 21% 상당하는 지분을 손실 처리하고, 그리스 정부에 대한 € 109bn의 신규 구제 금융 지원을 승인함. 더불어 장기 그리스 국채의 만기일을 최대 30년까지 연장하는 조치에 합의함
    • 2011년 8월 5일 유럽 중앙 은행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해당 국가 발행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
    • 2011년 9월 15일 유럽 중앙 은행, 영국 중앙 은행, 일본 중앙 은행 그리고 미국 연준이 합의하여 외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유럽의 민간 은행들이 이들 중앙 은행에서 달러화를 최대 3개월 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
    • 2011년 9월 17일 유럽 재무장관 회담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나 유럽 주요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위한 유동성 지원 등에 관해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끝이 남.
    • 2011년 9월 22일 국제 금융 시장이 요동을 침,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주요 은행들의 주식 가격이 중심이 되어 국제 주식 시장 가격이 폭락하고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고 이탈리아 국채에 신용 부도 스왑 이자율이 치솟음.
    • 2011년 9월 23일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여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과 가진 회담에서 국제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해 양국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함.
    • 2011년 9월 26일 독일 총리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유럽 금융 안정 기금 확대 여부를 둘러싼 의회 내 투표가 열리기 전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유럽연합의 안정과 지속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요지의 연설을 함
    • 2001년 9월 29일 유럽 금융 안정 기구, 유럽 중앙 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 일명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조치의 성과를 평가하고 €8bn을 추가적으로 지급할 지 여부를 결정함.
    • 2011년 9월 29일 독일과 에스토니아 의회가 유럽 통화 안정 기금을 확대할 지 여부를 두고 의회 내에서 인준 투표를 실시함.
    • 2011년 9월 30일 오스트리아가 유럽 통화 안정 기금에 대한 자국 정부의 분담금을 상향할 지 여부를 두고 투표를 실시함.
    • 2011년 10월 초 네델란드 의회가 유럽 통화 안정 기금 확대 여부를 두고 투표를 실시함.
    • 2011년 10월 3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개최.
    • 2011년 10월 4일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 개최. 이 자리에서 유럽 주요 은행의 자기 자본 비율을 높이는 방안에 관해 논의함
    • 2011년 10월 6일 유럽 중앙 은행 정책 금리 이자율 결정, 유럽 중앙 은행 총재 장-클로드 트리체의 마지막 기자 회견, 스페인 정부가 2014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발행, 프랑스 정부도 장기 채권을 발행.
    • 2011년 10월 6일 영국 중앙 은행은 추가적으로 £75bn에 상당하는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
    • 2011년 10월 15일 G-20 재무장관 회의 개최.
    • 2011년 10월 17-18일 유럽연합 정기 의회 진행.
    • 2011년 10월 25일 슬로바키아 의회 유럽 통화 안정 기금 확대 여부에 대한 의회 승인 투표.
    • 2011년 10월 27일 유럽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그리스 구제 금융 지원에 관한 새로운 합의를 발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 은행과 투자자들이 50%에 상당하는 그리스 국채를 손실 처리하고, 유럽 금융 안정 기구의 총 예비금을 애초 €250bn에서 €1000bn으로 확대하며, 그리스에 대한 긴급 구제 금융 지원액을 지난 7월에 합의했던 €109bn에서 €130bn으로 확대하며, 더 나아가 유럽 주요 은행들의 자본 재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106bn을 추가적으로 조성하는 것에 대해 합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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