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수십 번 자살 충동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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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2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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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베란다에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생계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자살 충동을 느낀다.”
    “아내가 우울증이 생기고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가정 파탄의 지경에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 생활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심각한 수준의 자살 충동과 가정 파탄, 이혼 등 개인의 생명까지 가정 생활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와 금속비정규 투쟁본부는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며 25일간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 104명 중에서 생계 활동을 하고 있는 30여 명을 제외한 71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25일 공정 점거 투쟁 당시 모습.(사진=레디앙) 

    92.7% 해고 전보다 정신건강 악화

    설문 응답자의 92.7%가 해고 이후 정신 건강이 전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응답도 50.7%롤 절반을 넘었으며, 다소간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42.0%로 나타났다. 신체적 건강도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85.7%에 이르렀으며, 이 중에서 심각하게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41.4%였다. 25일 파업과 해고 이후 해고자 대다수가 심각한 수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악화를 겪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파업·해고 이후 변화에 대한 주관식 답변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에 수십 번 자살 충동을 느낀다”, “아내가 우울증이 생기고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가정 파탄의 지경에 있다”, “파업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 생활이 어렵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위염 및 가정 불화로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라고 대답하는 등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고 생활 중 가장 고통스러운 일(복수 응답)로는 생계의 어려움을 꼽은 응답자가 44.4%로 가장 높았으며, 뒤를 이어 복직 여부가 불투명한 데 따른 앞날에 대한 걱정이 22.6%, 가정 불화가 18.0% 순으로 나타났다.

    “긴급 치료와 정규직 연대로 희망 줘야”

    전주공장의 경우 비해고자들이 해고자들의 생계비를 지원해주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튼튼한 연대로 인해 울산과 아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나 울산과 아산의 경우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긴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잇단 죽음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대단히 높다고 보고 지난 10일 상무집행위원회를 통해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조합원 및 가족에 대해 긴급한 심리치료 △1차 설문을 중심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에 대한 상세한 설문조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면접조사 실시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쌍용차 해고자들의 연쇄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고통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재현되지 않으려면 집단적인 심리치료 등 신속한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로 정규직화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지난 2009년 77일 파업을 벌인 쌍용차 해고자들에 대해서도 보건의료단체와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 한의사 모임 등과 함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심리치료와 한방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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