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겨본 적 없던 우리, 거대한 적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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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19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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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례1

    청년유니온 조합원 이모 씨(29, 여)는 커피빈 직영매장(커피빈은 전매장이 직영점임)에서 주 40시간씩 5개월 가까이 일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그녀의 주급은 정확하게 최저임금 4,320원 * 40(하루 8시간씩 5일) = 172,800원이었다.

    이모 씨는 퇴사하며 직접 주휴수당 문제를 매장 측에 제기했고, 매장 관리자는 본사와 논의 후 밀린 주휴수당을 매장 역사상 처음으로 지급했다.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며. “줄 테니까, 다른 알바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

    # 사례2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민수 씨(21, 남)는 강남의 카페베네 직영매장에서 일하고 있다. 시급은 역시 2011년도 최저임금인 4,320원. 역시 주 40시간씩 3개월째 일하고 있지만 주휴수당을 한 번도 지급받지 못했다. 한 달에 무려 15만원의 정당한 주휴수당이 체불되고 있는 것. 해당 매장에는 매시간 5명 이상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고 있지만 누구도 주휴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알바의 피땀이 고스란히 그들의 이윤으로

    “커피전문점들, 공정무역을 말하기 전에 공정노동부터 지켜라!” 이달 6일, 청년유니온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례의 두 주인공이 일했던 커피빈, 카페베네를 비롯해, 엔제리너스, 할리스, 파스구찌, 스타벅스, 탐앤탐스 등 7곳의 매장 251곳에 대해 지난 7월 중순부터 실시된 조사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의 82.1%가 근로기준법 55조에 명시된 주휴수당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던 것. 주휴수당 발생 최저 조건인 주당 15시간 근로에 임금체불시효 3년을 곱한 예상체불임금 규모만도 197억 6천만 원에 달했다. 청년유니온이 만든 아래 표에는 커피점 별 체불임금액 추정치가 나와 있다.  

    브랜드

     
    조사한 매장 수
    평균시급
    주휴수당 주는 비율
    주휴수당 미지급 비율
    알 수 없음 또는 무응답
    ※예상체불임금액
    카페베네(630)
    46
    4430원
    2%(1)
    91%(42)
    6.5%(3)
    59억 5천만 원
    엔제리너스(440)
    36
    4399원
    19%(7)
    77%(28)
    2.7%(1)
    34억 8천만 원
    커피빈(212)
    40
    4498원
    0%(0)
    100%(40)
    0%(0)
    22억 3천만 원
    할리스(349)
    45
    4518원
    22%(10)
    71%(32)
    6.6%(3)
    26억 1천만 원
    파스구찌(160)
    19
    4483원
    10%(2)
    73%(14)
    15.7%(3)
    12억 2천만 원
    ※스타벅스(368)
    55
    4385원
    16%(9)
    70%(39)
    12.7%(7)
    26억 4천만 원
    탐앤탐스(176)
    10
    4402원
    0%(0)
    90%(9)
    10%(1)
    16억 3천만 원
    총합
    251
    4448원
    11.5%
    81.2%
    7.2%
    197억 6천만 원

    ※ 예상체불임금액 = 전국매장 수 * 주휴수당 주지 않는 비율 * 평균 아르바이트생 종사자수(최소 5인으로 계산) * 주15시간 노동할 시 최소 주휴수당 1개월 치 * 36개월(임금체불 시효 3년)
    ※ 스타벅스의 경우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생과 근로계약 시 주당 15시간미만으로 계약하지만 실제 매장에서는 그 이상의 노동을 시키는 방법으로 주휴수당을 법적으로 회피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

    참고로 주요 재벌 커피전문점의 한해 영업이익이 100~200억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커피산업 성장은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주휴수당 체불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 봐도 무방할 듯싶다. 어느 네티즌이 “지금까지 마신 커피는 젊은이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을 쥐어짜 만든 것이었구나”라며 내쉰 한숨이 과장은 아닌 것이다. 

    청년유니온 조합원들 환호, 자신감

    기자회견 내용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프레시안>, <레디앙>과 같은 인터넷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한겨레> 등의 주요 언론사에서 청년유니온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발 빠르게 보도했다. SNS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위터, 페이스북에는 주휴수당에 대한 청년유니온의 기자회견 내용이 숨 가쁘게 리트윗되고 공유되었다. 급기야 기자회견 후 불과 다섯 시간 만에, 인터넷 경제매체 <이투데이>에 ‘카페베네, 주휴수당 미지급 인정… “지급하겠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다시 네 시간 뒤, MBC 9시 뉴스에 청년유니온의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 기자회견 내용이 송출되었다. MBC 9시 뉴스에 위 내용이 보도된 직후, ‘다음’ 등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커피전문점 주휴수당’이 밤늦도록 검색어 1위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주휴수당 관련 상담 문의 전화도 청년유니온에 두 건이나 접수됐다. 이 중 한 명은 바로 청년유니온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페이스북에 “월드컵 4강보다 더 박진감 넘친다”, “오세훈의 셀프 탄핵보다 더 짜릿하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번 실태조사 활동에 깊이 개입했던 어떤 조합원은 “너무 기뻐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혼자 맥주라도 마시고 자야겠다”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조합원은 “이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거대한 적을 상대로 처음으로 이겨서인지 더 기쁜 것 같다”고도 했다.

    다음 날(7일),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 강남지청 앞에서 카페베네 측의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를 고발했다. 이날 카페베네 김 대표에 대한 고발은 사례2에서 언급한 카페베네 직영매장 아르바이트생 김민수 씨가 직접 했다. 그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카페베네에서 3개월간 일했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나 한 명의 밀린 수당을 받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생각해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를 고발한 김민수 씨.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청년유니온) 

    정부가 인정치 않은 법외노조, 교섭하다

    카페베네 측은 그 즉시 청년유니온에 교섭을 요청해왔다. 지칠 줄 모르는 노조설립 신고에도 불구하고 ‘구직자를 포함시켰다’며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하등 문제가 안 되는 사유로 설립이 ‘불허’돼 법외노조로 남아있는 청년유니온이 드디어 노동조합으로서 첫 번째 교섭을 하게 된 것이다.

    8일 오후 12시, 청년유니온은 실태조사에서 주휴수당 미지급 100%의 고약한 기록을 자랑했던 커피빈 매장(홍대입구역 앞) 앞에서 주휴수당 알리기 캠페인을 벌인 뒤, 오후 3시 카페베네 측과 역사적인 첫 번째 교섭을 가졌다.

    이날 교섭 자리에서 양측은 “카페베네 본사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으며 “가맹점에 대해서도 주휴수당 지급에 대한 교육을 적극 실시키로” 했다. 김선권 대표에 대한 고소는 취하했다. 이렇게 해서 카페베네와의 관계는 일단락되었다. 청년유니온의 첫 번째 교섭이 깔끔한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교섭 타결 직후,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왼쪽)과 카페베네 손정주 기획상무.(사진=청년유니온)

    하지만 아직도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어떠한 사과발언도 없이 버티고 있는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은 커피전문점에서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발견되는 대로 피해자의 동의하에 바로 고소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도 카페베네와의 교섭 타결 후(실태조사 기자회견 뒤 이틀이 지난 후) 수도권 및 5개 광역시에 소재하는 7대 메이커 커피전문점(청년유니온 실태조사 대상과 동일)에 대한 주휴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준수여부 등에 대한 긴급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제 점검 결과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토록 하되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등 강력히 대처할 것”이란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결정이다.

    당사자들 모임 만들고 현장 뛰어들어

    이번 청년유니온의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습격사건’이 고무적인 건, 주휴수당 미지급 피해 당사자가 직접 정당한 권리 찾기에 나섰다는 점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두 명의 당사자는 청년유니온 내에 일명 ‘원미고(원두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모임을 만들고, 10여 명의 회원들을 모집한 후 직접 커피전문점들의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실태조사 작업을 실시했다.

       
      ▲8일, 청년유니온 ‘원미고’팀이 홍대입구역 커피빈 매장 앞에서 주휴수당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맨 왼쪽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이가 김민수 씨, 맨 오른쪽의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가 청년유니온 조금득 사무국장.(사진=청년유니온)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스타벅스 측의 주휴수당 발생을 피하기 위한 ‘아르바이트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란 꼼수를 만나고 크게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들이 돈도 많고 똑똑하다면 우리에겐 돈은 없지만 남는 시간이 많다"는 청년 특유의 잉여력(?)으로 작업을 밀어붙인 끝에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사자 김민수 씨의 카페베네 대표에 대한 고발도 인상적이었다. 몇 달 전, 책 제목을 빌어와 "분노하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고, "분노한 다음에 알바가야 한다"는 웃지 못 할 말도 떠돌았는데, 당사자 김민수 씨는 ‘분노 이후’가 무엇인지, 이번 고발조치를 통해 단호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 덕에 전국의 카페베네 아르바이트생들은 (3년 전에 아르바이트했던 사람들을 포함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밀린 주휴수당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상의 성과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권리침해에 대한 ‘정의로운 분노’가 합작한 쾌거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르바이트생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차별적인 차원에서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고, 좀 진보적이라는 사람들도 시혜적인 차원에서 동정하거나 가르치려든다. 그래서 피해를 당하고도 나서지 못하고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에서 주당 15시간 남짓의 단시간 근로를 하더라도 땀 흘려 일하며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다면 인간답게 일할 권리가 있는 것이며, 그 권리가 침해당할 때 가방끈의 길이나 정규직 비정규직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국 노동현실을 조금씩 바꿔놓다

    말의 진보, 글의 진보도 필요하지만 온몸으로 뛰며 실제의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청년유니온은 지금 말 그대로 운동으로 한국사회의 노동 현실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확신한다. 올 초 피자 체인점들의 위험천만한 30분 배달제 폐지가 그랬고, 이번의 커피전문점에 대한 주휴수당 건이 그렇다.

    참고로 주휴수당은 근로자 1인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편의점, PC방, 주유소, 호프집 등 업종을 가리지도 않는다. 정규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파견근로자 등 근로형태 역시 주휴수당은 모른다. 사실상 현재 노동을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전 근로자에게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당신, 아직 주휴수당을 못 받고 있는가? 사장님이 무섭지 않다면 정중하게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하기 바란다. 그런데 사장님이 너무너무 무섭다면?

    청년유니온(02-735-0261, http://cafe.daum.net/alabor)으로 연락주세요. 필자를 포함한 청년유니온의 무자격 ‘야매’ 상담사들과 전문 자문노무사들께서, (당신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떼인 돈을 공짜로 대신 받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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