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병원은 발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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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22일 1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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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병원’인 영리병원의 설립 허용에 관한 이런저런 논의가 오간다. 청와대와 정부 및 친 재벌 정치세력들에 의해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반복적으로 시도되어 오던 논의가 다시 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피디수첩을 통해 발암물질을 사용한 어느 치과의 충격적인 일들이 폭로되었다.

    어느 치과의 충격적인 일들

    실상을 말하면 119개의 지점을 가진 어느 기업 형 사무장 치과에 관한 이야기다. 이 치과는 의료법의 맹점을 이용해 100개가 훨씬 넘는 명의대여 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한다. ‘병원경영 지원회사’(MSO) 형태의 회사를 만들어 네트워크 형 경영으로 위장하고, 소유주가 수백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방송에서도 지적했듯이, 소유구조와 운영형태, 이면계약 등을 살펴보면 이 기업 형 치과는 이미 영리병원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유사 영리병원’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래서 영리병원답게 이 치과는 국민건강보험 진료 비율이 5~6%에 불과하다. 35% 정도인 일반 치과와 비교해보면, 돈 벌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 진료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의료진의 교체 비율은 매우 높다. 2년 동안 평균 3명 이상의 의료진이 교체되었고, 심한 경우에는 한 달에 원장이 3번 교체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임 있는 진료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일차 진료는 책임성을 담보한 지속적 진료(continuity)가 핵심적 중요성을 지닌다. 그 때문인지 문제의 이 치과는 H보험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의료사고율이 일반치과의 2배에 달한다.

    병원인력 중 의료인의 비중도 현저히 낮았다. 비의료인에 의한 치과의료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함인데, 이로 인한 의료사고의 위험은 고스란히 환자가 지게 된다. 또, 이들은 이윤 추구를 위해 맹렬히 홍보하고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여 환자를 유인하였고, 방송의 지적처럼 2개의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9개의 시술을 권유하는 등 엄청난 규모로 과잉진료를 행하였다.

    화려하게 치장한 값비싼 병원 인테리어의 이면에서, 보철물을 하청 받은 치과기공사들은 말도 안 되게 낮은 기공단가를 맞추기 위해 하루 15~20시간씩의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발암물질까지 서슴없이 사용하고, 이 발암물질의 증기로 가득 찬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마스크 하나 없이 죽음의 노동으로 내몰린다.

    예고된 영리병원 시대의 재앙

    이런 처절한 현실들을 이면에 두고 그들은 말한다. “새로운 경영기법의 도입과 병원 간 경쟁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말이다. 또, “의료가격의 거품을 빼고 의료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심지어는 시장개방을 대비해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경쟁력 있는 치과”가 되었다고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영리병원 설립 이후 초래될 재앙으로 이미 학계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에서 수 없이 예고하였던 걱정스러운 일들이다. 그리고 정확하게는 우리사회에서 이미 의료기관들의 과도한 영리 추구로 인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웬일인지 이런저런 핑계로 손을 놓고 있다. 그 의도가 심히 의심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여당은 여전히 영리병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6월 9일 청와대가 영리병원 도입을 하반기의 국정 과제로 선정했고, 지난달 11일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영리병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으며, 12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영리병원 추진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지난 8일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후원으로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주관의 영리병원 공청회가 국회에서 개최되었으며, 10일에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으로 영리병원 관련 법률의 우선 통과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영리병원을 옹호하는 이들은 이런저런 법률들을 제출해왔다. 최근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이 한사람은 자신이 국회에 제출하였던 영리병원 관련 법률안을 철회하였는데, 같은 당의 다른 국회의원이 유사한 법률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정부여당은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적 반대와 압도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긋지긋한 집착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유사 영리병원 존재한다

    2005년 외국인을 위한 경제특구에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말도 안 되는 법률 개정을 이루어낸 이들이 이제 와서 ‘아무런 성과도 없는’ 경제특구를 위한다며 또 다시 ‘국민건강’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 그들의 부당한 시도에 맞서 ‘주식회사 영리병원 반대’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지난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돌아보자. 새로운 법률이 시도될 때 마다 그 법률이 가져올 참혹한 상황을 상상하며, 우리들의 분노한 눈으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우리사회의 한쪽 구석에서, 그동안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곳에서 이미 영리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유사 영리병원’이라는 괴물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치과계의 힘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괴물이 되어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여당이 집요하게 추진하려는 ‘주식회사 영리병원’ 허용 관련 법률안의 처리와 상관없이 이미 이와 유사한 괴물은 현존한다. 그리고 번식해 가고 있다. 과도한 의료비에 시달리며 외국 영리병원 참상을 인지하고, 이미 영리추구에 혈안이 된 병원들에 분노하는 우리네 보통 국민들의 준엄한 시선이 영리병원 관련 법률의 통과 시도를 어쩌면 이번에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허울뿐인 승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우리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유사 영리병원’들, 법률과 상관없이 버젓이 ‘선진 경영과 서비스 정신’으로 위장한 이 괴물을 제대로 인지하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리병원 관련 법률안을 저지하는 투쟁과 함께 국민건강권을 지켜내는 기본을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이는 또 하나의 싸움이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료법의 근본정신을 지켜내는 싸움을 시작하자! 의료법을 훼손해온 각종 특별법들을 총체적으로 돌아보자. 경제특구라는 명목으로 확실한 성과도 없이 허용해 버린 특혜들을 거둬들이도록 해야 한다. 규제완화를 구실로 하나씩 완화되어 국민건강의 증진이 아니라 자본과 병원의 돈벌이에만 활용되는 ‘이미 철폐되었거나 완화된 의료규정들’을 회복시켜야 한다.

    영리병원은 우리 국민을 사지로 내몬다. 경험적으로 영리병원은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확신을 하냐고? ‘식코의 나라’ 미국의 경험을 보라. 그리고 눈을 들어 TV를 다시 보고, 국내 최대의 치과그룹이라는 곳을 가보시라.

    오늘도 버젓이 국민을 상대로, 보건노동자를 상대로 발암물질까지 사용하는 영리병원의 만행이 일어나고 있다. 영리병원의 비정한 미래가 우리 눈앞에 있다. 영리병원 그 자체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발암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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