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에 ‘할 말하는 신문’ 한겨레·경향 &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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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4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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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반도체 제조 공정과 백혈병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는 23일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3명의 유족과 백혈병에 걸려 현재 투병중인 노동자 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등 소송에서, 숨진 황유미씨와 이숙영씨 등 2명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숨진 황씨 등에게서 나타난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에 대한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설이 가장 노후화돼 있던 (반도체공장)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유전자 변형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전리방사선에도 미약하나마 노출돼 백혈병이 발병했거나 발병이 촉진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백혈병과 그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해화학물질에 (일시적으로) 노출됐거나, 노출됐을 가능성은 인정되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볼 자료는 부족하다”며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을 낸 노동자 등 5명은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노동자 20명이 벤젠과 전리방사선 등 발암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고, 이 가운데 7명이 숨진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며 2007~2008년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다가, 공단이 지급을 거부하자 이에 불복해 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백혈병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노동계의 강력하고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의 비협조적 태도와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수년째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 이슈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은 빠짐없이 주목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 뉴스를 1면에 배치하고 관련 기사까지 달아 비중있게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 그리고 조선일보 세 곳에 불과했다.

    한겨레와 경향의 경우 이 사안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고, 또 평소 대기업의 횡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진보언론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삼성 등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옹호해온 보수언론 중 하나인 조선이 1면 주요 기사로 배치하고, 판결의 의미, 소송 당사자들의 입장 등 관련 기사와 사설까지 게재한 건 매우 이채롭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 <정동기·이인규씨 부산저축은행 변호>
    국민 <고위 공무원 봉급 슬그머니 올렸다>
    동아 <서남표 개혁 길을 잃다>
    서울 <개인정보 1900만건 유출…대한민국 다 털렸다>
    세계 <한나라, 등록금 30% 인하 일방 발표>
    조선 <부산저축은행 다시 수사키로>
    중앙 <안방만 지키려다 해외시장 내줬다 일본 로펌의 반성>
    한겨레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첫 산재 판결>
    한국일보 <한나라 등록금 30% 인하 발표 정부와 합의 없이 졸속>

       
      ▲한겨레 24일자 1면 

    조선 “삼성, 작업환경 바꿔야 할 것”

    조선은 6면에 이번 산재 판결의 파장과 고용노동부 등 정부 쪽 반응, 삼성의 입장, 그리고 산재 판결을 이끌어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의 인터뷰를 실었다.

    삼성전자 측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인된 국가기관이 두 차례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와 다른 판결이 나왔다”며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앞으로 계속될 재판에서 반도체 근무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진실이 규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07년과 2008년 삼성전자 직원의 백혈병 발병과 관련해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조선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백혈병과 반도체공장 근무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유·무형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근무하는 생산인력은 1만여명이고, 그동안 거쳐 간 근무 인력은 헤아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추가 소송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 이번 소송을 주도한 시민단체 ‘반올림’은 지난 4월까지 삼성전기·삼성SDI 직원까지 포함해 암으로 사망한 사례 46건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24일자 6면

    산업의학 전문의 공유정옥씨는 "피해자 가족과 함께 한 지난 4년간의 힘든 여정이 일부 결실을 봐 기쁘다"며 "반도체 작업장의 유해 환경이 직접적으로 백혈병을 일으켰다고 명확히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정황상 관리되지 않은 유해한 환경에 오래 노출된 경우 백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고 한국 산업안전 관리의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삼성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태 조사를 하고 작업 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그 과정을 투명화하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을 수준으로 작업장 환경 개선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은 <법원이 처음 인정한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산재 사망>이라는 사설도 싣고 “이번 재판에서 삼성 측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작업환경 측정을 의뢰한 결과 반도체 공정에서 9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척 과정에서 10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됐고 그 가운데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성 물질로 지정한 물질이 포함됐고, 백혈병 위험인자로 알려진 벤젠이 검출된 공정도 있었다고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조선은 이어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법원 판결을 계기로 회사가 스스로 유해 화학물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작업장 내 환기 시설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근로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근로자들이 장시간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교대시간을 조절하는 등 작업 환경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선은 근로복지공단에도 “미량(微量) 유해물질로 인한 근로자들의 건강피해를 적극 인정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질병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와 재활을 지원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원래 취지를 살리는 자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루는 한편, 2~3면 두면에 걸친 관련 기사를 실어 가장 비중있게 보도한 한겨레도 사설을 실었다. 한겨레는 삼성과 정부 당국의 책임을 더욱 강도높게 물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삼성전자의 백혈병은 직업병’이라는 유족과 피해 노동자들의 주장을 법적으로 확인해준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며 “그동안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삼성, ‘명백한 자연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고용노동부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세계 제일주의’를 외치면서도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문제는 외면해왔다”는 게 한겨레의 시각이다. 한겨레는 “삼성은 백혈병의 원인이 다 밝혀진 게 아니므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거나,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근로복지공단이지 우리가 아니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왔”고,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소송을 취하하게 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로 삼성 백혈병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삼성은 이들 피해 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도 “일하다 다치고 숨진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이 더 손쉬워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도 사설을 통해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백혈병을 더이상 개인질병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법적인 싸움을 그만두고 회사를 위해 일하다 치명적인 병을 얻은 직원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 24일자 사설 

    이명박 대통령 툭하면 ‘남 탓’ 어떻게 봐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 회피성’ 태도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일보는 2면 <MB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또 관료 탓>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3일 한 택배 기사가 보낸 편지로 인해 대통령이 현장에서 주재하는 국민경제대책회의까지 열렸다”며 “이 대통령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서도 오히려 관료주의를 핀잔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할 때 보면 여기 가서 이렇게 하고 저기 가서 저렇게 하고 검토만 하다가 장관이 바뀌면 새로 시작하고, 그러니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 ‘정부가 이해단체에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일을 안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달 초 한 택배기사는 업무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대통령은 이에 23일 마포구에 있는 한진택배터미널을 찾아 제91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택배기사들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장·차관 토론회에서 ‘비리 투성이’ 등을 언급하며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비판한 데 이어 이날도 관료주의를 꼬집자, “국정을 운영하고 공무원들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 공무원들을 잇따라 혼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한 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관료주의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 자신의 국정운영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관료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24일자 2면 

    중앙일보 ‘오피니언란’에 실린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의 칼럼 <대통령이 안 보인다>도 눈에 띈다. 강 교수는 이 칼럼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 국정원 어설픈 공작 실패, 국토해양부 직원 4대강 향응 물의, 민간 항공기 오인 사격, 군 무기 납품 비리 등 최근 사례를 거론하며 “제도적으로 어떤 이유가 있든 이처럼 여러 행정부서가 나사가 풀린 것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책임은 결국 이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 대통령이 ‘나라가 온통 썩었다’거나 ‘밥그릇 싸움’이라고 말했을 때 많은 국민이 이에 뜨악해 했던 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두고 마치 남의 일처럼 비평하고 훈수 두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라며 “그런 식의 방관자적 태도가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 원인으로 ‘이명박 리더십’의 한계를 꼽았다.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거부감으로 성과와 업적만 중시하고 과정과 절차는 소홀해진 측면, 또한 국가 정책에 대한 반대 토론이나 논쟁 제기가 종종 이념적으로 채색되면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사회적 비판 기능이 이전에 비해 약화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강 교수는 “대통령의 이런 자세로 인해 행정 부서는 외부의 비판과 감시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아온 것”이라며 “그만큼 내부 조직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비리나 부패의 유혹에도 보다 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정 운영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택 교수는 이어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장·차관들 모아놓고 윽박지르거나 사정 기관을 동원한다고 해서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며, 그런 이후에야 제도적인 개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와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강 교수의 시각이다. 강 교수는 “솔직히 말해 최근 국민이 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감은 크게 줄어들었다. 저녁 모임에 가보더라도 요즘엔 이 대통령은 아예 거론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면서 “재임 후반기라는 시기적 요인 탓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마땅히 책임지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24일자 강원택 교수 칼럼 

    돈 없다는 지자체가 수천억 프로야구단 창단 검토

    한편 국민일보과 세계일보, 서울신문은 돈이 없다며 여성 핸드볼팀을 해체하기로 한 용인시가 수백배의 예산이 필요한 프로야구단 창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 1면 등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김학규 용인시장은 23일 “개통여부를 놓고 진통 중인 경전철(에버라인) 운영 활성화 등을 위해 프로야구단 창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비인기 종목 운동부를 없애 감독·선수 등은 실직자로 만들어 놓고, 확실한 홍보효과가 있는 인기 종목을 운영하겠다는 ‘표(票)퓰리즘’적 행태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해 말 소속 21개 운동부 가운데 핸드볼과 수영, 역도, 탁구 등 비인기 종목 12개를 해체하기로 하고, 운동부 예산을 연간 216억원에서 70억원으로 대폭 감축했다.

    그러나 연간 12억여원의 운영비가 드는 핸드볼팀의 경우,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2011 SK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선전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한국핸드볼발전재단에서 2억50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해체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프로야구단 창단에는 경기장 건립비 2000억원을 포함해 총 24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핸드볼 팀 연간 운영비의 200배다.

       
      ▲국민일보 24일자 1면

    서울에 따르면, 시는 선수들에게 이적할 수 있도록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줬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적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서울은 “하지만 선수들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며 “지난 20일 열린 ‘2011 SK핸드볼 코리아리그’ 2라운드에서 승점 17점, 8승1무2패의 성적으로 상위 3개팀에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했다.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지만 선수들에겐 우승이란 단어조차 그리 반갑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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