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입장 확정, 복잡한 민노당
        2011년 03월 30일 0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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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발표된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 2차 합의문은, 통합의 시기를 9월로 확정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진보대통합과 관련된 가장 진전된 합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진보대통합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내기는 어렵다.

    시기는 합의, 문제는 통합 기준

    이번 합의에서 기본적으로 진보대통합을 구성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의 기본적 입장과 크게 배치되는 내용은 없다. 합의의 골자는 ‘9월 진보대통합’에 있는데, 민주노동당은 빨리 할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사회당도 연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입장으로 밝힌 바 있다. 진보신당 역시 이번 정기당대회를 통해 9월을 새 진보정당 건설 시기로 잡았다.

    결국 시기는 이미 충분히 합의할 수 있었던 부분이며 이날 합의는 이를 확인한 수준이다. 다만 ‘1차로 4월 말, 2차로 5월 말까지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마련하고, 6월 말 전후로 각 단위의 의결을 거친다’는 부분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기당대회를 통해 진보신당의 진보대통합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6월 재차 임시당대회를 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 자체는 당 대회 결정사항에 위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6월에 다시 이와 관련해 임시당대회를 여는 것에 대해서는 당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통과된 안건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연석회의에서 가치와 기준이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크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립정부나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 그 중에서도 북한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진보신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연석회의에서 이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위와 같은 핵심 쟁점들은 그동안 연석회의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연석회의에서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제대로 안건으로 다루어진 적도 없다”며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인데 덮고 넘어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진보신당이 정기당대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만큼,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신당이 통합의 기준을 제시한 만큼 민주노동당이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 정책과 집행 투 트랙으로

    연석회의는 30일 오전 실무협상을 통해 현재 일원화된 협상을 정책과 집행으로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정책에서는 북한에 대한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며, 집행에서는 당 운영방식, 참여범위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집중적인 협의로, 4월 말까지 정리해서 대표자회의에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민주노동당의 대응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정기당대회에 대해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종합실천계획(안)’과 추진기구 구성을 확정함으로서 진보대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이 확인되었다”며 “양당이 구체적인 진보대통합 추진논의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공식반응을 발표했다.

    비교적 차분한 반응이지만 자주파 진영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노동당의 한 인사는 “적극적 통합파들은 진보신당 당 대회 결정을 걱정하고 있고, 소극적 통합파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인사는 “진보신당이 기준을 제시한 이상 협상해보자는 얘기도 있지만 ‘반대’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그 여지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보신당 최고의결기구에서 결정이 되었지만 그것을 100% 전제로 해서 통합하자면 곤란”이라며 “진보신당이 정한 대북관에 합의하라 하고 대선연대방침도 아예 독자완주 방침을 정한 뒤 지금 바로 합의해야 한다는 식이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조율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정 최고위원은 “협상 과정에서 진보신당 안에서도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변화의 여지는 있다”며 “노동자-농민-서민이 진보대통합을 요구하고 압력이 있는 만큼 협상과정에서 적절한 수준의 합의를 통한다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일희일비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우리의 로드맵에 따라 유연하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출발선에 오른 연석회의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1월 중순에 시작된 연석회의는 사실상 출발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30일 강기갑 의원을 진보대통합 공동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하며 통합 의지를 안팎에 과시했고, 진보신당은 당 대회 이후 연석회의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장을 아직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새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장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며 “4월9일 경 전국위원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추진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새 진보정당 건설추진위원장을 전국위원회에서 인준키로 결정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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