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참여 vs 진보, 한미FTA 시각차 뚜렷
        2011년 03월 08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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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를 놓고 야권이 공동대응을 위해 마주 앉았지만 대응의 수위를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4당 정책연구소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한미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토론회에서 야권은 이명박 정부가 체결한 재협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참여정부 때 체결한 원안에 대한 입장은 갈렸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참여정부 주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체결한 재협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한미FTA 체결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진보정당은 그동안 주장한 대로 원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며, 이는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야4당 한미FTA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그동안 한미FTA와 관련, 진보진영과 민주-참여당 진영이 정책위 차원의 토론을 이어갔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정책단위들은 “한미FTA에 대한 이견이 크다”고 밝혀왔다. 그러던 것이 이날 토론회에서 표면화 된 것으로, 한미FTA 문제는 향후 선거 과정에서 벌어질 야권연대 논의에도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당 "시장개방 확대는 당연한 선택"

    특히 참여당은 “대외 시장개방 노력을 옹호하며, 일관성 있는 통상개방 정책”이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FTA 원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항래 참여당 정책위의장은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더 많은 시장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당연한 선택이며, 참여정부는 우리 경제의 성장 및 산업구조 혁신 전략 차원에서 FTA 확대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장은 “통상정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정책대안의 모색을 지속해야 한다”며 “FTA 찬반논란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한미FTA 원안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는 진보진영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노 의장은 오히려 “동시다발적 FTA추진을 통해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산업활성화 토대를 구축한다는 측면이 있다”며 FTA 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 역시 “2007년 체결된 한미FTA 협정안에 대해서는 ‘선 대책 후 비준’이라는 기존의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론은 아니지만 현재 재협상안 폐기 후 우리가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한 전면재협상을 요구하거나 2007년 체결한 원안 비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원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의장은 “한미FTA 협정은 단순한 상품의 ‘자유무역’ 협정이 아니라 일국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가의 정책권한을 위축시켜 ‘시장’을 팽창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금융자본의 극대화된 수익창출을 구조화 하는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주권 무력화 독소조항 가득

    이 의장은 “한미FTA는 한 국가의 경제주권을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으로 가득차 있고 이들 독소조항은 사실상 초헌법적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며 “독소조항은 국가의 정책주권에 심각한 위축을 가져올 뿐 아니라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 되고 있는 ‘복지국가’로의 이행에 있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장도 “한미FTA 체결 당시 관변 보고서들에도 한미FTA가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경제적 실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며 “4대 재벌과 일부 수출산업들은 이윤 증대가 있을지 모르나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중소상공업자 등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IMF 시기 이상의 대재앙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주장하나 한미FTA는 이를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의료 부문에서 공적 건강보험의 기본적 구도를 허물 것으로, 건강보험 예외 영리병원 허용을 되돌이킬 수 없는 제도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야4당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노항래 의장은 “재협상은 오바마 정부의 패권적 행태에 이명박 정부가 굴복·추종한 것”이라며 “참여당은 한미FTA 졸속적 재협상안에 반대하며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확고한 반대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2010년 타결된 재협상안은 연평도 사태 와중에 일방적으로 국익을 미국에 양보한 굴욕협상이며,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안한 밀실협상인 동시에 대국민기만 협상으로, 국내시장은 대폭 개방하고 미국시장은 빗장을 걸어 잠근 불평등, 퍼주기 협상으로 정의하고 이를 즉각 폐기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복지정책 진정성 가늠하는 잣대

    아울러 “한미FTA에 대해서 이미 야4당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며 “비준안 처리문제에 대해 여야의 입장차이가 분명하고, 그 차이가 좁혀질 수 없는 만큼 여야간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4당의 공동대응과 더불어 시민사회 등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국민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한미FTA 폐기 없이는 복지 또는 복지국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미FTA 범국본 정책위원회는 각 정당의 복지관련 정책 진정성을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가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한미FTA는 제조업과 고용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며 해외 아웃소싱을 조장하여 제조업 기반을 파괴하는 등 고용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FTA는 불평등, 불공정 협정으로 제2, 제3의 금융위기를 조장할 수 있으며 고용파괴적인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미FTA는 80년 이래 30년간 계속된 시장만능론의 구현체이므로 새로운 경제사회정책 기조와 모순될 가능성이 있으며 한미FTA는 사회주의 붕괴 이래 미국 일극주의의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으므로 이후의 G2 체제와 모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야4당 정책연구소와 한겨레 경제연구소의 주최로 열렸으며 정태인 새사연 원장의 발제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의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 홍영표 민주당 국회의원(토론 순)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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