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 완장 찬 대한민국
    By 나난
        2010년 11월 09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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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두리 인생 ‘임종술’에게 세상에 자랑할 기회가 찾아왔다. 별 볼일 없던 삶의 어느 날 종술은 마을 저수지를 제멋대로 양어장으로 만들어버린 마을졸부와 이장으로부터 양어장 관리인으로 고용돼 ‘완장’을 차게 된다. 이때부터 종술은 동의 받지 않은 권력인 완장의 힘에 집착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이는 1989년에 방송된 꽤 유명한 TV미니시리즈 <완장>의 내용이다. 윤흥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말단권력의 상징인 ‘완장’을 통해 인격의 왜곡과 더불어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담아냈다.

       
      ▲ 자료=손기영 기자

    요사이 한국 사회는 G20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부의 호들갑으로 떠들썩하다. 정부는 한국이 G20의장국이 됨으로서 변두리 국가에서 세계 중심국가가 되고, 국격은 일대 도약을 이룬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G20의장국 ‘완장’이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의장국 대한한국의 등등한 위세는 마치 드라마 <완장>의 ‘종술’을 떠오르게 한다. 종술이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저수지에 들어오는 마을 주민들을 내쫓는 일이다. 이처럼 지난 6일 한국정부는 필리핀 노동계 인사 5명을 3시간이나 인천공항에 억류한 후 결국 강제로 내쫓았다.

    이들은 한국대사관에서 이미 신원확인까지 마치고 비자를 발급받아 들어 온 터였다. 통상 비자면제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는 비자발급 절차를 거치지 않으므로, 종종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이미 국내에 들어 온 인사를 공항에서 내쫓는 행위는 국제상식을 무시한 횡포였다.

    인도의 한국대사관은 고의로 비자발급을 지연시켜 인도 노동계인사의 입국을 무산시켰다. 이밖에도 파키스탄, 네팔, 인도네시아 등의 노동시민사회 인사들도 입국이 거부됐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억지스럽다 못해 폭력적이다. 정부는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입국거부자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말과 더불어 무조건 ‘NO!’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입국거부자’란 것도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작성했는지 한심할 정도다. 입국거부자 명단 가운데에는 지난 10월 한국정부 지원 행사에 초대돼 한국을 방문한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일들로 필리핀 언론에는 한국정부의 부당한 적대행위에 항의하는 자국민들의 시위소식이 실렸고, 스페인, 말레이시아, 일본, 남아공 등 이미 국내 입국해 있는 각국의 노동계 인사들은 ‘인종차별이자 개도국에 대한 부당한 처사를 참을 수 없다’며 한국정부를 규탄했다.이러고도 한국정부는 개도국출신으로서 의장국 ‘완장’을 찼다고 자랑할 수 있는가.

    또한 이번 G20의 의제 중 하나가 개도국지원을 위한 계획이라니 의장국 한국의 ‘완장’이 더 부끄러울 따름이다. 봉변을 당한 것이 어디 외국인들뿐인가. 완장은 우리 국민의 인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까지 거침없이 빼앗았다.

    한 이주노동자가 G20에 앞서 인종청소에 나선 한국정부에 쫓기다가 사망한 사건은 삐뚤어진 선진사회의 국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G20 의장국 ‘완장’은 세계에 우리 국격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망신과 비난을 자초한 집착과 편견만 양산할 뿐이다. 어떤 반대도 허용되지 않고 이견조차 제기할 수 없는 G20서울회의, 그 알량한 ‘완장’이 그토록 세계에 자랑할 국격인지 묻을 않을 수 없다.

    G20의장국 유치 설명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의 일성이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세계가 우리를 존중하는 만큼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존중합시다. 또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합시다. 이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세계와 미래를 향해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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