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삼성, ‘의료민영화 2라운드’ 추진”
    By mywank
        2010년 10월 06일 03: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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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등 직접적인 의료민영화 계획이 국민적 반발에 부딪치자, 삼성이 이명박 정부의 공조 아래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한 ‘HT'(Health Technology)라는 우회 전략으로 ‘의료민영화 2라운드’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직후인 지난 5월, 오는 2020년까지 의료분야(건강증진 신사업) 등에 총 23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MB정부와 삼성 ‘의료민영화 2라운드’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야5당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는 6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혹이 담긴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공개했다.

       
      ▲’삼성의 의료민영화 추진 보고서 비판 기자회견’ (사진=손기영 기자) 

    이 보고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의뢰(수의계약 방식)로 작성했으며, 지난 8월 완성된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곽정숙 민노당 의원으로부터 보고서를 제공받아 내용을 분석했고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 의료민영화 추진계획을 제안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현재 공적 영역과 산업적 영역이 복합돼 있는 제약, 의료기기 분야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예방·치료·재활·건강상담 등의 의료서비스와 환자개인질병정보까지 의료분야 전체를 ‘HT'(Health Technology)라는 새로운 산업적 영역으로 지정·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또 ‘HT’ 중, 정부가 제공해야 할 ‘건강관리서비스’(치료행위를 제외한 의료서비스)와 아직 안정성·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산업화 추진 유망분야로 꼽기도 한다.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 원격의료 도입 추진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HT’ 육성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HT전략위원회’ 설치하는 제1안과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가 합동으로 ‘부처합동 HT 추진위원회’ 설립하는 제2안 등 사실상 ‘의료민영화 범정부 추진 기구’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현재 정부 여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치료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서비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제정하고,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한마디로 보건의료체계의 총체적 의료민영화를 위한 추진계획이다. 삼성이 말하는 ‘성장 동력 산업으로의 HT’는 미화된 표현일 뿐 본질은 의료민영화”라며 “보건복지부는 이 보고서가 산업을 위한 R&D 투자라고 옹호하지만, 제대로 된 R&D 투자계획이라면 왜 삼성에게 맡겨져야 했는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예방 및 재활, 건강교육 및 상담 등의 건강관리서비스가 국민건강보험에서 제외되고, 영리기업이 마음대로 의료비를 책정하게 된다”며 “결국 당연히 의료비는 폭등하게 되고, 이 또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국본 "HT 산업의 본질은 의료민영화"

    이들은 또 “원격의료는 그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확인된 바 없다”며 “유독 한국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 및 재벌들의 IT 산업 돈벌이에만 주목해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며 “원격의료에 따른 안전성 문제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위험이고, 그 비용도 결국 국민들이 부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석균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위원(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료민영화 2라운드’가 시작됐다”며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 계획이 ‘촛불’에 의해 저지되니까 우회로를 택한 게 이번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나온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의료 도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왜 5억 원짜리 보고서를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에 맡겨야 했는가. 국가의 보건·의료 계획을 의료분야 진출을 추진하는 삼성에 맡겨도 되겠는가”라며 “이번 삼성 보고서는 R&D 보고서가 아니라, ‘의료민영화 사업계획서’”라고 비판했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나온 ‘HT’ 개념은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의 전반을 (산업적 영역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보건·의료 분야 발전방향은 의료산업화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전제로 새로운 정책과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지 등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저지하기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질병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예비환자이다. 개인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삶과 죽음이 갈리지 않기 위해 모든 국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으며,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삼성 자본의 의료민영화가 추진되면, 시민사회 영역 전반으로까지 삼성 자본에 장악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범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 ‘건강관리서비스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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