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좌클릭, 생색인가 진정인가?
        2010년 09월 02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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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대한 진보’와 ‘실사구시 진보’, ‘유능한 진보’에 ‘따뜻한 진보’까지 현재 민주당에 ‘진보’가 넘쳐난다. 불과 1년여 전 만해도 ‘중도실용주의’가 민주당 내부 담론을 장악한 것을 감안하면 그 변화의 속도가 놀랍다. 우클릭으로 불렸던 ‘뉴민주당 플랜’은 수정되고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거리낌 없이 ‘진보’를 내세우고 있다.

    ‘담대한 진보’에서 ‘따뜻한 진보’까지

    진보진영 인사들은 이에 대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신자유주의 붕괴로 대안 담론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지방선거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유권자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며 중도우파 진영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진보’ 담론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 민주당 의원총회 장면 (사진=민주당)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의 경우에는 "정동영 의원이나 정세균 의원 등은 이전부터도 ‘진보’의 개념을 사용해 왔다"며 "갑작스런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최근 부쩍 ‘진보’가 내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속내는 다양하다.

    민주당 진보논쟁을 돌아보면 우선 불을 지른 것은 정동영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 6월부터 “‘중도개혁노선’에서 ‘중도’를 과감히 포기하는 ‘담대한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천정배, 이종걸 등 비주류 의원들이 힘을 모으면서 이들은 ‘쇄신연대’를 결성해 세를 규합하고 있다.

    특히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22일 ‘사회복지 부유세’(부유세) 신설을 제안하는 등 정책과제도 제시했다. 부유세는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였다.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 구현을 위해 소득 최상위 0.1%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해 연간 10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대표는 최근 구미KEC농성 현장, 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농성현장 등을 방문하며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고, 또 한 명의 당권 후보인 정세균 전 대표도 ‘진정한 진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근태, 원혜영, 백원우, 이목희 의원 등은 따로 ‘진보개혁모임’을 결성했다.

    당내 선거용 ‘진보’?

    그러나 이러한 진보논쟁이 당권경쟁 사이에 끼어들면서 이러한 논쟁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는 시선이 있다. 노선논쟁이라기 보다 계파 갈등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실제 쇄신연대는 진보의 내용을 다듬기보다 대체로 당 내 경선방식에 대한 불만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진보행보 역시 대표 경선에 즈음해 시작된 것이다.

    진보개혁모임도 “쇄신연대가 당권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출범했지만, 비주류 세력 연합에 맞선 주류세력들의 모임으로 그 역할 역시 쇄신연대의 견제에 그치고 있다. 모두가 ‘진보’를 앞에 세우고 있지만 진보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장은 “지난 10년 간 신자유주의 집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없이 말로만 진보를 얘기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며 “진보는 반신자유주의에 근거해야 하며 6.15로 표현되는 분단체제 극복, 자주평화통일의 비전이 담겨져야 하는데 민주당은 국민들 사이에 진보적 담론이 확산되자 여기에 편승해 ‘사이비 진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소장은 “민주당은 여전히 지역주의 기반을 갖고 있고 진보개혁 국민층을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정책과 실천으로 진보를 증명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진보는 결코 믿을 수도 없고, 국민들의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짜 진보를 찾으려면 비정규직법을 뜯어고치고 침략적 한미동맹에 반대해야 하며 새만금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익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원 역시 “(민주당의 진보논쟁이)내용보다 담론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이미지를 중심으로 오바마 흉내내기를 하는 것은데 ‘담대한 진보’도 ‘담대한 희망’에서 따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진보는 아마 미국식 진보를 얘기하는 것이고, 의제가 꺼내진 부유세도 이미 아주 좌측의 의제도 아니”라고 말했다.

    진보정당에 미치는 영향은? 

    반면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아직 노선이나 정책으로 나온게 아니어서 뚜렷하게 판단하게 어렵다”며 “(경선에서의)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나온 측면이 커서,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구성되고 그들이 얼마나 체계적인 노선으로 추진을 하느냐를 보며 평가를 해야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민주당의 진보논쟁이 진보정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리기도 했다. 정성희 소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본주의 체제 극복과 자주평화통일에 대해 명확히 진보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이 말하는 진보는 국민들에게 왜곡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석준 실장은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사회에서의 정치이념 지향이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이념 지향에 가까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지를 말하고 민주당이 진보를 말하는 것은 정치이념 지향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그들이)진보의 내용을 가져가는 측면도 있으나, 보다 대범하게 보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강병익 연구원은 “진보가 레토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 2004년만 해도 민주노동당 그 자체가 차별성이 있었다면 이제 그렇게 될 수 없다”며 “이명박 보수정권도 진보의 내용을 가져다 쓸 만큼 이제 진보가 일반화되고 있고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진영은)이제 좀 더 왼쪽으로 가거나 왼쪽 중에서 심화된 의제들을 찾아내 기성 정당들이 하지 못하는 정책들을 말하며 진보의 재구성을 이루어내야 한다”며 “민주당까지 연합 대상을 논의하는 것은 진보의 재구성이 아니라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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