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인가? 우생학인가?
        2010년 08월 27일 10: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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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란 무엇인가’를 질문했던 마이클 샌델이 이번에는 ‘윤리’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샌델 교수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생명윤리위원회에 참여했던 경험과 하버드대 학부, 대학원, 로스쿨에서 ‘윤리와 생명공학’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유전공학 시대의 윤리’를 주제로 엮어낸 것이다.

    소크라테스적 대화법

       
      ▲책 표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마이클 샌델, 동녘, 11,000원)은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도한 불안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우생학을 통해 우월한 인간이 되려는 인간의 충동에 반론을 펼친다.

    그 특유의 재치 있는 비유와 탄탄한 논리, 소크라테스적 대화법,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으로 강의를 풀어나간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와 유전공학 시대에 우리에게 닥쳐올 윤리적 문제들을 쉽게 풀어낸다.

    샌델은 2001년 말, 대통령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와 인간 복제, 유전공학 등에 성찰해왔고 여기서 과학자, 철학자, 신학자, 의사, 법학자 등과 격렬한 토론을 벌이며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이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부모가 선택하는 것은 정당한지, 타고난 재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운동선수와 근육강화제의 도움을 받는 선수 사이에는 어떤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유전공학을 이용해 아이의 지능을 높이는 것과 교육을 통해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 어떤 차이가 있을지 고민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사회적 정의와 관련한 다양한 논리들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꿰뚫는 ‘소크라테스적 지성’과 재빠른 위트와 당당한 수사로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킨 샌델은 이 책에서도 역시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들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들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과 연결해 재미있고도 쉽게 풀어나간다.

    자녀 양육과 생명공학 윤리

    특히 이 책에서 자녀 양육의 문제를 생명공학의 윤리와 연결시킨 부분은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져준다. 유전공학을 통해 아이를 경쟁을 갖춘 아이로 키워내려고 하는 부모의 시도가 과연 교육에 가까운 것인지 우생학에 가까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그는 부유층 부모들이 아이를 비싼 학교에 보내고 가정교사를 고용하며, 피아노와 발레, 수영을 가르치는 비용을 대서 아이들을 경쟁에서 유리하게 이끌던 일이 유전공학 시대에는 부모가 유전자를 아예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경고한다.

    부가 세습되면서 벌어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 현상처럼, 다가올 미래에는 유전학적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윤리를 말하는 책을 넘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에 대한 반성의 거울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샌델은 에필로그에서 생명윤리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배아 복제에 대한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어 놓는다. 그는 배아 복제는 찬성하나 인간 복제는 반대한다. 그는 배아가 세포 덩어리는 아니지만 인간과 동일하지는 않으며 그는 사물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생각에 잘못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도 황우석 신드롬을 겪으며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배아 복제와 줄기세포의 연구 허용에 관한 논란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이 책은 인간의 생명을 주어진 ‘선물’로 보는 시선과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의 욕망 사이에 서 있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준다.

                                                      * * *

    저자 –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1953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났고, 브랜다이스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7세에 최연소로 하버드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었고, 교수가 된 지 2년 후에는 존 롤스의《정의론》을 비판한《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 정치사상사, 윤리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08년 미국정치학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교수로 선정되었다. 마이클 왈저, 찰스 테일러,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등과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 로 알려져 있다.

    《애틀랜틱먼슬리》,《뉴욕타임스》,《뉴리퍼블릭》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고, 지은 책으로《민주주의의 불만Democracy’s Discontent》(1996),《공공의 철학Public Philosophy》(2006),《정의란 무엇인가Justice》(2009) 등이 있다.

    역자 – 강명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9년에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보건의료윤리’와 ‘사회정의론’ 수업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어 철학과 박사과정에서 윤리학을 공부했다.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이후 철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의료법 윤리전공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의무ㆍ계약주의적 도덕개념 분석》등이 있다.

    해설 – 김선욱

    1960년 출생.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으며,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 사무총장과 한국 철학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정치와 진리》,《한나 아렌트 정치판단이론》,《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키르케고르가 들려주는 죽음에 이르는 병 이야기》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예루살렘의 아이히만》,《칸트 정치철학 강의》,《정치의 약속》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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