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가 진보정당 통합 앞장서야"
        2010년 08월 13일 1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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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논의가 이어졌던 곳이다. 물론 결론적으로 이 같은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을 한 자리에 모여놓은 것은 분명 대중조직의 힘이었다.

    노동조합의 힘

    3당과 함께 ‘지방선거 대응 서울지역 진보진영 연석회의(연석회의)’를 구성한 것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였다. 그리고 서울본부는 이후 결렬된 연석회의를 재조직해 ‘진보진영 대단결과, 새로운 진보정치세력화를 위한 서울추진위’(진보서울 추진위)를 구성하고 진보정당 통합을 위한 재시동을 걸었다.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사진=이은영 기자) 

    이재웅 서울본부장은 지난 연석회의가 “올바른 방식”이었으나 “대중조직이 당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한계” 속에서 목표였던 후보단일화에 실패했다고 말하면서도 “실망보다는 한계의 원인을 규명하고 정치세력화 사업을 되돌아볼 계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보서울 추진위 구성의 목표를 밝혔다.

    이 본부장은 ‘반신자유주의’를 기치로 진보서울 추진위를 구성하고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신자유주의 정당으로 통합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반신자유주의에 동의하는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진보정당 내 통합에 소극적인 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시작된 이 운동을 당과 대중조직이 받아낼 수 있다면 (통합은)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에 앞서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대시키고 ‘수도권 연석회의’를 통해 객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과의 인터뷰는 12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이루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당에만 맡겨서는 안돼"

    –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연석회의’를 꾸려왔다. 합의 도달 수준과 최종 협상 결렬 원인은?

    = 지방선거를 놓고 두 가지 입장이 있었다. 하나는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우선이고 그 힘을 가지고 민주당과 연합을 하든 다른 형태의 선거 공조를 하든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진보진영의 기본적 단결에 기초한 입장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진보진영 단일화보다는 민주당과 연합을 해서라도 MB를 심판하자는 입장이다.

    결국 후자의 입장이 진보진영의 단일화를 이뤄가는 과정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서울에서는 진보 노동모임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선거를 치른 뒤 당 통합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었는데 중간에 좌절되면서 진보서울 노동모임의 실망이 컸다.

    민주노동당과 이상규 후보가 노동모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선언해 버린 것에는 노동이 지방선거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이후 현장에서는 지방선거와 관련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게 되었고 후유증이 발생했다.

    진보서울 노동모임 존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당장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고, 그럼에도 당 통합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운동이라는 것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 새롭게 만드는 것 아닌가? 선거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고, 내가 보기에 당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진보신당 내에서도 통합노선과 독자노선이 갈리고 민주노동당 역시 입장이 갈린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두리뭉실하게 당의 입장이 정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보정당 통합은 대중조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으며, 그 점에 있어 책임있는 민주노총의 지도부들이 결단을 해야 한다.

    "당이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

    노동을 어떻게 규합해서 당을 강제할지, 합당선언운동이라도 해서 그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있고, 노동을 기초로 제3진영 진보정당의 흐름을 만들어 당을 규합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 식으로라도 하지 않으면 대중조직 내 당 운동은 없다.

    민주노총이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물로 탄생했다면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은 민주노총의 결과물로 생겨난 것이다. 그때 노동운동의 동력을 당 운동이 많이 가져갔다. 때문에 결국 당이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 지금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도 미국처럼 보수 양당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과 이념을 담아낼 수 있는 당 운동을 대중조직이 만들어나가야 한다.

    – 진보서울 연석회의의 구성과 행동에 성공과 실패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다. 서울본부에서는 어떠한 평가를 내리는가?

    = 연석회의는 올바른 방식이라 본다. 다만 그 내용을 담아 진보정치의 흐름들을 만들어 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는 결국 대중조직이 당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한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노동진영에서 연석회의를 추진했던 사람들은 실망보다는 한계의 원인을 규명하고 정치세력화 사업을 되돌아볼 계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초창기 사업을 추진했던 정신으로 돌아가면 어렵지만 진보진영운동의 대단결 통로를 만드는 단초가 되지 않겠는가? 가능하다면 이러한 고민을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대시키고 ‘수도권 연석회의’를 통해 객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무조건 통합을 주장하기에는 통합의 과정과 절차, 내용이 있을 것인데 너무 경로에 대해 지난하게 논쟁하면 본질이 사라질 수 있다. 평가는 냉정하게 하고,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부분은 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 고민들을 끌어안고 가야한다. 민주노총도 외부에서 임성규 지도부 시절 당 통합 사업에서 한 단계 나아간 후속사업 진행이 필요하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 모여야"

    – 연석회의에서 진보통합후보가 좌절되고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는 진보후보와 반MB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를 포함해 민주노총의 지난 지방선거 방침에 대해 평가하자면?

    = 서울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조직끼리 논쟁하고 싶지 않다. 왜 그러냐면 서울이 정파의 이해관계를 담아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평가보다는 우리 현실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조직 내에는 그와 같은 정치방침을 찬성하는 다수가 있는데 내가 잘못했다고 목소리 내봐야 편 가르기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서울본부의 추진 사업들이 경향성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 때문에 가능하면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사회공공사업, 미조직 비정규직 문제, 정치조직화 사업인데 모두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실현할 수 없다. 때문에 개인적 평가는 곤란하고 조직적으로 운영위나 진보서울 노동모임의 평가가 올라오면 그 자체를 존중하고 싶다.

    – 연석회의의 긍정적 결과물로 ‘진보서울 추진위’가 결성 되었다. 추진 이유와 목적은?

    = 진보서울 추진위는 1차적으로 사회공공성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런 사업들을 담론을 가지고 실현하면, 어느 단위에서 실현할지의 문제에서 접근한 것이다. 그것이 정당인데 지금 정당이 갈라져있는 상황에서 노동진영이 어떤 사업도 당과 할 수 없는 조건이기에 대통합이라는 희망적인 정치담론을 현실화시켜보자는 시도다.

    그런 취지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1차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이것이 실패했다. 그러나 그 정신과 지향점은 아직 남아 있다. 선거 이후 우리가 신자유주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과 연대 전선에 진보정치의 사활을 걸 수 없고, 적어도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

    분당, 희망을 실망으로 하지만 회복 가능

    – 대중조직인 노조가 정당의 통합에 나서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은 무엇인가?

    = 노동 중심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기본적인 당의 정체성이라는 인식이 많이 이완되어 있다. 그것은 대중조직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당 활동은 당직자들이 주로 했고, 노동현장에서 당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노동이 과거 노동자 정치세력화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중조직이 당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당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 당원들을 통해 힘을 발휘해야 하고 이를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부터 결단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치 운동의 1/3을 당이 가져갔는데 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노동은 무너진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타임오프로 노조말살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비정규직을 확대해 공기업 민영화에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총을 약화시키는 것을 핵심 정책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에는 어려워도 우리를 대변하는 당의 국회의원이 10명이 있었다. 이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많은 국회의원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실망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 진보서울 추진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모두 진보대통합을 주장하지만 당 내 주류적 분위기는 통합에 소극적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사진=이은영 기자 

    = 양 당 모두 내부에 통합반대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통합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흐름이 반MB전선으로 가는 측면이 있고, 진보신당도 독자세력이 강하게 자리잡으며 "지금 당을 새로 건설한 지 얼마나 되었는데 활동도 안하고 무슨 통합이냐? 도로 민주노동당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봤듯이 통합을 외치고 기자회견을 하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곤 했다. 통합보다는 실리를 찾는 정치노선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에서 시작된 이 운동을 당과 대중조직이 받아낼 수 있다면 (통합은)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 민주노총 중앙 역시 통합의 목소리에 비해 실천적 행위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조합원 10만 서명운동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전임 임성규 지도부의 성과를 연속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통합을 강력하게 부르짖으며 10만 서명운동도 했고 당을 압박했지만 정작 선거 이후에는 어떤 정치방침도 안 나온다. 정치사업에 대한 입장이 나오고 이를 실천하도록 조직내부에 토론도 하고 방침도 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오히려 선거 전 중집에서는 대부분 논의가 정치와 관련되었었다.

    지방선거 후 민주노총 정치방침 안 나와

    – 민주노동당에 이정희 대표 체제가 출범한 것이 기존 지도부에 비해 진보대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진보신당에서도 노선논쟁이 한창인데 이를 바라보는 외부적 입장은?

    = 전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통합에 대해 사활을 걸었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강기갑 대표가 물러나면서 통합의 중심성이 후퇴하지 않을지 우려되고, 진보신당은 당 통합과 존립에 대한 팽팽한 내부투쟁을 하고 있는데 당 대표를 어떻게 선출하냐에 따라 어떤 노선으로 갈 것인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천의 문제다.

    – ‘진보서울 추진위’는 진보 야3당에만 한정된 것인가? 향후 타 정당 및 시민사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가?

    = 서울추진위는 1+3이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등 나머지는 신자유주의 세력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는 확대시킬 수 있으면 하려고 한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명확히 한다면 더 많이 더 크게, 풍부한 논의를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서울 추진위 내부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겪으며 서로 마음들이 상해있다. 하지만 운동은 좌절을 극복하고 일어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실망스럽고 상처받는 일이 있어도 더 큰 운동의 실현을 위해 좌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는 속에서 다시 한 번 추진위에서 서로 마음을 모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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