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들러리가 안 되려면…
        2010년 07월 09일 0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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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남자’, ‘MB의 복심’ 등으로 불리는 이재오가 출마 선언을 한 것을 계기로 7.28 은평을 재선거가 초미의 정치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재오의 출마는 여권 내부의 사정과 관련시켜 보면 친박 세력의 공세로 날로 수세로 몰리고 있는 친이 세력이 전열을 가다듬어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이 점에서 이재오가 낙선한다면 누구보다 친박세력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

    이 사실은 “이재오를 떨어뜨리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자칫 야권 전체를 박근혜의 들러리 역할이나 맡도록 만들 수 있음을 가리킨다. ‘묻지마 야권연대’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MB의 2중대가 되려 하는가!”라고 윽박지르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다.

       
      ▲ 김세균 교수(사진=이재영)

    범야권 단일후보 추대가 이재오를 낙선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책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그 후보가 명망가인가 아닌가는 둘째 문제이다. 그러나 이재오를 낙선시키는 것이 박근혜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는 것이 되지 않게 하려면 야권은 은평을 재선거를 MB정권에 대한 보수적 심판이 아니라, 진보적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야권은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흩뜨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전선을 강화하고 전진시키는 데에 기여할 사람을 은평을 재선거 범야권 단일후보로 추대해야 한다.

    박근혜 들러리가 안 되려면

    내가 보기에, 민주당과 국참당은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 이와 관련해, 먼저 지적해야 할 점은 민주당과 국참당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MB정권을 출범시키는 데에 사실상 가장 크게 기여한 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비정규직의 양산, 대기업과 소수 부유층으로의 부의 거대한 집중, 사회양극화의 심화, 빈곤층과 실업층의 양산 등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급기야 노무현 정권 말기에 다수 국민에게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나!”와 같은 냉소주의와 ‘박정희 향수’와 같은 복고주의를 불러일으켜 ‘경제살리기’를 내세운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이 점에서 민주당과 국참당이 진정으로 MB심판을 원한다면 MB정권 출범에 가장 크게 기여한 자신의 과거의 행적에 대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반성의 징표로써 최소한 은평을 재선거에서라도 범야권 단일후보의 자리를 신자유주의 반대의 기치를 선명히 든 진보후보에게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6.2지방선거의 최대의 수혜자는 민주당을 비롯한 자유주의세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은 민주당이 좋아서 투표했다는 사람이 총유권자의 2.4%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들의 MB거부감의 반사이익을 챙긴 것에 불과하다. 그들은 포식했다. 이 점에서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수권정당으로 재도약하길 원한다면, 민주당 등은 이제라도 신자유주의 노선을 과감하게 버리고 진보적 가치를 적극 수용하는 정당으로 자신을 변신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은평을에서 자당 후보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진보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자격 없다

    내가 보기엔, 민주노동당 역시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의 형성과 전진에 기여하는 진보대연합의 구축을 무시한 채 반MB의 긴급성을 내세워 신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과 국참당과의 연대를 우선적으로 추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연합을 추구한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그 연합을 위력 있는 진보대연합의 구축에 기초하여 추구하려 하지 않은 것, 민주당의 신자유주의노선을 별달리 문제 삼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의 우선순위를 뒤바꾼 이런 처신으로 민노당은 결과적으로 MB심판을 보수적 심판이 되게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민주노동당은 너무 많은 실속을 챙겼다. 그런데도 민주당에게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당신들을 지지했으니, 이제 우리를 지지하라”라고 간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제라도 민주노동당 역시 과욕을 버리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리고 그 징표로서 적어도 은평을 선거구에는 진보세력의 독자성 확보와 선진보대연합 노선을 지켜온 진보후보다운 진보후보를 진보 단일후보로 추대하고, 이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가 되게 만드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MB심판,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부활’이라는 비극적인 희극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그 심판은 신자유주의에게 면죄부를 주는 보수적 심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진보적 심판이 되어야 한다.

    6.2.지방선거가 보수적 심판으로 끝났지만, 7.28 재보궐 선거 역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진보후보 다운 진보후보를 범야권 단일후보로 만들고, 이 단일후보를 당선시키는 일이 긴요하다. 7.28 재보궐선거를 MB정권에 대한 진보적 심판의 장으로 만들자. 은평을 재선거는 이를 위한 최초의 중요한 시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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