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보호자 90% "영리병원, 의료비 폭등 초래"
    By 나난
        2010년 06월 1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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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의료법․건강관리서비스법 등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보호자 10명 중 9명이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불필요한 진료와 검사가 많아져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공공노조(위원장 이상무) 의료연대소분과가 지난 5~6월 두 달간 서울대병원 등 전국 7개 병원 입원 환자․보호자 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의 영리적 운영이 의료서비스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환자․보호자 중 89.4%는 의료민영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건강보험 붕괴로 민간보험 가입이 늘어나 가계의료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로써 정부가 민심과는 정반대의 반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시설 외주화에 대한 우려도 90%

       
      ▲ 공공노조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민영화가 아닌 의료공공성"이라며 의료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사진=김용욱 기자 / 참세상)

    또한 시설 및 식당 등 병원 외주화와 관련해 응답자들은 “무분별한 외주화는 의료사고를 유발할 수 있을 것”(89.6%)이라며 “돈벌이가 목적이므로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76.3%)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진료실적에 따른 의사 및 병원직원 차등성과급 도입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불필요한 검사가 많아 질 것”(87.7%)이라고 우려했으며, “돈벌이가 되는 환자를 선호하고, 가난한 환자, 희귀성질환자 치료는 꺼릴 것”(80%)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자 보호자의 경우 식당 외부위탁운영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응답자의 91%가 “환자식사에 문제가 생겨도 병원은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88%가 “값싼 재료를 사용해 식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환자식당에 대해 다단계 외주화를 도입한 대구 동산병원의 경우 턱없이 낮은 단가로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 공단에서 제공하는 1끼 환자식사비 단가는 5,180원인데 반해, 동산병원의 경우 2차 하청을 통해 3,500원으로 단가를 낮춘 것이다. 이로 인해 40여 명의 식당노동자 역시 해고 됐다. 공공노조 의료연대는 “단가가 인하된 만큼 식재료 질은 떨어지게 되고 치료식이 되어야 할 환자급식은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환자․보호자가 간병비의 보험적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7%가 “환자간병의 보험적용”에 찬성한 것이다. 의료연대는 “간호인력의 부족으로 보호자가 간병을 담당하거나 간병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월 150만 원 정도의 간병료는 환자 보호자에게 이중부담을 떠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노조 "영리병원, 공공의료에 심각한 타격"

    울산대병원의 한 환자는 “자국민 건강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나라가 과연 올바른 나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공공서비스의 의료기관의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 동국대병원의 한 환자 역시 “민영화가 되면 의료기술은 발전되겠지만 일반서민들의 질병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국민들의 건강은 의료보험을 내면서 국가와 함께 책임지고 이뤄나가야 한다”며 공공성 강화를 요구했다.

    이에 공공노조는 18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료민영화 반대-의료공공성 강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이 필요한 것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이라며 “아파도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환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 상임위원장은 “현 정부는 공공서비스인 의료, 가스, 발전 등에 대해 사유화를 진행하며 국민이 아닌 재벌에게 공공서비스를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잇도록 사유화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은 “정부의 의료법안은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 아닌 기업이 영리목적으로 의료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이라며 “비영리의료법인인 병원에 자금 입․출입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대형 병원의 몸집 불리기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5일 발간한 ‘2010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영리병원 도입,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 민영화 도입을 제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의료인 수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1,000명 당 1.7명인데다 의사당 진료건수는 연간 7,000건 이상 등이라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허용 △병원 간 입수합병 허용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공공노조는 “우리 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민간보험 문제와 맞물려 공공의료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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