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공산주의자의 이야기
    By 나난
        2010년 05월 14일 06: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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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표지

    공산주의자, 사상에 유독 가혹했던 한국 현대사에서 공산주의자임을 밝히고 이 때문에 1955년부터 1991년 까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한 비전향 장기수의 삶이 책으로 나왔다.

    『나는 공산주의자다』(허영철-박건웅, 보리, 각 12,000원)는 일제시대 노동으로 잔뼈가 굵고, 해방 뒤 남과 북 양쪽에서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했던 독특한 경력을 가진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삶이 그림으로 한 칸 한 칸에 담겨 있는 책이다.

    한국전 당시 노근리의 비극을 담은 ‘노근리 이야기’, 빨치산들의 이야기를 다룬 ‘꽃’을 그린 박건웅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이 책은 그를 영웅의 시각에서 보지 않고 비극적인 민족사가 담담한 어투와 힘 있는 그림으로 역사의 진정한 주인인 민중의 한 사람으로 살려냈다.

    변변한 학교 공부도 하지 못한 허영철 선생이 세상을 배운 곳은 일본 유바리 탄광이나, 아오지 탄광 같은 노동현장이다. 노동자로 살아가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몸으로 익히고, 제국주의에 신음하는 조국의 현실에 눈 뜨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허영철 선생 이야기는, 민중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현대사라 할 수 있다. 거짓 포장을 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몸으로 경험한 것을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소중하게 와 닿는다.

    그동안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책들은 제법 있지만, 만화책으로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총 2권이다. 특히 이를 ‘만화’라는 친숙한 장르로 풀어냄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그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만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볍다’는 오해를 거둬낼 만큼 내용과 기법에서 독창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해방과 한국전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을 2년 동안 작업한 600쪽이 넘는 분량에 차곡차곡 담았다.

                                                      * * *

    저자소개 – 만화 박건웅

    잊혀진 현대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만화가.박건웅 작가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한국근현대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왜곡되거나 잊혀진 이야기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숨겨진 이야기들을 만화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마다 다양한 기법과 표현 양식으로 다소 어려운 소재들과 역사의식을 풀어낸다. 빨치산 이야기를 다룬 《꽃》(모두 4권),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에서 일어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그린 《노근리 이야기》(모두 2권, 2권 곧 출간 예정), 제주 4?3 항쟁을 다룬 《홍이 이야기》들을 그렸다.

    원작자 – 허영철

    환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혁명가. 1920년 전라북도 부안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허영철은 고향을 떠나 일본 북해도에서 노동자로 살며 사회주의를 만났다. 1945년 해방이 되던 해 남로당에 입당했고, 초보 당원으로서 분단을 막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며 혁명가로 성장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부안군과 황해도 장풍군에서 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남다른 경험을 했다. 당의 소환으로 1954년 8월 공작원으로 남파되어 1955년 7월 하순 체포됐고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 미수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만 36년 뒤 1991년 2월 25일 출감했다. 615선언으로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이 이루어질 때, 북으로 가지 않고 남쪽에 남아 고향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원작《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썼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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