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여전한 모델”
        2010년 05월 08일 02: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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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지국가 모델’이 화두로 던져지고 있다. 지방선거 최대 이슈는 ‘무상급식’이고, 진보정당은 물론 일부 민주당 후보까지 복지국가를 말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을 화두로 던졌고, 일본 민주당은 무상교육을 내걸고 있다.

       
      ▲책 표지 

    이들 국가의 ‘지향점’은 아니지만 하나의 모델이 『노르딕 모델』(메리힐슨, 삼천리, 16,000원)이다. 전통적으로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상징인 스웨덴 모델과 교육 선진국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핀란드 모델이 ‘노르딕 모델’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은 이들 북유럽 국가들이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역사적 변화 과정과 총체적인 사회상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기본 교양서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5개국의 현주소를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 민족과 문화에 걸쳐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도 대공황과 파시즘,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오일 쇼크, 소련 해체와 동유럽의 붕괴,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인 격동기를 함께 겪었지만 미국식 모델을 따른 신자유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전망으로 대내외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지은이는 ‘합의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성장과 분배’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정책 모델로서 북유럽 국가들의 시스템을 분석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적 전통을 돌아보며 각 국가마다 발전시켜 온 독특한 문화까지 분석한다.

    하지만 메리 힐슨은 이 나라들을 덮어놓고 ‘유토피아’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지역 공동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보다 실체에 가까운 노르딕 모델의 원형을 찾으려 노력한다.

    특히 저자는 ‘합의 민주주의와 사회 집단들 사이의 협력 메커니즘’을 ‘노르딕 모델’의 핵심구조로 파악한다. 저자는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44년 동안 집권하고, 노르웨이 노동당이 20년, 덴마크 사회민주당이 19년을 집권하는 등 연립정부 형태이긴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사회민주당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음을 설명한다.

    이어 ‘하르프순드 민주주의’, ‘적록동맹’, ‘무지개연합’, ‘연립정부’ 같은 말들이 합의의 정치 문화를 대변하는 정치학 용어가 되었다고 짚으며, 노르딕 국가의 의회와 정부가 높은 수준의 대표성을 띠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킬 것은 지키는’ 정치 문화가 정착한 것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왔음을 역설한다.

    자본과 결탁해 노동조합을 말살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의 ‘계급 타협’과는 달리 이들 국가들은 이런 문화적 배경 위에서 진정한 계급 타협적 접근을 통해 ‘사회집단들 사이의 협력 메커니즘을 제도화’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새로운 정책이 의회에 제출되면 노동조합, 사용자, 농민들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 집단 대표자들 사이의 조정이 필수과정이 되었음을 짚어낸다.

    물론 아이슬란드의 금융위기, 현재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 등 복지국가가 부딪힌 현실적 조건에 대한 차분한 분석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노르딕 정부들은 통합과 관용의 정신으로 다문화주의와 국제연대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다섯 가지 예외가 있는 하나의 모델’로서 여전히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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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메리 힐슨 Mary Hilson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UCL) 교수. 스웨덴 웁살라대학과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북유럽 현대사와 노르딕 모델에 관해 연구했으며, 유럽 사회경제사와 노동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Political Change and the Rise of Labour in Comparative Perspective: Britain and Sweden 1890?1920(Nordic Academic Press, 2006)가 있고, Encyclopedia of Contemporary Scandinavian culture(Routledge, 2005)를 편집했다.

    역자 – 주은선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금융자본의 자유화와 스웨덴 연금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사회보장청(RFV) 방문연구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을 지냈다. 복지국가 비교, 복지정치, 연금 등이 주 연구 분야이며, 최근에는 연금개혁을 포함한 복지정책 변화 분석과 대안 복지체제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연금개혁의 정치: 금융자본의 자유화와 스웨덴 연금개혁의 정치경제》(한울, 2006)가 있고, 논문으로는〈복지인식 구조의 국가간 비교〉, 〈1998부터 2007까지 한국 연금정책의 전개 방향: 국가와 시장의 역할 경계와 사회권의 변형〉 등이 있다.

    역자 – 김영미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복지국가와 여성 노동권: 제도적 지원과 보장수준의 관계에 관한 비교사회정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복지국가, 노동시장, 젠더 레짐, 이를 둘러싼 복지정치라는 화두를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복지국가의 정치·경제·문화·제도적 조건이 여성 노동시장 참가수준에 미치는 영향〉,〈기혼여성의 경제적 의존과 복지국가〉,〈복지국가의 일가족양립정책 개혁과 여성 사회권〉,〈한국의 복지체제와 젠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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